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는 ‘굴러온 돌’이라 할 수 있는 숙차와 한 때는 보이차의 정의에서 빠지기도 했던 ‘박힌 돌’ 생차로 나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이차를 육대차류에서 흑차로 분류하면서 생차는 쇄청모차로 보고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숙차의 원재료로 보았던 것이다. 숙차가 개발되기 전에는 따로 비교되는 이름을 쓸 필요 없이 그냥 보이차 그 자체였던 게 생차이다.
사실 ‘숙차’라는 호칭도 오래된 보이차를 두고 썼었는데 1973년에 개발한 악퇴발효차에 빼앗겨 버렸다. 지금은 당당하게 보이차의 두 갈래 중 하나가 된 숙차를 ‘현대 보이차’로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생차는 2010년 무렵부터 ‘전통 보이차’로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다. 숙차는 현대 보이차로 세계인에게 보이차를 알린 공功을 돌리고, 생차는 전통 보이차로 ‘보이차 종가宗家’의 위치를 드높이고 있다.
보이차 생차는 산채 마을마다 다른 향미인데 '그냥 보이차?'
보이차의 산지인 중국 윈난성은 차의 원생지이다. 차의 원종이라 할 야생차는 수령 2000년 이상 된 차나무가 윈난성 곳곳에 산재하고, 임창 봉경 향죽청에 금수차조(錦秀茶祖)는 수령이 3200년인데 야생차가 아니라 재배차라는 게 놀랍다. 윈난성 차 산지는 산 앞과 뒤의 향미가 다르고 맞은편 산이 다르다고 하니 남쪽의 맹해 차구와 북쪽 임창 차구의 차이는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생차를 즐기는 묘미는 산지 별 향미를 음미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포장지에 차 산지를 표기하고 있으며 차 이름으로 쓴다. 대표적인 차 산지인 노반장이나 빙도는 생산량의 몇 배가 유통되고 있으니 산지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산지라도 차나무 수령이 백 년 이상인 고수차, 이른 봄에 따는 명전차는 이름만 같은 차와는 찻값이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중국 윈난성 차 산지 지도, 광역으로 4대 차구로 나누지만 각 차구별로 세분하여 차 향미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차산마다 다른 향미 때문에 산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2023년 기준 모차 가격으로 보면 고수차 첫물차 kg당 노반장은 15,000~20,000 위안인데 포랑산은 800~1200 위안이니 스무 배 차이를 보인다. ‘노반장’은 맹해 차구의 대표차로 수요가 집중되므로 같은 차구의 포랑산 차와 얼마나 더 좋은 향미를 가지는 것일까? 한정된 고수차 생산량으로 보자면 시중에 유통되는 노반장 고수차를 첫물차는 내 손에 들어올 확률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노반장 늦봄 차와 포랑산 이른봄 차를 비교해서 마셔본다면 어떻게 다를까? 같은 산지라고 해도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차의 향미는 아주 다르다. 또 수령이 백년 이상인 고수차와 50년 이하인 소수차는 차맛의 깊이에서 다르니 보이차를 마시고 있다 해도 다 다른 향미일 것이다. 수령을 알아보기 어렵고, 잎을 따는 시기도 알기 어려우니 산지 정도는 알아서 해당지역의 향미를 음미해 보면 좋을 것이다.
보이차 산지는 크게 나누면 4개 차구茶區
보이차의 차 산지를 광역 차구로 나누어보면 중국 윈난성의 남쪽은 고 육대차산 ‘이무 차구’, 신 육대차산 ‘맹해 차구’와 중간 지역에는 ‘보이 차구’, 북쪽으로는 ‘임창 차구’가 있다. 이무 차구와 맹해 차구는 시상반나이며, 임창 차구 위에 있는 ‘보산 차구’도 드물게 대표 차구로 구분해서 넣기도 한다. 근래 보이차의 대표 산지로 지명도를 가진 ‘노반장’은 맹해 차구, ‘빙도노채’는 임창 차구에 위치하고 있다.
고 육대차산으로 부르는 이무 차구는 이무차산, 의방차산, 혁등차산, 망지차산, 만전차산, 유락차산의 여섯 곳이다. 이무차산은 티베트로 차를 운송했던 차마고도의 출발지이며 옛 보이차의 중심지이다. 이제는 값으로 따질 수 없어 골동품으로 여기는 호급차의 대부분이 거의 이무차라고 한다. 의방차산은 청나라 때 황실에 보이차를 공납했었으며 대엽종이 아닌 중 소엽종 차나무인 점이 특이하다. 특히 공납차로 알려진 만송차는 감미로운 단맛이 빼어난데 고차수가 벌채되어 생산량이 적어서 찻값이 빙도노채를 넘어선다.
