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47

아파트에서 다시는 살 수 없는 도심 단독주택 설계

작년에 단독주택 설계로 상담을 하고 갔던 건축주가 있었다. 젊은 부부가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구한 땅은 도심지의 작은 대지였다. 단독주택을 지을 땅에서 가장 중요한 여건은 남향 햇살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다행히 이 땅에 접한 6미터 도로가 남쪽에 있어서 남향 대지의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적도만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남향 대지라는 여건과 햇볕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현장 상황의 큰 차이는 전문가의 시각이 아니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실 이런 대지의 여건에 대한 분석은 고급 정보라서 무상으로 하는 건축주와의 상담에서는 얘기하면 안 되는데 그냥 내뱉고 말았다. 심지어 남향 햇살을 받을 수 있는 해결책까지 얘기해 주고 말았으니 나는 참 어리석은-돈 안 되는 건축사가 아닌가? ..

경사 지붕에 깊은 처마는 단독주택에서 선택 아닌 필수 요소

딱 2년 전에 처마 없는 단독주택에서 15년 살다 처마가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습니다. (35년 된 주택 리모델링) 기존 주택에 큰 목조지붕을 올려지었는데요. 처마가 꽤 나온 구조로 건축사님은 “모자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시네요.  글에서 적어주신 모든 장점을 그대로 느끼며 “살기 완벽하고 좋은 집”이 되었어요. 처마의 중요성은 집을 짓거나 사는 사람들이 꼭 알고 하셨으면 좋겠네요. ^^ 건축가는 집 짓고 떠나지만 건축주는 아마도 10~20년 내지는 평생을 살 테니까요.  현대식 집은 처마 없어도 되는 걸까? 처마를 주제로 썼던 내 글에 독자께서 댓글로 써 준 글이다. 처마 없는 집에서 살다가 처마 깊이가 꽤 깊은 집으로 옮겨와 생활하는 일상의 여유가 묻어난다. 비가 내려도 창문에 빗물이 ..

단독주택 인문학 19 - 밤마다 남편이 사라지는 집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아내의 남편인 한 남자, 이제는 가장이라는 직함(?)은 쓰지도 못하는 그가 쓸 ‘남자의 공간’은 ‘우리집’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거실의 소파’이겠지만 혹시 방 하나를 서재로 쓰고 있는 남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조선시대 옛집에는 사랑채가 당당한 남편의 영역이었다. 사랑채에서 드나드는 손님과 교유하며 집에 있어도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내는 어원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데 옛집에서는 안채의 주인이었다. 옛집과 요즘 아파트를 비교해 보면 사랑채는 사라지고 안채만 남아있는 것 같다. 사랑채가 없어진 아파트에 사는 남편은 자신의 공간을 잃어버린 셈이니 아내의 공간에 얹혀사는 신세인지도 모르겠다. 거실이 있는데 왠 ‘남자의 공간’ 타령이냐고..

단독주택 인문학 18 - 며느리도 기꺼이 자고 가는 집은 거실이 다르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거실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사실 두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집이 거실이라기보다 TV 시청실로 쓰고 있다. 50인치나 60인치 대형 모니터가 벽면에 떡하니 자리하고 그쪽을 향해 긴 소파가 놓여있다. 이런 거실 풍경은 집집마다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오래전에 있었던 틱낫한 스님 방한 강연에서 들었던 프랑스의 가정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틱낫한 스님은 강연에서 우리네 삶에서 마주 보기와 한 방향 보기를 이렇게 말했다. 남녀가 마주 보다가 서로 좋아졌고 인생을 한 방향을 보기로 하며 결혼하고선 마주 보는 건 부부 싸움할 때일 뿐 한 방향을 보는 건 TV밖에 없다고 했다. 스님이 얘기 한 이런 부부의 일상은 프랑스의 경우인데 어쩌면 우리네 부부와 다르지 않은지 희한하기도 ..

단독주택 인문학 17 - 식구들이 기운을 받고 살 수 있는 집의 평면도는?

모 프로야구 구단이 승승장구할 때 ‘기세’라고 구호를 썼다. 기세氣勢란 기운차게 뻗치는 운세를 말하는데 집의 운세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뻗치듯이 좋은 집의 기운을 받으며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저절로 잘 풀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일상이 담긴 집이라면 소위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에 사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유독 활달한 아이들을 보면 화목한 가정, 자애로운 부모의 슬하에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배경, 믿을만한 뒷배는 집이고 부모라는 건 분명하다. 화목한 가정을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본다면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장면이리라. 이런 분위기의 집은 기운이 뻗쳐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의 기운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집의 기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