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51

이제부터 집도, 사람도 서로 익숙해져야 할 거라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건축가 A와 세계적인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안도 타다오가 건축주가 던졌던 꼭 같은 질문에 대해 다른 대답을 했다. 건축주가 그들이 설계해서 지은 집에 입주해서 살아보니 불편한 게 많다고 두 건축가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다. 살아보니 불편한 건 건축주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우리나라 건축가 A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당신은 교수니까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교수라는 당신의 위치에 어울리게 설계했으니까요." 그러면 안도 타다오는 어떻게 얘기했을까? "이제 막 입주한 상태이니 집도, 당신도 서로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살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두 건축가의 대답에서 건축주가 수긍할만한 내용이 있었을까? A 건축가가 설계한 집은 건축주의..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11014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아파트에 사는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들고 새벽은 더디게 밝아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퇴근길은 저 멀리 하늘 끝에 석양이 깔린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사위四圍는 어둑어둑 해졌는데 아직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많다. 저녁 무렵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은 잠 들 즈음이라야 발코니가 밝아진다. 잠 들 시간이라야 사람이 드는 집은 ‘빈집’이나 무엇이 다르랴. 바깥일이 없는 사람은 집에 머물지만 일 하러 나간 사람은 잠잘 시간이 되어야 숨어들 듯 들어온다.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식도 집 떠나면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되어 버리니 아파트는 외로움을 부르는 원흉..

단독주택은 三代의 和音이 아름다운 집이라야

손주와 조부모가 어우러지는 三代의 和音이 아름다운 집 독주獨走가 아닌 소통疏通은 개인의 영역이 보호될 때 큰 하나의 질서에 동참할 수 있다. 가장 중심의 종적질서의 집이 아파트를 포함하는 지금까지 살아온 주거공간이었다. 과거의 집이 아니라 개개인의 영역이 확보되어 세대 간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미래의 집은 어떠해야 할까? 아파트는 ‘부부만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깊이 뿌리를 내려버렸다. 아파트를 부부만을 위한 집이라고 단정을 내리는 근거가 있을까? 전용 공간이 백 평이 넘는 아파트도 삼 세대 거주가 힘들 뿐 아니라 자식들의 영역은 배제되어 방 하나에서 그치고 있다. 아파트에서 홀로 된 노부모와 함께 지내기가 어렵고,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학교 앞 원룸으로 분가를 서둔다. 출가한 자식들이 자주 찾지 ..

벽난로보다 구들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10426 벽난로보다 구들 단독주택이 봇물 터지듯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지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공사비에 부담이 되어서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아파트 거래가가 미친 듯이 오르다보니 이젠 단독주택을 짓는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는 부담이 가는 지가地價 탓인지 작품이라고 할 만큼 개성 있는 집이 지어진다. 그렇지만 도시 외곽에 택지를 만들어 사업자가 공급하는 집은 꼭 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듯이 짓고 있으니 너무 아쉽다. 아파트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단독주택을 왜 분양받아서 사는 것일까? 단독주택은 우리 식구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집’이라는 말에서 큰 의미를..

집, 그 바탕으로서의 無, 屬性으로서의 空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00103 집, 그 바탕으로서의 無, 屬性으로서의 空 김 정 관 無와 空, 한자를 그대로 읽어낸다면 ‘없다’의 無는 ‘있다’라는 有의 상대어이며 ‘비어있음’의 空은 ‘눈에 보이는 모습’이라는 色의 상대어가 된다. 하지만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무無는 유有를 드러내게 하는 근원이며 불교에서 공空은 색色의 속성屬性으로 본다. 즉 존재로서의 유有는 근원으로서의 무無를 바탕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며, 눈으로 볼 수 있는 색色은 한시적인 모습일 뿐 그 속성은 끊임없이 변해가므로 공空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형태로서 드러나는 것인 ‘유有와 색色’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보이는 것만으로는 읽어내기 어렵다. 드러난 모양으로는 보는 사람마다 읽어내는 시각의 차이로 말미암아 각기 다른 견해를 표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