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단독주택인문학 19

단독주택 인문학 19 - 밤마다 남편이 사라지는 집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인 한 남자, 이제는 가장이라는 직함(?)은 쓰지도 못하는 그가 쓸 ‘남자의 공간’은 ‘우리집’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거실의 소파’이겠지만 혹시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는 남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시대 옛집에는 사랑채가 당당한 남편의 영역이었다. 사랑채에서 드나드는 손님과 교유하며 집에 있어도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내는 어원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데 옛집에서는 안채의 주인이었다. 옛집과 요즘 아파트를 비교해 보면 사랑채는 사라지고 안채만 남아있는 것 같다. 사랑채가 없어진 아파트에 사는 남편은 자신의 공간을 잃어버린 셈이니 아내의 공간에 얹혀사는 신세인지도 모르겠다. 거실이 있는데 왠 ‘남자의 공간’ 타령이냐고..

단독주택 인문학 18 - 며느리도 기꺼이 자고 가는 집은 거실이 다르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거실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사실 두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집이 거실이라기보다 TV 시청실로 쓰고 있다. 50인치나 60인치 대형 모니터가 벽면에 떡하니 자리하고 그쪽을 향해 긴 소파가 놓여있다. 이런 거실 풍경은 집집마다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오래전에 있었던 틱낫한 스님 방한 강연에서 들었던 프랑스의 가정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틱낫한 스님은 강연에서 우리네 삶에서 마주 보기와 한 방향 보기를 이렇게 말했다. 남녀가 마주 보다가 서로 좋아졌고 인생을 한 방향을 보기로 하며 결혼하고선 마주 보는 건 부부 싸움할 때일 뿐 한 방향을 보는 건 TV밖에 없다고 했다. 스님이 얘기 한 이런 부부의 일상은 프랑스의 경우인데 어쩌면 우리네 부부와 다르지 않은지 희한하기도 ..

단독주택 인문학 17 - 식구들이 기운을 받고 살 수 있는 집의 평면도는?

모 프로야구 구단이 승승장구할 때 ‘기세’라고 구호를 썼다. 기세氣勢란 기운차게 뻗치는 운세를 말하는데 집의 운세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뻗치듯이 좋은 집의 기운을 받으며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저절로 잘 풀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일상이 담긴 집이라면 소위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에 사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유독 활달한 아이들을 보면 화목한 가정, 자애로운 부모의 슬하에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배경, 믿을만한 뒷배는 집이고 부모라는 건 분명하다. 화목한 가정을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본다면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장면이리라. 이런 분위기의 집은 기운이 뻗쳐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의 기운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집의 기운이..

'단독주택 인문학' 16 - 방이 '방'이라야 집도 '집'일 수 있는 '우리집' 평면도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문구는 저 유명한 성철 스님의 법구法句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스님이 던지는 화두를 잘 새겨보면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보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럼 우리는 집을 '집'으로, 방을 '방'으로 제대로 쓰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자.      '집이란 무엇일까?'라고 화두를 들어보면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이갑수 산문집 ‘오십의 발견’에는 집이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이라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집은 밖에 있다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볼 일을 마치면 돌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결국 집이란 식구들이 각자 볼 일을 보러 밖으로 나갈 뿐 그 외에는 함께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파트라는 집은 '집'..

'단독주택 인문학 15 - 손주가 자주 오는 집은 평면도가 다르다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독주택을 짓는 목적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일상생활을 단독주택을 지어서 누리기 위함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누구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잠만 자고 나오는 숙소 이상 다른 일을 하는 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밤이 되면 잠잘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 않는가? 휴일이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고 해도 TV를 보는 일 말고는 따로 할 일이 없다. 모처럼 가족들이 같이 모여 밥을 먹어도 집 밖에서 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거실에서는 TV를 보고 각자의 방은 잠을 자는 이외의 기능을 담아내지 못하는 집이 아파트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