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배후가 없다 갈대는 배후가 없다 임 영 조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禪門에 들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 내가 쓴 시와 좋은 시 2015.04.14
밤 차 한 잔 밤 차 한 잔 마음 속 그림자 이만큼 당겨본다 내 것인데 생경스러움은 왜일까? 한낮의 따스함을 잃고난 석양 마지막 여운의 온기에 그냥 몸을 맡기고 몸도 내놓고 마음도 풀어버리고 희미한 온기에 녹아내리다 식어버린 몸과 마음에 불내라도 맡을까 낮이 만든 그림자가 오간데 없어지면 밤이 내준 그.. 내가 쓴 시와 좋은 시 2008.10.07
茶心 가끔 누군가가 그리워져서 마음이 부푸는 날엔 찻물을 끓인다 물 끓는 소리를 듣노라면 어느새 그리움은 가라앉고 자사호 안으로 고인 상념은 찻물에 녹아드네 이뤄오르던 흔들림을 잠재우는 차 한잔의 미묘함 오늘도 나는 차 한 잔 우리며 마음자리를 찾는다 내가 쓴 시와 좋은 시 2008.07.08
벗 잘 익은 숙차같이 편한 벗 하나 있었으면 손 닿는데 아무데나 놓고 그냥 물만 끓이면 그만인 추운 밤 한기가 새삼스레 느껴질 때 그냥 다탁 한켠에 이름도 없는 자사호에 넣어도 그만인 그런 잘 익은 숙차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가끔 내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음을 느낄 때 편한 웃음 그득 머금.. 내가 쓴 시와 좋은 시 200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