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54

단독주택 인문학 25-챙 넓은 모자와 처마 깊은 경사지붕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건축적 지식이나 기획력, 전문기술만으로는 집을 설계할 수 없다. 건축가는 삶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력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행동이나 동작을 자세히 관찰하고 복잡한 심리의 줄거리를 읽어내어 해석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진 인간관찰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 ‘집을 순례하다’를 집필한 나카무라 요시후미 주택을 설계하는 일이 건축가들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오직 사람의,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현종 시인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인문학 24 - Joyful 혹은 잡초-풀 하우스를 결정하는 마당 설계

전원주택을 일러 ‘풀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POOL HOUSE가 아니라 잡초-풀과 함께 살아야 하는 집이라는 말이다. 잘 깎아진 잔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사진으로 보고 환상을 현실로 옮겨서 집을 지은 결과를 빗댄 말인 것이다. 넓은 잔디 마당을 꿈꾸며 집을 지었다면 집은 곧 주체하기 어려운 짐이 되고 만다.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 건물과 마당의 관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울 수 없게 된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건물 설계만큼 마당 설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집이 아니라 짐이 되고, Joyful이 아니라 잡초-풀과 전쟁을 벌이고 사는 게 마당 때문이라는 걸 단독주택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한옥에서 배우는 마당의 쓰임새 한옥에서 마당은 집 ..

단독주택 인문학 23 - 마당이 있어 편히 숨 쉴 수 있는 도심 단독주택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게 되면 몸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다. 나갔던 숨이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왔던 숨이 나가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순간이 된다. 목숨은 국어사전에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이라고 되어 있다. 사망 원인에서 가장 많은 게 폐질환이라고 하니 숨을 잘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들숨, 날숨을 살피는 수행이 명상이고, 참선이라 한다. 들어오는 숨이 단전까지 닿는지 살피고, 나가는 숨은 속을 완전하게 비우듯 내보내며 바라보듯 뱉어낸다. 짧은 숨을 헐떡이듯 쉬거나 숨 쉬는 상태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면 몸 상태가 나빠진다고 한다. 숨을 제대로 쉬면서 사는 건 우리 몸뿐이 아니라 주거 생활에도 같은 맥락으로 살필 수 있다. 숨 쉬는 집인 단독주택과 숨만 쉬는 집인 ..

단독주택 인문학 22 - 단독주택 마당은 양의 공간, 아파트도 발코니가 있어야 음양이 조화롭다

우리 몸은 음양의 균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을 잘 먹는 건 음을 채우는 것이고, 운동으로 양기가 활발해져야 몸은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음식을 잘 먹어도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고,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서 과하게 몸을 써도 안 된다. 먹는 만큼 운동이 필요하고,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하려면 잘 챙겨 먹어야 음양의 조화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집도 내부 공간은 음의 요소로 정적이고, 외부 공간은 양의 요소라 동적이다. 발코니가 없는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는 내부 공간 밖에 없다. 외부 공간이 없는 집인 신축 아파트는 활기가 떨어지고 집 안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소파에 몸을 묻고 TV 모니터만 바라보는 일..

단독주택 인문학 21 - 집에서 창(窓)은 불이 들어와야 빛나는 존재

집에서 창窓은 어떤 존재이며 그 역할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자. 집 안에서의 창은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기, 채광, 일조, 조망의 목적을 가진다. 집 밖에서 보이는 창은 아름다운 외관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건축물의 창은 사람 얼굴로 보자면 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눈이 작은 사람보다 큰 눈을 가진 사람이 더 돋보이니 집에서 창도 기능보다 외관을 꾸미는 디자인 요소로 더 비중을 두게 된다. 집을 설계하면서 창을 어떻게 내야 하는 우선순위는 당연히 기능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작업에서 설계자는 외관 디자인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라 외관 구성의 요소로 쓰이고 만다. 그러다 보니 전면을 모두 창으로 내기도 하고 동, 서쪽 벽에도 큰 창을 내는데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