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51

우리집을 짓는 이유-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이야기 2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2 우리집을 짓는 이유는 하나,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옷, 밥, 집과 글, 약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짚어서 의식주라고 한다. 특히 이 세 가지에 짓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짓다’를 사전에서 찾으니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로 나와 있고 약을 만들고 시를 쓰고 농사를 하다로 이어져 풀이가 되어 있다. 결국 지어야 하는 대상은 허투루 만들어서는 안 되고 마음을 내어 정성을 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지어서 쓰지 않고 만들어서 파는 것을 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요즘이다. 정성을 다해 지어야 마음이 들어가고 입고 먹고 쓰는 사람에게도 좋..

歸家, 우리는 돌아갈 집이 있는가?-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1

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1 歸家, 우리는 돌아갈 집이 있는가? 귀가歸家,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집’과 ‘돌아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스레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 예전, 아침에 집을 나서서 낮에 일을 보고 나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때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식구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을 어디의 풍경이 다 그랬었다. 저녁이 되어도 사람이 들지 않으니 지금은 집다운 집이 없는 홈리스의 시대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이제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겠지만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면 집집마다 창에는 불이 들어온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서 집집마다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면 밥 짓는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가랑비와 이슬비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된 ‘우리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어서 가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더니,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이슬비’가 내린다고 응수하면서 더 있고 싶다는 의중을 전했다고 한다.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서 요즘 같은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에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한고 여겼다. 한옥 대문을 보면 안으로 향해 여닫게 되어 있다. 이것은 들이기는 하되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열고 닫히는 방향이 집 안으로 향하는..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짓는 집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5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짓는 집 옛 선비들은 작은 집에 청빈하게 사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근근이 비를 가린다는 뜻의 비우(庇雨) 사상이라 하는데, 일례로 '지봉유설' 등 명저를 남긴 석학 이수광이 그 사상과 유적을 남기기 위해 주춧돌 위에 조촐하게 초우를 복고하여 그 당호를 비우당(庇雨堂)이라 불렀다는 일화가 있다. 그와 같은 사상은 '십 년을 경영하야 초려삼간 지었나니/ 반 칸은 청풍이요 반 칸은 명월이라/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라고 노래한 사계 김장생의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집은 비워져 있고 오히려 집 주변의 청풍명월이 집을 채운다. 거기서 집은 한 그루 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 소월은 또 이렇게 노래한다. ..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4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자연은 견성정(見性情)의 대상이다. 그 대상 앞에서 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많은 시들은 집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감각적인 대상들을 즐겨 노래한다. “빈창에 눈보라 치고 촛불 그물거리는 밤 달빛에 걸러진 솔 그림자 지붕 머리에 어른댄다 밤 깊어 알괘라! 산바람 지나가는 줄 담 너머 서석 거리는 으스스 댓잎소리... “ (이우, 눈보라 치는 밤에) 놀랍게도 시 속에는 집이 없다. 시인도 자신의 집에 살았으련만, 그의 집은 온데간데없다. 존재는 있으되 그 모습은 온전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있다면 창이나 툇마루나 정자, 지붕만이 정경 속에 묻혀 있을 뿐 집이나 바람, 구름, 달과 새와 함께 배경으로 존재한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