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보이차 한 편이 3만 원, 300만 원, 어떻게 다를까?

무설자 2025. 2. 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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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오래 두면 가치가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값싼 차를 구입해서 방 하나를 가득 채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이차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오는데 동그란 모양의 병차 무게는 357g이다. 우리나라 녹차는 80g 단위로 포장된 제품이 많은데 세작 기준으로 찻값이 5만 원 정도는 되어야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보이차는 357g에 5만 원이면 마실만한 차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으니 녹차에 비하면 1/4에 불과하다.   

  

시중 온라인 판매망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큰 보이차 생산회사의 대표 보이차를 2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보이차 포장 단위는 한 편이 357g, 7편들이 포장 한 통은 할인이 되므로 2.4kg을 14만 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묵히면 가치가 오른다는 말만 믿고 용돈을 떼어 일 년만 구입하면 방 하나가 채워지고 만다. 십 년이 지나면 높아진 가치가 돈으로 바뀌어져 내 주머니에 들어올 수 있을까?  

   

보이차는 돈이 되는 차가 아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차가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이차를 십 년 정도 꾸준하게 마신 사람이라면 집에 몇 편이나 가지고 있을까? 백 편이 아니라 백 통은 소장하고 있을 게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차를 구입했던 시기는 아마도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고 5년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구입하게 된 계기는 차를 파는 사람이 지금은 맛이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명차가 된다고 했을 것이다. 또 윈난 차 산지의 차농이나 차상과 친분이 있어서 좋은 가격에 가져온 차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차일지도 모르고 현지에서 좋은 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찻값이 아니라 차가 어떤지 알고 구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보이차는 한 통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7편들이 한 통씩 싼 값에 들이다보면 방 하나를 채우는 게 금방이다. 마시지도 않고 쌓여 있으면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찻값에 대한 이치는 비싼 차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내 입에 맞는 차는 싸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를 가성비로 기준을 삼아 구입하려고 하면 훗날 후회할 확률이 높다. 지금은 입에 맞지 않아도 나중에 좋아진다는 말을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 마셔서 내 입에 맞는 차라면 계속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보이차 전문회사 오운산의 슬로건, ‘當 年好茶 經年新茶-지금 마셔서 좋은 차, 훗날 마시면 또 새로운 차’를 구입해야 한다.     

 

차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시기에는 지금 마실 차만 구입하는 것이 좋다. 수석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초보 시절에는 탐석探石에 나갈 때마다 한 배낭씩 돌을 가져온다고 한다. 돌을 보는 안목을 가지게 되면 집에 모아둔 돌을 다시 한 배낭씩 버리게 된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보이차도 수석과 비슷하다고 보는데 초보 때 구입했던 차를 버릴 수 없으니 난감하지 않은가? 

    

통 단위로 구입해도 괜찮은 숙차     

 

숙차는 대엽종 찻잎의 성분 중 폴리페놀의 떫은맛이 악퇴발효를 거치면서 단맛이 많아지게 된다. 대지차에서 특히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데 관목형 차나무는 윈난의 강렬한 햇볕을 바로 받기 때문이다. 폴리페놀 성분은 햇볕에 노출될수록 많이 생성된다. 그래서 대지차를 생차로 마시려면 적어도 20년 정도 지나 산화 과정을 거쳐 폴리페놀 성분이 줄어들어야 한다.  

   

20년 이상 걸리는 산화 과정을 악퇴발효를 통해 폴리페놀 성분의 떫은맛을 줄이니 바로 마실 수 있게 되었다. 1973년에 숙차가 개발되었고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보이차가 세계인의 차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보이차를 숙차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대중적인 차이기 때문이다. 보이차의 원료가 되는 쇄청모차의 대부분이 생산량이 많은 대지차라서 가격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숙차의 병면과 발효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탕색, 발효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탕색이 달라진다. 검붉은 색이 완전 발효숙차이다 
숙차는 차 산지가 표기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발효 과정에서 산지 고유의 향미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수차로 프리미엄 숙차가 출시되고 있다.

