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도반에서 지은 집 28

단독주택 용소정 3 - 음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집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한옥에서 살아보지 않은 건 같은 처지이다. 그런데 만약 한옥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은 금세 적응해서 한 달쯤이야 조금 불편해도 원래 살았던 사람 같이 생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이색 생활 체험 같이 한 달 살기는 상당히 힘들게 지내야 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보지도 않은 한옥에 금세 적응할 수 있을까? 그건 조상님들께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의식적으로는 모든 게 생소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 온돌방에서는 침대와 다르게 꿀잠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양이 어우러지는 집 낮과 밤, 주인과 손님, 외부와 내부, 배후와 조망 등의 음과 양의 조화가 용소정 설계..

단독주택 용소정 2 -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설계 개념을 얻다

단독주택은 참 귀한 프로젝트이지만 다행히 작업할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물론 단독주택만 전문으로 작업해서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건축사로써 마음 가짐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는 이만한 프로젝트가 드물다. 옛집을 가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축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다지게 된다. 근대를 겪지 못한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고 현대 건축으로 바로 들어간 게 우리나라 건축물의 시대적 상황이다. 한옥이라는 옛집에서 이어지는 과정 없이 아파트에서 살게 되다 보니 이 시대 단독주택은 족보 없는 집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닮은 평면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런데 공중에 떠 있는 박스에 갇힌 평면을 어떻게..

단독주택 용소정 1 - 나를 닮은 집으로 설계해주오

집일까?언제부터였을까? 정해진 박스 틀 속에 차곡차곡 우리의 삶을 구겨 넣는데 익숙해져 온 것이. 유행 따라 차를 바꾸듯 일 년을 살기도 하고, 십 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옮겨 사는데 익숙해져 버린 우리네 삶의 방식. 우리 집, 우리 동네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무슨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가 우리네 주거가 되어 버렸다. 집이냐?아파트는 걷어버리면 떠날 수 있는 유목민의 텐트처럼 짐만 들어내면 아무런 미련 없이 옮겨갈 수 있다. 내 아이가 자라온 기억도, 이웃과 나눈 정도 옷에 묻은 먼지 털어내듯 툴툴 털어버리면 그만일까? 아무 미련 없이 주소 바꾸고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삶을 사는 도시인의 내면은 외로운 기억 밖에 없다. 집이다.나를 담고 식구들과 함께 살아갈 ..

50평이 아닌 500평 대형 카페, 그리고 에피소드인커피

여동생이 카페를 준비 중인데 조언을 부탁한다며 친구가 찾아왔다. 카페 위치를 물어보니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꾸몄다고 했다.     리모델링? 카페? 그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카페를 포함해서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한 결과물이란 건 친구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이 건물의 지하층에서 이층까지 카페를 넣어서 이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데...      500평 초대형 카페라니?      친구와 함께 9월에 개업 예정으로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카페에 가 보았다. 리모델링 전에 용도는 찜질방이었다고 했다. 한 층에 150평으로 세 개 층인데 메인 홀인 2층에 들어서니 멀리 낙동강 하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

싱글맘이 짓는 단독주택 13-우리집은 꼭 지어서 살아야 하기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 보려고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만다.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분들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게 실행에 옮기는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집을 짓는다는 걸 짧은 생각으로 할 수 있을까?      단독주택만 수십 채를 설계했지만 이번 작업은 다른 집에 비해 특별하게 힘이 들었다. 대지 조건도 그러했지만 건축주가 꼭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할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려서 지우고, 다시 고쳐서 그리는 작업을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제 쉽지 않았던 설계를 마무리하고 시공 일정을 조율하면서 그동안 이루어졌던 과정을 돌아본다.        공사에 앞서 설계, 설계 작업 이전의 생각      단독주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