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51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집을 살펴라

풍수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유명한 지관이었던 손석우 씨가 썼던 터라는 풍수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묘를 잘 쓰면 후손이 發福발복 해서 잘 살 수 있다고 하며 묘자리에만 관련시키는 건 풍수에 대한 편견이다. 터를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지금도 풍수는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등 주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풍수는 전통적인 지리 과학으로 도읍을 정하고 마을을 이루고 집을 지을 때에는 꼭 풍수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지명도 풍수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니 묘를 쓰는 음택 풍수보다 도시나 마을, 집을 짓는데 적용된 양택 풍수가 주를 이룬다. 살아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양택인 집, 죽어서도 후손을 위해 음택인 묘를 잘 쓰려고 애쓰던 실용 학문이 풍수라고 볼 수 있..

인어공주와 왕자님의 사랑, 우리집에서만 얻어지는 행복

어제 집 짓기에 관해 문의해 보고 싶다는 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보고 있는데 후보 대지가 있어서 자문을 받아보고 구입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집을 짓기 위한 절차나 공사비 등 제반 사항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이런 상담에도 비용을 받아야 하지만 설계 의뢰를 받기 위한 서비스로 무상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대지는 면적이 90㎡, 건폐율을 적용하면 한 층에 54㎡를 지을 수 있으니 협소주택으로 지을 조건이었다. 도로가 북동쪽에 있어서 햇볕을 집에 들이는 게 쉽지 않은 대지이다. 그분께 집을 지어서 살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부부가 의논을 잘해서 결정하라는 자문을 해드렸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을 짓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

내가 살 집인데 내 마음대로 하면 어때?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은 예외 없이 넘치게 공부를 하고 건축사를 찾아온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얻고 싶은 정보의 키워드만 치면 무한대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책을 통하거나 직접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로 생생한 실물 정보를 해설까지 들을 수 있다. 건축주라면 우리 식구가 살 집이니 미리 공부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 검색으로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된 계획안을 들고 찾아온 건축주를 건축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죽은 사람만 아니면 어떤 병도 치유할 수 있다던 명의 ‘화타’도 고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 그 환자는 스스..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고 하는 아내

요즘 부산 시내에는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임대사업을 위해 짓는 도시형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땅값을 올려 버렸다. 도시형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던 오래된 동네가 이제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임대수익을 위해 소위 원룸 주거가 동네를 점거하는 건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 동네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게 되니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만큼 우리 동네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 땅값에 밀려 아파트로 가고 만다. 땅값이 오른 집에 등을 붙이고 살 수 없도록 가해지는 이런저런 압력을 이길..

밥에 대하여-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소중한 이유

인생은 밥이다 밥이 인생이라고 하니 쯧쯧 혀를 차는가? 인생이라 큰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지만 눈물 묻은 빵에 인생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니 눈을 돌리는 사람이여 더 살아보면 알게 될 일이라 절실한 일이 그밖에 또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네 밥 먹는 그 자리 어떤 이는 죽지 못해 먹는다고 하니 밥 먹으며 웃으려면 살아온 그만큼 딱 그만큼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밥은 인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생을 살아보면 밥만큼 가질 수 있는 딱 그만큼이 행복이라네 밥이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살아볼수록 밥 먹는 만큼 소확행인 건 없다. 오늘 한 끼, 다시 돌이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