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25

이혼은 막장 아니면 마지막 장?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주인공이며 이혼에 관련된 소송과 그 주변 에피소드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요즘 세태가 결혼하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데 이혼은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니 이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결혼은 때가 되면 무조건 해야 되는 인륜지대사로 알았던 때가 있었다. 있었다고 전제를 하니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사실 심각한 현실이 바로 결혼이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인 여부가 기혼과 미혼으로 나누던 시절이 이제는 비혼까지 넣어야 한다.      복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이혼      드라마 내용에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아내가 이혼을 해야겠다고 소송 의뢰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평생을 남편의 손찌검으..

할아버지,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요즘 아이들은 전생을 기억하고 태어나는 것일까? 손주가 자라는 모습을 보노라면 키가 커는 것보다 마음씀씀이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두 돌이 지나면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데 배워서 하는 말이 아닌 듯했다. 손주는 이제 세 돌 하고 여섯 달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나이만큼 부리는 아이의 응석은 당연하지만 배워야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보일 땐 그냥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보고 들으며 형성되었을 자아와 다르게 보여주는 행동은 할아버지라서 내 손주가 예쁘게 보이는 것일까? 얼마 전에 손주가 할아버지를 가르치던, 아니 타이르던 얘기를 하려고 한다. 손주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밉게 보일 일이 있을까마는 그날은 내 목소리가 다른 때와 다르게 들렸던 모..

큰 절이 사라졌다

이번 한가위 명절에도 차례를 지내며 큰 절을 올렸다. 환갑을 넘기고 나니 찾아볼 어른이 계시지 않는다. 우리 집안은 명이 짧은 편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고모님들은 여든을 넘겼지만 이제 다 돌아가셨다. 어른들이 살아계실 때는 명절 인사를 가면 꼭 큰 절로 예를 드렸었는데 우리 아래 대에서는 그 풍습은 사라진 듯하다. 사위가 다녀갔지만 집에 들어서면서 “저 왔습니다”하고 들어오며 고개를 숙이는 게 인사였다. 동서들이 찾아와서 식사를 했는데 장모님이 계셨는데도 명절 인사로 큰 절을 올리는 걸 챙기지 않았으니 맏사위의 불찰이었다. 큰 절은 윗사람에게 예를 표하는 가장 기본인데 나마저도 잊고 사니 안타까운 일이다. 명절에 어른께 드리는 큰 절은 윗사람에게 예를 표하는 기본인데 나마저도 잊고 사니 안타까운 일이다 요..

원효 스님의 마당

때는 늦가을, 분황사 마당에는 낙엽이 이리저리 바람에 구르고 있었다. 설총은 자신이 원효 스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아버지를 찾아 분황사로 달려왔다. 스님이 파계를 해서 자식을 낳았고 자신이 그런 아버지를 두었다는 게 부끄럽고 억울했다. 원효 스님 앞에 선 설총은 그 연유를 말로 뱉지 않아도 분노에 찬 눈빛이 이미 따지고 있었다. 원효 스님은 말없이 밖으로 나왔고 설총을 그 뒤를 따랐다. 원효 스님은 빗자루를 설총에게 주면서 절 마당을 쓸라고 했다. 원효 스님이 누구인가? 이 나라의 국사나 다름없는 어른인 원효 스님의 명이니 일단 절 마당을 쓸 수밖에 없었다. 늦가을 절 마당은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떨어져 깨끗하게 쓸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당에는 낙엽 하나 없이 깨끗..

보수동 책방골목 새 명소, 아테네학당 카페

부산 여행을 오는 사람이면 꼭 다녀가야 할 장소 중 한 곳으로 부산 원도심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꼽는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 전쟁 당시 파란민들이 헌책을 팔고 사면서 형성된 근대부산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는 70여 곳이나 되었던 서점들이 이제는 서른 곳 남짓 남아있는데 이마저도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열풍이 일면서 큰 길가의 건물은 매각되고 있어 책방골목의 정체성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책방골목 안내 입간판이 세워진 골목 입구의 건물이 팔려 서점 몇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골목 안의 가장 큰 서점이 있던 건물이 헐리고 신축 건물이 들어서 책방골목의 원형이 무너지고 있다. 책방골목의 원형이 크게 훼손될 위기라고 할 만한 큰 건물이 매각되면서 뜻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