    

 

숙차는 만든 당해에는 357g 한 편에 만 원 대로도 구입할 수 있으니 일상에서 마시는 차로 이만한 차가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요즘은 생태차를 모료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숙차는 가격이  만만찮다. 만약에 같은 찻잎을 써서 숙차와 생차를 만든다고 하면 발효공정을 거쳐야 하는 숙차가 비싼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생차로 바로 마실 수 있는 고수차를 모료로 만든 프리미엄 급 숙차의 소비자도 늘고 있다.  

   

숙차는 향미를 음미하면서 마시기보다 음료수로 마신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숙차는 장기보관해서 변화되는 향미를 즐기는 보이차가 아니라 구입하면 그때 그때 소비되는 차이다. 숙차는 부드럽고 단맛이 많은 데다 속을 따뜻하게 하는 보건 음료로 손색이 없어서 누가 마셔도 부담이 없다. 찻값도 부담이 없으니 당연히 할인이 되는 통 단위로 구입해서 보관해 두고 마시는 게 상책이라 하겠다. 

    

생차 구입은 두 편 정도씩 산지 별로     

 

생차를 즐겨 마신다면 그는 보이차 마니아라고 할 수 있겠다. 숙차와 다르게 생차는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차를 잘 알지 못하면 가격대와 종류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아직도 유명차창에서 7542로 대표되는 대지병배차도 나오고 있으며 산지, 채엽 시기, 수령이 다르고, 생산연도도 가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보이차 중에 가장 비싸다고 하는 빙도, 노반장이 시중에 가장 흔하게 보이고 있으니 어떤 차를 믿고 구입할 수 있을까?     

 

쉽게 하는 말로 내 입에 맞으면 그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입맛이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변할 수밖에 없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금 마셔보니 맛있는 데다 가격까지 괜찮으니 통 단위로 계속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입맛은 올라가기 마련이니 나중에는 죽포 포장을 뜯지도 않고 방 안에 쌓아두고 있는 사람이 많다. 생차는 내 입에 맞지 않은 차를 남 주기도 어려우니 그야말로 처치곤란이 되고 만다. 

  

생차의 병면과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되는 탕색, 30년 정도 지나면 숙차와 같은 탕색을 볼 수 있다
전통 보이차라고 하는 생차, 산지가 표기된 고수차는 만든 그 해부터 마실 수 있고 대지차로 만든 생차는 적어도 20년은 지나야 마시게 된다. 어떤 차를 구입해야 할까?

  

 

그러면 생차는 어떻게 구입하는 게 좋을까? 우선 생차 입문 초기에는 입에 맞는 차만 편 단위로 구입하는 게 좋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생차는 부지기수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으니 훗날 차에 대해 자신할 수 있을 때 필요한 양을 구입하면 된다. 보이차에도 적용해도 되는 말로 값싸고 좋은 건 없다는 것이다. 비싼 차가 다 좋은 건 아닐 수 있지만 내 입에 맞는 값싼 차는 없다.

     

생차는 누구의 추천이나 판매 글에 현혹되어 구입하면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차의 성향으로 보면 맹해 차구는 강렬하고, 이무 차구는 부드러우며 임창 차구는 화려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또 차구의 산지마다 특성이 다른 데다 차나무의 수령과 채엽 시기에 따라 차의 향미가 많이 다르다. 우선 내 입맛에 맞는 산지를 알고 수령이 낮아도 첫물차 위주로 구입해서 마셔보는 걸 추천한다,   

 


          

보이차 생활에서 겪는 통과 의례 중 가장 어려운 건 차를 구입하는 일이다. ‘월진월향越盡越香’,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향미가 좋아진다는 말로 보이차가 후발효차라는 특성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아무 차나 시간이 지난다고 좋아지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받아들이는 말은 ‘당년호차當年好茶 經年新茶, 지금 마셔서 좋은 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되는 향미를 음미할 수 있는 차’라는 보이차 전문회사 오운산의 슬로건이다. 

    

보이차를 구입할 때는 생차는 지금 마셔서 좋은 차를 편 단위로 산지 별로 구입하는 게 좋다. 마실만 한데 값이 싸다고 통 단위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훗날 입맛이 올라가 손이 가지 않아서 보관만 하는 낭패를 겪지 않으면 좋겠다. 생차는 한통 가격으로 두 편을 구입한다면 후회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24

원문 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