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51

단독주택이 "우리집'이 되어야 함에 대하여-2017 부산건축제 개막강연 원고

단독주택이 ‘우리집’이 되어야 함에 대하여 - 2017 부산국제건축문화제(주제-Living in the City) 개막강연 원고 김 정 관 우리는 누구나 집에 산다. 바깥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다. 집에서 지내다가 잠깐 밖으로 나간다. 바깥에서 잠시 볼 일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 -이갑수 산문집 '오십의 발견’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 집에 대한 정의가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있을까? 집은 일상의 시작점이자 종점이다. 누구에게나 하루 일과를 마치면 돌아갈 곳은 ‘집’ 일 수밖에 없는데 그 ‘집’을 잃고 방황한다. 밤 열 시 경이면 식구들이 모두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불이 켜지지 않..

외로움이라는 병, 그리움이라는 약

외로움이라는 병, 그리움이라는 약 김 정 관 올 겨울이 춥다고 하더니만 세밑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처럼 꽁꽁 얼어붙은 날엔 아랫목에 엉덩이를 붙이고 만화책을 보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계절이 그러니 하면 마음의 갈등은 없는데 덥다니 춥다니 하면서 투덜대는 게 사람이다. 이런 날에는 따스한 차 한 잔 하기에 딱 좋고 차향에 빠져들다 보면 누군가 그리워진다. 이 그리움의 대상은 누구일까? 추운 날에는 향이 짙은 홍차나 암차를 마시는 게 제격이다. 잔으로 전해오는 온기도 좋지만 오롯이 느껴지는 차향에 유난히 차맛이 좋게 다가온다. 더운 날에는 만사가 귀찮지만 추우면 무엇을 해도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한정되지만. 차향에 묻어서 문득..

2019 부산건축제의 주제 ‘어떤 집을 지을까?’에 ‘어떻게 살 집’을 덧붙여보니

2019 부산건축제의 주제 ‘어떤 집을 지을까?’에 ‘어떻게 살 집’을 덧붙여보니 ‘부산건축제’에서는 격년으로 9월에 건축 잔치를 벌인다. 올해는 부산역 광장 일원에 행사장을 마련했다. 이번 주제는 '어떤 집을 지을까?'라고 정했다. 주제를 살펴보자니 '어떤 집'에 눈길이 멎어 잠깐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이라는 표현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구분을 이르는 것이다. ‘이런 집? 저런 집?’으로 집에다 초점이 맞춰서 얘기하는 것이리라. 어떤 집이라면 기와집, 나무집으로 구분이 되기도 하겠고 단독주택, 연립주택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 큰집, 작은집으로 선택이 되기도 하겠고 단층집, 이층집으로 차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심주택과 전원주택도 어떤 집에서 구분이 되면서 얘기를 할 수 있겠다. '어떤 집을..

창으로 닫혀 있는 집 아파트, 문으로 열려 자연과 소통하는 단독주택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16 창으로 닫혀 있는 집 아파트, 문으로 열려 자연과 소통되는 단독주택 -'창문'으로 세상과 不通되는 집 아파트와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되는 단독주택 ‘우리집’ 주인에게는 가랑비, 손님은 이슬비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얼씨구나 손이 어서 가주길 바라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겠다. 왠 걸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이슬비’가 내린다며 더 있고 싶은 의중을 전했다나 어쨌다나.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 요즘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은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

집 이전의 집,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설자의 에세이 집 이야기 1901 집 이전의 집, 어떻게 살고 싶은가? 김 정 관 벌써 십년 전의 일이다. 남쪽 도시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땅에 단독주택을 의뢰 받아서 설계를 하게 되었다. 건축주의 처삼촌이 되는 분의 소개로 그를 처음 만나 인사를 주고받았다. 건축주를 처음 만나게 되면 으레 그렇듯 그동안 주택을 설계하면서 가지게 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단독주택은 흔하지 않은 프로젝트지만 매년 한두 건씩 그동안 열 건 이상을 하다 보니 할 얘기는 많았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인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가 내 말을 끊으며 나이를 물었다. 건축주의 나이가 나보다 한 살이 적었는데 호형호제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일을 수주하러 온 나에게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란 말인가? 그렇게 제안했던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