집 이야기 231

오래된 집, 텃밭과 마당을 바라보며

오래된 집, 텃밭과 마당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내가 살고 있는 집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물려준 사십 년 묵은 이 집에서 고2부터 지금까지의 내 삶이 엮어져 왔습니다. 청춘이 지나 사십대 중반에 와 이제는 내 아이가 고3이 되어 있으니 한세대를 산 것이지요. 이 곳으로 이사 올 때 이 근방에서는 최신 유행의 가장 좋은 집이었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 낡은 집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간이 사람을 키우고 나무도 키웠지만 집은 황폐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옥상에 방수처리가 상해서 비가 새고 낡은 창문은 약한 바람에도 덜컹거립니다. 몇 번 칠한 페인트도 오래되어 외관은 흉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루바닥도 상해서 내려앉고 비 새는 벽에는 곰팡이도 보입니다. 집 밖에 있는 화장실, 세면장도 이제..

발코니 있는 아파트라야 吉宅길택

모 신문사에 기고원고로 썼는데 원고가 밀려있다해서 게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써 놓은 글이라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먼저 올린 글의 후편이라고 할까요? 이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발코니 있는 아파트라야 吉宅 김 정 관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사람이 만든 구조물 중에서 만리장성이 먼저 보인다고 했던가? 우리나라를 보면 어떨까? 아마 아파트만 보일지도 모른다. 시골에서 도시까지 거의 아파트가 원시시대의 공룡처럼 전 국토를 점령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 때 200만 호 공급이라는 물량 위주로 지어내다가 이제는 질적으로도 많이 나아져 괜찮은 주거 공간으로 정착이 되어가는 듯하다. 하지만 정말 아파트가 제대로 사람이 살만한 집일까라는 고민은 별도의 화두로 두어야 할 것 같다. 특히..

불교의 미래, 절을 바꿔 지어야 불교가 산다

제 사무실 근처에 규모가 제법 큰 포교당이 들어 섰습니다.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모습의 집입니다. 박스 형태로 짓고 난간을 기와로 장식해 절 분위기를 조금 내었을 뿐 입니다. 간판만 절이지 분위기는 영 아닙니다. 이제 기와집이 아닌시대에 맞는 절의 형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도 없고 현대식의 절을 제대로 제안할 건축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건축가인 제가 큰 사찰부터 포교당까지 현대식 사찰에 대한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콘크리트로 된 절을 설계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기와를 포기하지 못하는 스님을 설득하지 못해 양복에 갓쓰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와를 벗은 우리 시대의 절을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스님들과 불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읽고 사찰을 짓는데 반영을 할 수..

발코니 예찬-아파트 처마 밑에 앉아

‘후드득’ 빗방울 소리가 난간을 치더니 곧 비가 쏟아진다. 앞산에 비구름이 낮게 깔려 있더니 비가 내린다. 겨울비는 잎이 마른나무도 꼭 필요하지만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도 메마른 정서를 적시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집 아래 마당의 나무에 닿는 빗소리가 꽤 크게 들려온다. 거실로 드는 바람에 비가 묻어 겨울 냄새가 밴 찬 기운이 몸에 전해온다.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저장해 놓은 비 노래 모음을 틀어 쓸쓸한 겨울 분위기에 젖어본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처음 일이 뒷방 창문을 열고 뒷산 숲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집으로 들여놓는 것이다. 창문을 열면 바람에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덤으로 묻어온다. 산에 바로 면해 있는 언덕 위의 집이라 지하철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급경사 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