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80

이혼은 막장 아니면 마지막 장?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주인공이며 이혼에 관련된 소송과 그 주변 에피소드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요즘 세태가 결혼하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데 이혼은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니 이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결혼은 때가 되면 무조건 해야 되는 인륜지대사로 알았던 때가 있었다. 있었다고 전제를 하니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사실 심각한 현실이 바로 결혼이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인 여부가 기혼과 미혼으로 나누던 시절이 이제는 비혼까지 넣어야 한다.      복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이혼      드라마 내용에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아내가 이혼을 해야겠다고 소송 의뢰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평생을 남편의 손찌검으..

할아버지,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요즘 아이들은 전생을 기억하고 태어나는 것일까? 손주가 자라는 모습을 보노라면 키가 커는 것보다 마음씀씀이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두 돌이 지나면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데 배워서 하는 말이 아닌 듯했다. 손주는 이제 세 돌 하고 여섯 달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나이만큼 부리는 아이의 응석은 당연하지만 배워야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보일 땐 그냥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보고 들으며 형성되었을 자아와 다르게 보여주는 행동은 할아버지라서 내 손주가 예쁘게 보이는 것일까? 얼마 전에 손주가 할아버지를 가르치던, 아니 타이르던 얘기를 하려고 한다. 손주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밉게 보일 일이 있을까마는 그날은 내 목소리가 다른 때와 다르게 들렸던 모..

보수동 책방골목 새 명소, 아테네학당 카페

부산 여행을 오는 사람이면 꼭 다녀가야 할 장소 중 한 곳으로 부산 원도심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꼽는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 전쟁 당시 파란민들이 헌책을 팔고 사면서 형성된 근대부산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는 70여 곳이나 되었던 서점들이 이제는 서른 곳 남짓 남아있는데 이마저도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열풍이 일면서 큰 길가의 건물은 매각되고 있어 책방골목의 정체성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책방골목 안내 입간판이 세워진 골목 입구의 건물이 팔려 서점 몇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골목 안의 가장 큰 서점이 있던 건물이 헐리고 신축 건물이 들어서 책방골목의 원형이 무너지고 있다. 책방골목의 원형이 크게 훼손될 위기라고 할 만한 큰 건물이 매각되면서 뜻있는..

퇴고하고 또 퇴고하라

일기나 일상을 기록하는 글은 자유롭게 아무렇게나 써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블로그나 페북 등 SNS에 올리는 글은 그렇지 않다.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글이어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어서 ‘좋아요’ 수를 살피게 되고 댓글로 공감의 느낌을 표현해주길 바라게 된다. 내가 바라는만큼 반응이 없다 보면 글을 올려도 재미가 없어서 오래 지속하지 못하게 된다. SNS 활동은 자의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타의에 의해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공개되는 글은 결국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일상의 소재로 글을 쓰지만 온전히 내 감정에만 몰입하기가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내 감정에 치우쳐 글을 쓰다가도 중간중간 깨어나야만 한다. 그러니 독자를 의식하는..

가르치려고도 자랑하지도 말고 써라

잡문을 써 온 지는 꽤 오래되었다.. 고교 시절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사십 년이 넘은 셈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필전문지에서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이라는 관문을 통과했다. 등단 전에 잠깐 선배 수필가 분의 지도를 받았다. 일반인과 문인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가? 독자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독자는 가르치는 대상일 수 없고 내 자랑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한다. 붓 가는 데로 쓰는 건 좋지만 계몽조나 신세타령, 소소한 개인사를 늘어놓는 게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며 가르치려 든다던지 내 자랑을 쓰면서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면 오산이지 않겠는가? 오랫동안 잡문을 쓰면서 글 잘 쓴다는 칭찬을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