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16

보이차, 숙차는 저렴한데 생차는 왜 그렇게 비쌀까?

주변에 보이차라고 마시는 차는 아마도 대부분 숙차일 것이다. 나도 보이차에 입문하면서 거의 십 년을 숙차만 마셨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초보는 숙차가 찻값도 저렴하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니 그러는 게 당연한 일이다. 보이차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하지만 보이차 전문회사인 대익 숙차도 357g에 3만 원 정도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반면에 생차는 20년 전에 비해 거의 열 배에서 빙도노채 고수차는 백배까지 올랐다. 왜 같은 보이차인데 숙차는 값이 여전히 저렴한데 생차는 백배까지 치솟게 되었을까? 실제로 프리미엄 급이라고 해도 숙차는 생차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보이차는 아는 만큼 주머니를 열 수 있으니 백배까지 차이가 나는 근거에 대해 알아보자.     아직 차가 ..

노반장 빙도노채 만큼 귀한 보이차, 첫물차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왔는데 차를 마시러 왔다고 한다. 내가 누구라고 차 한 잔 하러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는것일까? 내 글을 읽고 평소에 가진 보이차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려고 찾아오는 분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분은 그 때문에 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통성명을 하고 나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차를 같이 마시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먼저 내가 가장 즐겨 마시는 차를 마셔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멀리서 오신 분이니 아껴 마시는 차를 우려 드렸는데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이 분이 나를 찾아온 목적이 혹시 차투茶鬪, 시쳇말로 도장 깨기를 하려고 온 것일까?    이른 봄에 만드는 첫물차, 명전차와 우전차     찻잎을 따는 시기는 절기로 봐서 중국은 청명, 우리나라는 곡우 전에 시..

노반장 빙도노채, 차산지를 보이차 이름으로 쓰는 이유

별 다섯 개인가 여섯 개인가 모르겠지만 특급 호텔 셰프 출신 요리사가 자신의 레스토랑을 개업했다고 한다. 조미료, 특히 MSG는 절대 쓰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광고를 따로 할 것도 없이 그의 명성만으로도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추구하는 조리 철학을 담아 만든 음식에 한껏 기대했었는데 첫 술을 뜨고 나서 수저를 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은 개업 날 이후에 좌석이 잘 채워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들었던 최악의 한 마디는 이 음식을 먹으라고 내놓는 거냐는 말이었다. 요리계의 명인이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는 곧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낸 수습 방안으로 그의 명성에 걸맞게 손님이 ..

357g 보이차 한 편에 2억, 후발효차의 가치

나에게 보이차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던 분은 이제 고인이 되셨다. 그분은 오래 묵힌 보이차인 노차를 즐겨 마셨다. 만든 지 30년 이상 된 생차를 노차라고 하는데 찻값도 비싸거니와 진품을 알아보는 게 더 어렵다. 그렇지만 3년 전에 마셨던 차의 맛을 기억해 내는 분이었으니 그에게는 노차의 진품 여부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이 분이 몹쓸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달을 앞두고 홍인이라는 노차를 볼 기회가 있었다. 홍인은 195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노차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분이 홍인을 마셔보지 않았을 리 없었겠지만 온전하게 보관되어 개봉되지 않은 차는 처음이었다. 그는 지금 마셔볼 수 있는 최고의 노차인 홍인을 보러 가면서 명대 골동품 찻잔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한다.      노차라고..

대엽종 찻잎이 만들어내는 독존의 향미, 보이차

생강차, 율무차, 계피차도 '차'라고 명함을 들이밀지만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음료이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가 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엄연한 '차'라는 건 알아야겠다. 그렇지만 녹차는 소엽종, 우롱차는 중엽종, 보이차는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데 왜 그런지 알게 되면 차 생활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차는 육대 차류에서 흑차로 분류하고 후발효라는 특성으로 다른 차류와 다르게 오래 보관해서 마실 수 있다. 왜 흑차류는 오래 될수록 그만큼 가치를 더 쳐주는 것일까? 물론 백차나 홍차도 그 해에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백차는 3년이면 약이요, 7년이면 보배라고 하며 홍차나 우롱차도 묵힌 차로 마셔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이차만 유독 오래된 차를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