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건축제의 주제 ‘어떤 집을 지을까?’에 ‘어떻게 살 집’을 덧붙여보니
‘부산건축제’에서는 격년으로 9월에 건축 잔치를 벌인다. 올해는 부산역 광장 일원에 행사장을 마련했다. 이번 주제는 '어떤 집을 지을까?'라고 정했다. 주제를 살펴보자니 '어떤 집'에 눈길이 멎어 잠깐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이라는 표현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구분을 이르는 것이다. ‘이런 집? 저런 집?’으로 집에다 초점이 맞춰서 얘기하는 것이리라.
어떤 집이라면 기와집, 나무집으로 구분이 되기도 하겠고 단독주택, 연립주택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 큰집, 작은집으로 선택이 되기도 하겠고 단층집, 이층집으로 차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심주택과 전원주택도 어떤 집에서 구분이 되면서 얘기를 할 수 있겠다.
'어떤 집을 지을까?'는 다분히 물리적인 방향의 집 얘기가 오고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집'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를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식구가 함께 살 집을 지으려고 계획을 짜면서 모두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으려면 '어떤 집'이 되어야 할까?
'어떤'이라는 말에는 이미 구분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현명한 가장이라면 식구들의 의견을 잘 조정해서 합의된 대안을 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집에 대한 관점이 다를 것이니 하나로 수긍할 집에 이르기에는 꽤 분주한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다.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집'이 아니라 '어떻게 살 집'을 먼저 의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식구가 어떻게 살 집이라야 할까?’의 결론은 당연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라는 추상적인 명제가 제시되면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다는 식구들의 의견이 나오게 될 것이다.
'어떤'이 다분히 물리적인 구분이라고 보면 '어떻게'는 정서적인 차이가 될 터이다. ‘이것저것’으로 나누어진 것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저렇게’로 차이가 나는 생각을 담아내는 건 집의 얼개를 짜는 소스가 된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어떤 집’으로 지어진 집에서는 모두가 만족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 살 집’인지 충분히 얼개를 짜서 지은 집이라면 식구들이 오래 행복하게 살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집'과 '어떻게 살 집'은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시각적으로 보는 전시회에서 정서적인 '어떻게'를 주제로 풀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집'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튼 '2019 부산건축제'에서 집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얘기를 듣고 그 대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 정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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