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단독주택 설계로 상담을 하고 갔던 건축주가 있었다. 젊은 부부가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구한 땅은 도심지의 작은 대지였다. 단독주택을 지을 땅에서 가장 중요한 여건은 남향 햇살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다행히 이 땅에 접한 6미터 도로가 남쪽에 있어서 남향 대지의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적도만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남향 대지라는 여건과 햇볕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현장 상황의 큰 차이는 전문가의 시각이 아니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실 이런 대지의 여건에 대한 분석은 고급 정보라서 무상으로 하는 건축주와의 상담에서는 얘기하면 안 되는데 그냥 내뱉고 말았다. 심지어 남향 햇살을 받을 수 있는 해결책까지 얘기해 주고 말았으니 나는 참 어리석은-돈 안 되는 건축사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