고 육대차산 이무 차구, 보이차의 레전드 호급차는 거의 이무 차구의 찻잎으로 만들어졌다. 이무 차구의 찻잎 특성을 두고 보이차의 황후라고 부르며 온화하고 조화로운 향미로 평가받는다
신 육대차산 맹해 차구, 보이차의 르네상스는 맹해 차구의 노반장에서 시작되었다. 청나라 공차로 대접받던 보이차는 잊혀졌다가 노반장 고수차에 자본이 들어오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신 육대차산 맹해 차구는 근래에 노반장이 인기를 끌면서 보이차의 대표 산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맹해 차구는 포랑차산에 노반장 신반장 노만아 포랑산 전체 50여 개 마을이며, 하개차산은 만매채 만농신채 만농노채, 파사차산에는 파사신채와 노채, 남나산은 반포채 두의채 발마채 등 30여 개 마을이 있고, 맹송차산은 나카 바오탕 활죽량자 남본, 파달차산에는 팔달만매 장랑 허송채 등으로 차산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맹해 차구의 차들은 보이차의 마니아 층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향미가 좋아진다는 후발효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 육대차산의 차를 대표하는 이무차는 보이차의 황후라고 표현하는데 신 육대차산의 대표 차 노반장을 보이차의 황제라고 하는 말과 비교해서 쓰는 것이다. 맹해 차구 차의 향미를 일러 차기가 세다고 하는데 반장차의 차맛이 대체로 강렬하기 때문이다. 이무 차구 차는 온화한 느낌으로 단아하고 풍부한 향미로 표현한다. 노반장이 보이차의 황제, 이무차가 황후라면서 육대차산으로 보이차의 신구 대표 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육대차산 못지않은 보이(사모) 차구와 임창 차구
보이(사모) 차구는 보이차의 원생지와 발상지이며, 보이차의 재배 역사와 원시생태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차나무의 종류가 완비되어 있고 차나무의 화석과 함께 수령 2000년 이상된 야생형, 과도형, 재배형 고차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중국이 차나무의 원생지라는 증거가 보이(사모) 차구에 있으니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
보이(사모) 차구의 신석기문화 유적은 3000여 년 전 차나무를 재배했던 복인(濮人) 문화이다. 방외의 과도형 고차수는 고대 복인이 야생 차나무를 순화시켜 일상에서 음용할 수 있는 차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재배형 고차수’이니 살아있는 화석인 셈이다. 보이(사모) 차구의 주요 차 산지는 방위, 경매, 경곡, 고죽산, 무량산, 애뢰산, 천가채이다.
보이(사모) 차구는 윈난성이 차의 원생지로 인정받는 찻잎의 화석부터 야생차, 야방차, 재배차의 고차수가 숲을 이루어 보전되어 있다. 지도 출처=오운산
임창 차구에는 수령 3200년 금수차조로 부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있고. 빙도노채는 고수차 중 최고가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차산이다.
임창 차구는 2010년 이후 고수차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빙도노채의 수요가 노반장을 앞지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빙도노채가 급부상하면서 주변 네 곳 산채-파왜 나오 남박 지계를 빙도오채라 부르며 빙도차로 판매하고 있다. 아직은 임창 차구의 차가 석귀와 대설산, 대호새 정도만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앞으로 임창 차구의 차산들의 인기가 오를 것이라 전망된다. 빙도 차가 각광받는 이유는 독특한 향미 때문인데 '빙탕단맛', 이른바 '차탕이 향기롭고 감미로운 단맛이 다른 차와 차별되기 때문이다
임창 차구는 차나무 자원이 풍부하여 윈난성의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의 하나로, 고차수 보유량이 윈난성에서 가장 많으며 맹고대설산의 야생고차수 군락은 해발 2200-2750m 중턱에 분포하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고 규모가 큰 야생고차수 군락이라 알려져 있다.
보이차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생지 차나무의 다양성 때문이다. 해마다 나타나는 새 산지는 차의 향미도 새로울 수밖에 없으니 올해는 어떤 차산지의 차를 맛볼 수 있을는지 기대하게 된다. 물론 이미 드러난 차 산지의 차도 다 마셔보지 못했으니 내가 마셔볼 차의 기대는 끝이 없다.
순료라고 믿을 수 없는 유명 차 산지는 잊어버리고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자. 산지를 막론하고 수령 백 년 이상인 고수차의 첫물차라면 보이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충만하게 할 것이다. 지금 마시고 있는 보산 고수차 첫물차는 4대 차구에서는 빠져 있지만 빙도노채가 부럽지 않구나.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23
원문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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