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51

단독주택 인문학 22 - 단독주택 마당은 양의 공간, 아파트도 발코니가 있어야 음양이 조화롭다

우리 몸은 음양의 균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을 잘 먹는 건 음을 채우는 것이고, 운동으로 양기가 활발해져야 몸은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음식을 잘 먹어도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고,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서 과하게 몸을 써도 안 된다. 먹는 만큼 운동이 필요하고,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하려면 잘 챙겨 먹어야 음양의 조화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집도 내부 공간은 음의 요소로 정적이고, 외부 공간은 양의 요소라 동적이다. 발코니가 없는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는 내부 공간 밖에 없다. 외부 공간이 없는 집인 신축 아파트는 활기가 떨어지고 집 안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소파에 몸을 묻고 TV 모니터만 바라보는 일..

단독주택 인문학 21 - 집에서 창(窓)은 불이 들어와야 빛나는 존재

집에서 창窓은 어떤 존재이며 그 역할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자. 집 안에서의 창은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기, 채광, 일조, 조망의 목적을 가진다. 집 밖에서 보이는 창은 아름다운 외관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건축물의 창은 사람 얼굴로 보자면 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눈이 작은 사람보다 큰 눈을 가진 사람이 더 돋보이니 집에서 창도 기능보다 외관을 꾸미는 디자인 요소로 더 비중을 두게 된다. 집을 설계하면서 창을 어떻게 내야 하는 우선순위는 당연히 기능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작업에서 설계자는 외관 디자인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라 외관 구성의 요소로 쓰이고 만다. 그러다 보니 전면을 모두 창으로 내기도 하고 동, 서쪽 벽에도 큰 창을 내는데 주..

단독주택 인문학 20-우리집에만 있는 욕실을 가지고 싶어 짓는 단독주택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놀라는 일 중 하나가 욕실에 변기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욕실 안에 변기를 두는 게 놀랄 일이라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이 아니지만 일본 사람들은 거의 변기는 욕실과 별도로 쓰고 있다. 그건 욕실을 쓰는 주거 문화의 차이일 뿐이니 그 반응에 응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집집마다 안방에 디럭스 한 욕실을 따로 두는 건 우리나라 집에만 있지 않나 싶다. 한 집에 식구가 많지도 않은데 굳이 욕실을 안방에 따로 있는 게 의아하지 않은가?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면 한 사람은 욕실까지 부설된 안방, 다른 한쪽은 싱글베드에 현관 입구 욕실을 쓰게 된다. 한 집에 있는 두 곳의 욕실, 방을 따로 쓰는 부부 중 한 사람은 차별받고 사는 셈이지 않은가? 일본과 우리나라는..

평생지기로 함께 하고 싶었던 건축주의 부고(訃告)

내가 설계해서 지었던 단독주택-지산심한 건축주의 부고를 접했다. 나에게는 부고가 오지 않았고 그 집의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 대표가 전해준 부고였다. 일정이 있어서 문상을 가지 못해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생전의 그를 떠올렸다. 힘들게 집터를 구해서 서른 평의 집인데 설계 기간이 넉 달이었으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공사에도 지켜보았던 게 아니라 못주머니를 차고 잡부 자격으로 참여해서 지었던 집이었다. 당호를 심한재(心閑齋)라고 고인이 직접 지었는데 마음이 쉬어지지 않았을까? 2022년 말에 집을 다 지어서 입주를 했었으니 겨우 두 해나 살았나 보다. 지금 의료 수준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큰 병이라 진단을 받고 그를 찾아가서 만났었다. 얼굴이 수척하긴 했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아서 그를 환자로 보지 않..

아파트에서 다시는 살 수 없는 도심 단독주택 설계

작년에 단독주택 설계로 상담을 하고 갔던 건축주가 있었다. 젊은 부부가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구한 땅은 도심지의 작은 대지였다. 단독주택을 지을 땅에서 가장 중요한 여건은 남향 햇살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다행히 이 땅에 접한 6미터 도로가 남쪽에 있어서 남향 대지의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적도만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남향 대지라는 여건과 햇볕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현장 상황의 큰 차이는 전문가의 시각이 아니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실 이런 대지의 여건에 대한 분석은 고급 정보라서 무상으로 하는 건축주와의 상담에서는 얘기하면 안 되는데 그냥 내뱉고 말았다. 심지어 남향 햇살을 받을 수 있는 해결책까지 얘기해 주고 말았으니 나는 참 어리석은-돈 안 되는 건축사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