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12

숙차는 막걸리처럼 편하게 마시는 보이차

숙차, 보이차를 알게 되면서 먼저 마시게 되는 차지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차이면서 또 어려운 차일지도 모릅니다. 싼 차이기에 함부로 사게 되는데 마셔서는 안 되는 차를 원래 그런 차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요.숙차를 마시게 되면서 차가 제 생활의 기본축이 되었습니다. 제가 앉는 자리, 집에는 거실에, 사무실 제 방의 탁자에는 물론이고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아예 차실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차는 늘 제 곁에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는 표일배를 빠뜨리지 않고 챙겨 일상다반사를 행하게 한 수훈갑이 바로 숙차입니다.그러다 보니 차 이야기만 나오면 숙차 숙차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숙차는 거의 십여 년 동안 제게 밥보다 더 가까웠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밥은 때가 되어야 먹지만 차는 마시고 싶으면 그게..

누가 숙차를 그렇고 그런 차라고 하나요?-2018 대평 延年益壽

무설자의 에세이 숙차이야기 2004누가 숙차를 그렇고 그런 차라고 하나요?-2018 대평 延年益壽  아직도 숙차는 보이차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숙차를 그 가격에?' 정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대부분 숙차가 착한 가격이나까. 고백하건데 나도 다우들에게 숙차를 5만 원 이상 지불하고 사려면 꼭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살피라고 한다. 그래서 연년익수의 가격을 접하고 고개는 갸우뚱, 내심으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수차 가격과 맞먹는 숙차값이라면 어떤 모료를 썼기에 이런 가격으로 출시된 것일까?  포장지에는 어떤 차산의 모료인지 알 수 없고 차의 이름만 떡하니 '延年益壽'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延年益壽,사전을 찾아보니 '나이를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사는 것. 목숨을 ..

단독주택 용소정 3 - 음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집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한옥에서 살아보지 않은 건 같은 처지이다. 그런데 만약 한옥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은 금세 적응해서 한 달쯤이야 조금 불편해도 원래 살았던 사람 같이 생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이색 생활 체험 같이 한 달 살기는 상당히 힘들게 지내야 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보지도 않은 한옥에 금세 적응할 수 있을까? 그건 조상님들께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의식적으로는 모든 게 생소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 온돌방에서는 침대와 다르게 꿀잠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양이 어우러지는 집 낮과 밤, 주인과 손님, 외부와 내부, 배후와 조망 등의 음과 양의 조화가 용소정 설계..

단독주택 용소정 2 -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설계 개념을 얻다

단독주택은 참 귀한 프로젝트이지만 다행히 작업할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물론 단독주택만 전문으로 작업해서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건축사로써 마음 가짐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는 이만한 프로젝트가 드물다. 옛집을 가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축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다지게 된다. 근대를 겪지 못한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고 현대 건축으로 바로 들어간 게 우리나라 건축물의 시대적 상황이다. 한옥이라는 옛집에서 이어지는 과정 없이 아파트에서 살게 되다 보니 이 시대 단독주택은 족보 없는 집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닮은 평면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런데 공중에 떠 있는 박스에 갇힌 평면을 어떻게..

단독주택 용소정 1 - 나를 닮은 집으로 설계해주오

집일까?언제부터였을까? 정해진 박스 틀 속에 차곡차곡 우리의 삶을 구겨 넣는데 익숙해져 온 것이. 유행 따라 차를 바꾸듯 일 년을 살기도 하고, 십 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옮겨 사는데 익숙해져 버린 우리네 삶의 방식. 우리 집, 우리 동네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무슨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가 우리네 주거가 되어 버렸다. 집이냐?아파트는 걷어버리면 떠날 수 있는 유목민의 텐트처럼 짐만 들어내면 아무런 미련 없이 옮겨갈 수 있다. 내 아이가 자라온 기억도, 이웃과 나눈 정도 옷에 묻은 먼지 털어내듯 툴툴 털어버리면 그만일까? 아무 미련 없이 주소 바꾸고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삶을 사는 도시인의 내면은 외로운 기억 밖에 없다. 집이다.나를 담고 식구들과 함께 살아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