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건축사사무소 75

경사 지붕에 깊은 처마는 단독주택에서 선택 아닌 필수 요소

딱 2년 전에 처마 없는 단독주택에서 15년 살다 처마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습니다. (35년 된 주택 리모델링) 기존 주택에 큰 목조지붕을 올려지었는데요. 처마가 꽤 나온 구조로 건축사님은 “모자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시네요.  글에서 적어주신 모든 장점을 그대로 느끼며 “살기 완벽하고 좋은 집”이 되었어요. 처마의 중요성은 집을 짓거나 사는 사람들이 꼭 알고 하셨으면 좋겠네요. ^^ 건축가는 집 짓고 떠나지만 건축주는 아마도 10~20년 내지는 평생을 살 테니까요.  현대식 집은 처마 없어도 되는 걸까? 처마를 주제로 썼던 내 글에 독자께서 댓글로 써 준 글이다. 처마 없는 집에서 살다가 처마 깊이가 꽤 깊은 집으로 옮겨와 생활하는 일상의 여유가 묻어난다. 비가 내려도 창문에 빗물이 ..

단독주택 인문학 19 - 밤마다 남편이 사라지는 집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인 한 남자, 이제는 가장이라는 직함(?)은 쓰지도 못하는 그가 쓸 ‘남자의 공간’은 ‘우리집’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거실의 소파’이겠지만 혹시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는 남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시대 옛집에는 사랑채가 당당한 남편의 영역이었다. 사랑채에서 드나드는 손님과 교유하며 집에 있어도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내는 어원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데 옛집에서는 안채의 주인이었다. 옛집과 요즘 아파트를 비교해 보면 사랑채는 사라지고 안채만 남아있는 것 같다. 사랑채가 없어진 아파트에 사는 남편은 자신의 공간을 잃어버린 셈이니 아내의 공간에 얹혀사는 신세인지도 모르겠다. 거실이 있는데 왠 ‘남자의 공간’ 타령이냐고..

'단독주택 인문학' 16 - 방이 '방'이라야 집도 '집'일 수 있는 '우리집' 평면도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문구는 저 유명한 성철 스님의 법구法句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스님이 던지는 화두를 잘 새겨보면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보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럼 우리는 집을 '집'으로, 방을 '방'으로 제대로 쓰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자.      '집이란 무엇일까?'라고 화두를 들어보면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이갑수 산문집 ‘오십의 발견’에는 집이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이라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집은 밖에 있다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볼 일을 마치면 돌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결국 집이란 식구들이 각자 볼 일을 보러 밖으로 나갈 뿐 그 외에는 함께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파트라는 집은 '집'..

'단독주택 인문학 15 - 손주가 자주 오는 집은 평면도가 다르다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독주택을 짓는 목적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일상생활을 단독주택을 지어서 누리기 위함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누구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잠만 자고 나오는 숙소 이상 다른 일을 하는 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밤이 되면 잠잘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 않는가? 휴일이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고 해도 TV를 보는 일 말고는 따로 할 일이 없다. 모처럼 가족들이 같이 모여 밥을 먹어도 집 밖에서 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거실에서는 TV를 보고 각자의 방은 잠을 자는 이외의 기능을 담아내지 못하는 집이 아파트가 아..

단독주택 인문학 14 - 대지에 집을 앉힌 배치도에서 길택吉宅이 보인다

집터를 확정했고 설계자인 건축사도 정해졌으면 집 짓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집터는 법적 건축용어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의미로 대지垈地라고 한다. 건축 설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지에 건물을 놓는 배치 작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건축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건물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집을 쓰는 효용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건축주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집 짓기에서 필요한 전문가는 건축설계와 감리, 행정 업무는 건축사가 되고 공사는 시공자가 된다. 여기서 집 짓기를 전문가가 보는 관점과 집을 쓰게 될 건축주와 가족들의 입장은 다소 다를 수가 있다. 건축 설계 단계에서 건축주가 지나치게 관여하게 되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탓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공사도 그러해서 건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