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건축사사무소 78

단독주택 인문학 21 - 집에서 창(窓)은 불이 들어와야 빛나는 존재

집에서 창窓은 어떤 존재이며 그 역할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자. 집 안에서의 창은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기, 채광, 일조, 조망의 목적을 가진다. 집 밖에서 보이는 창은 아름다운 외관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건축물의 창은 사람 얼굴로 보자면 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눈이 작은 사람보다 큰 눈을 가진 사람이 더 돋보이니 집에서 창도 기능보다 외관을 꾸미는 디자인 요소로 더 비중을 두게 된다. 집을 설계하면서 창을 어떻게 내야 하는 우선순위는 당연히 기능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작업에서 설계자는 외관 디자인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라 외관 구성의 요소로 쓰이고 만다. 그러다 보니 전면을 모두 창으로 내기도 하고 동, 서쪽 벽에도 큰 창을 내는데 주..

단독주택 인문학 20-우리집에만 있는 욕실을 가지고 싶어 짓는 단독주택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놀라는 일 중 하나가 욕실에 변기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욕실 안에 변기를 두는 게 놀랄 일이라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이 아니지만 일본 사람들은 거의 변기는 욕실과 별도로 쓰고 있다. 그건 욕실을 쓰는 주거 문화의 차이일 뿐이니 그 반응에 응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집집마다 안방에 디럭스 한 욕실을 따로 두는 건 우리나라 집에만 있지 않나 싶다. 한 집에 식구가 많지도 않은데 굳이 욕실을 안방에 따로 있는 게 의아하지 않은가?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면 한 사람은 욕실까지 부설된 안방, 다른 한쪽은 싱글베드에 현관 입구 욕실을 쓰게 된다. 한 집에 있는 두 곳의 욕실, 방을 따로 쓰는 부부 중 한 사람은 차별받고 사는 셈이지 않은가? 일본과 우리나라는..

평생지기로 함께 하고 싶었던 건축주의 부고(訃告)

내가 설계해서 지었던 단독주택-지산심한 건축주의 부고를 접했다. 나에게는 부고가 오지 않았고 그 집의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 대표가 전해준 부고였다. 일정이 있어서 문상을 가지 못해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생전의 그를 떠올렸다. 힘들게 집터를 구해서 서른 평의 집인데 설계 기간이 넉 달이었으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공사에도 지켜보았던 게 아니라 못주머니를 차고 잡부 자격으로 참여해서 지었던 집이었다. 당호를 심한재(心閑齋)라고 고인이 직접 지었는데 마음이 쉬어지지 않았을까? 2022년 말에 집을 다 지어서 입주를 했었으니 겨우 두 해나 살았나 보다. 지금 의료 수준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큰 병이라 진단을 받고 그를 찾아가서 만났었다. 얼굴이 수척하긴 했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아서 그를 환자로 보지 않..

경사 지붕에 깊은 처마는 단독주택에서 선택 아닌 필수 요소

딱 2년 전에 처마 없는 단독주택에서 15년 살다 처마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습니다. (35년 된 주택 리모델링) 기존 주택에 큰 목조지붕을 올려지었는데요. 처마가 꽤 나온 구조로 건축사님은 “모자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시네요.  글에서 적어주신 모든 장점을 그대로 느끼며 “살기 완벽하고 좋은 집”이 되었어요. 처마의 중요성은 집을 짓거나 사는 사람들이 꼭 알고 하셨으면 좋겠네요. ^^ 건축가는 집 짓고 떠나지만 건축주는 아마도 10~20년 내지는 평생을 살 테니까요.  현대식 집은 처마 없어도 되는 걸까? 처마를 주제로 썼던 내 글에 독자께서 댓글로 써 준 글이다. 처마 없는 집에서 살다가 처마 깊이가 꽤 깊은 집으로 옮겨와 생활하는 일상의 여유가 묻어난다. 비가 내려도 창문에 빗물이 ..

단독주택 인문학 19 - 밤마다 남편이 사라지는 집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인 한 남자, 이제는 가장이라는 직함(?)은 쓰지도 못하는 그가 쓸 ‘남자의 공간’은 ‘우리집’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거실의 소파’이겠지만 혹시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는 남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시대 옛집에는 사랑채가 당당한 남편의 영역이었다. 사랑채에서 드나드는 손님과 교유하며 집에 있어도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내는 어원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데 옛집에서는 안채의 주인이었다. 옛집과 요즘 아파트를 비교해 보면 사랑채는 사라지고 안채만 남아있는 것 같다. 사랑채가 없어진 아파트에 사는 남편은 자신의 공간을 잃어버린 셈이니 아내의 공간에 얹혀사는 신세인지도 모르겠다. 거실이 있는데 왠 ‘남자의 공간’ 타령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