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31

단독주택 인문학 8 - 며느리가 묵어가야 손주를 안아볼 텐데

아파트는 기성품 집이다. 그러니 아파트는 집이라 해도 어차피 골라서 구입했으니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불만을 모르고 그냥 살고 있다고 해도 아파트가 우리 식구의 삶을 얼마나 온전하게 담아내고 있는지 생각은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가족들과 살아가는 삶의 가치가 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우리 식구들만을 위한 우리집’을 지어서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려고 해도 어떻게 지어야 우리 식구의 삶에 딱 맞는 맞춤집이 될 수 있는지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집이라는 모양새’는 전문가가 해결해 주겠지만 ‘어떻게 살 집이냐는 쓰임새‘는 건축주가 답을 내야 하므로 조목조목 잘 따져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다는..

(18)고가풍 주택에서 아파트의 풍경을 다시 생각하다| 이동언 교수

아파트 10층에 사는 나는 김기택의 시, '그는 새보다도 땅을 적게 밟는다'를 읽고 정말 의아했다. 사람이 새보다 적게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가만히 따져보니 인간이 확실히 새보다 적게 땅을 밟는다. 그 사실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그것은 정말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의 소산이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는다./ 그의 몸무게는 고무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전달된다./ 몸무게는 빠르게 구르다 먼지처럼 흩어진다./ 차에서 ..

단독주택 인문학 7 - 각방을 쓰자는 데 안방은 누가 써야 할까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니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을까 싶어 찾아 확인은 했지만 생소하게 다가온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집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자고 하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작은방을 쓴 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 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되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어느 여름부터 거실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부터 아내는 안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댁에도 각방 쓰고 있으신지요?         ..

단독주택 용소정 3 - 음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집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한옥에서 살아보지 않은 건 같은 처지이다. 그런데 만약 한옥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은 금세 적응해서 한 달쯤이야 조금 불편해도 원래 살았던 사람 같이 생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이색 생활 체험 같이 한 달 살기는 상당히 힘들게 지내야 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보지도 않은 한옥에 금세 적응할 수 있을까? 그건 조상님들께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의식적으로는 모든 게 생소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 온돌방에서는 침대와 다르게 꿀잠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양이 어우러지는 집 낮과 밤, 주인과 손님, 외부와 내부, 배후와 조망 등의 음과 양의 조화가 용소정 설계..

단독주택 용소정 2 -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설계 개념을 얻다

단독주택은 참 귀한 프로젝트이지만 다행히 작업할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물론 단독주택만 전문으로 작업해서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건축사로써 마음 가짐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는 이만한 프로젝트가 드물다. 옛집을 가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축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다지게 된다. 근대를 겪지 못한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고 현대 건축으로 바로 들어간 게 우리나라 건축물의 시대적 상황이다. 한옥이라는 옛집에서 이어지는 과정 없이 아파트에서 살게 되다 보니 이 시대 단독주택은 족보 없는 집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닮은 평면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런데 공중에 떠 있는 박스에 갇힌 평면을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