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포장지에 적힌 글자는 한자일 수밖에 없는데 도통 알아먹을 수 없다. 가장 익숙한 글자는 보이차普洱茶이고, 교목차喬木茶, 생태차生態茶, 야생차野生茶등은 차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이다. 그러면 교목차가 아니면 관목차일 테고, 생태차가 아니면 비료를 써서 차농사를 지어서 만든다는 차일 것이다. 또 야생차는 재배차가 아닌 원시림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목차가 아니고, 생태차도 아닌 보이차는 어떤 차일까? 야생차는 재배차에 비해서 더 좋은 차일까? 보이차는 포장지에 적힌 글자를 읽어낼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어떤 차일지 알 수는 있다. 그렇지만 차는 기호 식품이라서 내 입에 맞아야 마실 수 있으니 포장지에 적힌 내용만으로 그 차의 진면목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보이차의 세 종류는 관목형 대지(밭)차, 교목형 고수(생태)차, 야생차
보이차가 중국인도 인정하기 전에 세계인의 차로 알려지게 된 것은 숙차가 나오면서이다. 1970년대까지 생차로 나온 보이차는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973년 쇄청모차를 발효시킨 숙차가 개발되면서 보이차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쓰고 떫은맛이 많은 생차는 7542로 대표되는 관목형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였다. 차나무는 다 교목인데 차농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지치기를 해서 관목형태로 만든 것이다. 산지에 교목형태로 기르는 차나무와 달리 관목형 차나무는 육종 개발로 만들어진 ‘운항’이다. ‘운항 14호’가 대지(밭)차의 80%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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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차는 소위 떼루아라고 하는 재배지역의 환경의 특성보다는 ‘운항’이라는 차나무 종류가 가지는 향미의 특성에 토질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관목 형태로 빼곡하게 밀식 재배하는 대지차는 강한 햇볕에 노출되어 자라므로 폴리페놀 성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밀식 재배는 비료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며 병충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농약을 써야 할 것이다.
대지(밭)차는 차농사의 생산 효율이 높아서 쇄청모차 값이 저렴하므로 주로 숙차를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대익 7542는 지금도 꾸준하게 대지차의 모차로 생산되고 있다. 대지차로 만들어진 생차는 묵혀서 마실 수는 있겠지만 보관 연수로 20년은 지나야 쓰고 떫은맛이 진향으로 바뀌어 마실 만하다. 포장지에 산지가 표기되어 있지 많은 차들은 대부분 대지차로 만들었다고 보면 되겠다.
고수차(古樹茶)로 통칭되는 생태 재배차
2010년 무렵은 보이차의 중흥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대지차보다 대접받지 못했던 생태 고수차에 중국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고수차 열풍이 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노반장을 시작으로 윈난성의 차산지가 그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오면서 산지마다 다른 차의 향미가 주목받게 되었다.
고 육대차산인 이무 차구와 신 육대차산으로 부르게 된 맹해 차구, 보이차의 집산지였던 보이시가 있는 보이차구, 돈이 있어도 차가 없어서 못 산다는 빙도노채가 있는 임창 차구로 영역을 나누어 차의 특성을 논하게 되었다. 중국 대륙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보이차가 일약 주목을 받으면서 찻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빙도노채는 2010년 이전의 백 배, 노반장은 수십 배로 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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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차-생태차의 차나무는 한 그루씩 교목 원형대로 재배한다. 그래서 생태 환경으로 산지의 떼루아가 차의 향미를 좌우하게 된다, 같은 산에서 나오는 차라고 해도 방위에 따라 향미가 다르다. 강을 경계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이쪽과 저쪽이 향미가 다르니 고수차는 그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수차는 차나무에 올라가서 찻잎을 따야 하니 대지차에 비해 찻잎의 수확은 턱도 없이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산지별로 다른 향미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는 가격대가 수십 배로 다르다. 찻잎을 따는 시기 별로 다르고, 나무의 수령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어서 고수차는 산지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져야만 그 차에 지불해야 할 가격을 들여 구입할 수 있다.
노차만큼은 아니지만 야생차에 가지는 환상
중국 윈난성이 차나무의 원생지라고 하니 야생차는 차나무의 원형 그 자체일까? 그래서 그런지 야생차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가질 수도 있다. 수령을 떠나 재배차가 아닌 야생차가 윈난성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런데 야생동물은 가축과 다르게 식용하려면 조심해야 한다고 하듯이 독성을 가진 야생차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차나무는 채소처럼 식용할 수 있도록 개량해서 재배차로 만들어낸 노력의 결정체이다. 수령이 2300년이라 확인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인 ‘금수차조’도 야생차가 아닌 재배차라고 한다. 2000년 전에 이미 차나무를 개량해서 식용할 수 있도록 했으니 야생차에 지나친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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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의 야생차는 지역마다 생산되고 있는데 재배차와는 다른 향미를 음미할 수 있다. 야생차 특유의 향미는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차의 병면을 보면 자줏빛으로 야생차는 재배차와 다른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야생차라고 해서 재배차와 다른 효능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으니 차의 한 종류로 관심을 가지면 될 듯하다.
필자가 마셔본 야생차는 지역마다 다른 향미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첫물차와 그 이후의 차는 향미에서 다르게 다가왔다. 첫물 야생차는 향미가 부드럽고 그윽한 느낌이었는데 자라난 잎으로 만든 차는 거칠고 자극적이었다. 윈난성 야생차의 독특한 향미를 온전하게 음미하려면 첫물차로 마셔보기를 권한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다른 차류와 다르게 보이차에 매료되는 건 수십, 수백 종류를 마셔도 어느 차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좋다고 하는 차, 귀하다는 차, 오래된 노차라고 해도 이다음에 마실 차에 기대하게 된다. 올해 만들어져 나올 차도 수많은 산지가 있고, 봄차와 가을차가 다른 향미인 데다 묵힌 세월이 같아도 보관 장소가 다르면 향미가 다르니 어떻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보이차는 대지차와 고수차, 야생차로 대별해서 살피는 건 산을 멀찍이 두고 본다는 얘기이다. 산에 접어들어 숲에 들게 되면 눈앞에 나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한 편 한 편이 다르다는 보이차를 알고 마신다 해도 빙산에 일각이 아니라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격이 아닐까 싶다. 보이차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망망대해에 일엽편주의 처지일지 모른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22
원문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811
[김정관 더봄] 보이차 종류가 부지기수라지만 알고 보면 이 세 가지 - 여성경제신문
보이차 포장지에 적힌 글자는 한자일 수밖에 없는데 도통 알아먹을 수 없다. 가장 익숙한 글자는 보이차(普洱茶)이고, 교목차(喬木茶), 생태차(生態茶), 야생차(野生茶) 등은 차의 정체성을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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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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