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벽난로보다 구들

무설자 2021. 4. 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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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10426

벽난로보다 구들

 

단독주택이 봇물 터지듯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지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공사비에 부담이 되어서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아파트 거래가가 미친 듯이 오르다보니 이젠 단독주택을 짓는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는 부담이 가는 지가地價 탓인지 작품이라고 할 만큼 개성 있는 집이 지어진다. 그렇지만 도시 외곽에 택지를 만들어 사업자가 공급하는 집은 꼭 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듯이 짓고 있으니 너무 아쉽다. 아파트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단독주택을 왜 분양받아서 사는 것일까? 단독주택은 우리 식구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집이라는 말에서 큰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게 이 말 자체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우리 식구들의 행복이 우리집에서 이렇게 이루어진다고 장담할 수 있어야 한다.

 

벽난로가 있는 집

집이라는 말을 영어로 표기하면 HouseHome으로 쓸 수 있다. 이 표현을 뜻으로 풀어보면 House는 잘 짓는 집, 멋지게 짓는 집, 예쁘게 짓는 집이라 할 수 있겠다. Home은 전셋집에 살아도 이루어지는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House는 시각적으로는 보는 외관으로 본다. 그런데 Home은 벽난로에서 타는 장작불 근처에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Home이라는 행복한 집 분위기의 상징물이 벽난로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단독주택을 지을 때 벽난로를 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닥 난방을 하는 우리나라는 벽난로를 난방수단으로 쓰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 식구의 행복을 상징하는 장치로 꼭 넣고 싶은가 보다. 이 벽난로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국산벽난로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다는데 놀랐다.

 

그렇지만 벽난로를 매일 쓰는 집이 얼마나 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바닥 난방으로 실온을 충분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도 구태여 벽난로를 쓸까? 아마도 특정한 날의 이벤트를 위해서 가끔 사용하고 일상 난방 수단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데 한 표를 던진다.

 

필자설계 2010 부산 이입재, 북유럽 핀란드에서 직수입한 벽난로를 설치했다

 

구들이 있는 집

구들이 지금은 생소한 말이 되어 버렸다. 온수온돌이 들어오기 전에 사용했던 지난날의 바닥 난방 수단이라고 아는 정도이다. 이제는 산사山寺에도 구들을 들어내고 온수온돌을 깔아 난방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술적으로도 바닥난방 방식이 가장 과학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온수온돌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난방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온수온돌 난방의 국제 표준이 일본과 독일에서 가지고 있다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수배관 바닥난방은 프랭크로이드 라이트가 발명했다. 그가 일본에 옮겨지은 경복궁 동궁의 자선당에서 잠을 자보고 안락함에 탄복해서 주택에 도입했다고 한다. 온돌의 기원은 우리나라인데도 외국에서 들여온 온수온돌 난방을 쓰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구들 온돌과 온수 온돌이 다 바닥을 데우는 난방 방식이지만 효과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온수 온돌은 바닥 난방이 주는 장점을 잘 살려 실용성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전기 패널이나 전자 매트로도 개발해서 바닥 난방을 침대에도 적용하고 있다.

 

전통구들온돌을 이 시대의 집에 들이면 어떨까? 집은 조선시대의 한옥으로 지어서 쓰는데 구들을 들이지 않는 건 알맹이 없는 집짓기가 아닌가 싶다. 오히려 집은 이 시대에 맞게 짓고 구들을 살려야 선조의 지혜를 집짓기에 제대로 살리는 것인데.

 

구들장을 깔고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바닥을 데우는 전통 방식은 온수 온돌과는 완전히 다른 효과가 있다. 구들장을 데우면 단순히 바닥의 열이 실내공기만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구들장은 원적외선 복사열이 나오기 때문에 하루의 피로가 잠을 자면서 깔끔하게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

 

필자설계 2006년 준공 이안당의 구들 한실, 집이 지어졌을 때부터 겨울이면 한실에서 떠날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시대의 집에 들이는 구들

필자는 단독주택 설계를 하면서 가능하면 서재를 한실로 넣으면서 구들을 들이고 있다. 2019년 준공된 양산 심한재에 들인 구들 한실에서 겨울 한 철을 난 건축주, 남편은 알러지 지병이 치유되었고 아내는 기관지와 발꿈치 통증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건강이 좋아지자 건축주는 서재를 침실로 바꿔 쓸 정도로 구들 한실에 매료되어 지내고 있다.

 

북유럽의 난방방식인 벽난로는 애정하면서 우리 구들은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하니 안타깝다. 벽난로를 쓰려면 불이 붙어 있을 때만 난방 효과를 본다. 하지만 구들은 장작에 불을 지피는 몇 분의 수고로 밤새 쾌적한 잠자리를 지낼 수 있다.

 

화구에 장작을 쓰는 건 벽난로나 구들이 같지만 난방 효과는 천지차이이다. 벽난로는 실온을 높이는 효과보다 불을 보는 시각적인 느낌 때문에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구들은 장작 몇 개로 밤새 쾌적한 상태로 지낼 수 있는데 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야 할까?

 

심한재의 한실, 아궁이에 불을 넣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뜨끈한 잠자리는 하루의 피로를 녹여준다

 

필자가 이 시대의 한옥으로 제안하는 2019 준공 경남 양산 심한재, 사랑채와 구들한실로 조상의 집짓기 지혜를 담아냈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한옥이라 부른다. 지난 시대의 무엇을 이 시대에 이어 쓸 때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옛 것을 모양만 가져와서 쓰는 건 복제일 뿐이니 목조기와로 짓는 한옥은 이 시대의 집으로 쓰는 건 한계가 있다.

 

우리 조상이 물려준 집에서 찾아낸 지혜 중의 으뜸은 구들이 아닐까 싶다. 집의 얼개는 이 시대의 생활습관에 편리하게 구성하고 방 한 칸은 꼭 좌식생활을 위한 한실을 넣었으면 좋겠다. 그 방은 인테리어만 한실로 꾸미기보다 꼭 구들을 들여 우리 몸에 담긴 유전자가 반응하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무 설 자

 

-도서출판 담디 E.MAGAZINE 연재중 (2021,04 )

다음 편부터 기억에 남는 단독주택 건축주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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