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403

고진감래의 향미로 마시는 보이차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70822 고진감래의 향미로 마시는 보이차 사는 것이 참 재미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은퇴 시기라는 게 있어서 제 전문분야에서도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 여유를 봉사나 여가시간으로 보내면서 회향하며 사는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 드는 게 두렵습니다. 세상 탓만 할 문제는 아니지만 주어지는 현실이 의무와 책임만 있을 뿐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드물지요. 세상 탓을 하는 게 어리석을 뿐 내 부족함을 반성하지만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의 여러 가지 면을 바꾸어보려고 애를 써 봅니다. 이 어려움을 저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아 보자는 것이지요. 어떤 동기가 주어지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변화시키기란 ..

차를 권하며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11005 차를 권하며 “왜 차를 마시나요?”하고 누가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그럼 밥은 왜 먹나요?”하고 되 물으면 답이 될지 모르겠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으니 밥 먹듯 차를 마시는 이이라면 해당되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밥 먹듯 늘 차를 가까이하는 이는 구태여 차를 마시는 이유 따위가 필요 없으니. 그렇지만 다반사라는 말과 무관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금은 차를 왜 마시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이 필요하다. 밥은 누구나 먹지만 차 마시는 이는 특별한 사람으로 보는 세상이다. ‘喫茶去’,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처럼 그냥 물 끓여 마시면 그만인데 지금 분위기는 배워야 마실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홍차든 녹차든 차 종류를 가릴 것이 없고, 머그잔..

와인과 보이차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70626 와인과 보이차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님의 작품 식객의 ‘불고기 그리고 와인’을 읽었다. 와인을 소재로 한 것인데 이 이전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와인 매니아인 김대리는 회사의 중요한 프랑스 바이어를 접대하는 임무를 맡아 최고급 와인을 어렵사리 구해서 만찬에 내 놓는다. 바이어는 최고급 와인에 찬사를 보내며 식사를 하게 된다. 만찬이 성공리에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바이어는 두 가지가 아쉽다는 말을 남긴다. 한국 음식과 어울리기에는 5% 부족한 와인의 맛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어는 만화 주인공의 안내를 받아 불고기 집 주방에서 그 이유를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바이어가 회사의 중역들을 모시고 만찬을 주재하면서 자신이 해결한 와인과 불고기의 궁합을 풀어낸다..

옹기항아리와 보이차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10906 옹기항아리와 보이차 사무실 내 방에는 옹기항아리가 하나 놓여 있다. 얼핏 보면 화장기 없이 햇볕에 그을려 나이를 알아보기 어려운 시골 아낙 같아 보인다. 아마도 살며시 품에 감기듯 안을 수 있는 허리 잘록한 아가씨 같다면 내 손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울퉁불퉁 순박한 모양새가 어디에 두어도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부담 없어 보인다. 오래 전 포교당 설계를 진행하면서 뜯어낼 집 베란다 한 쪽에 버려져 있었던 것을 사무실로 가져왔다. 사무실에 항아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보이차를 마시는 내게는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옹기항아리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사무실의 내 방은 설계를 하는 작업공간이자 방문하는 손님을 맞는 접견실도 되고 차를 마시는 다실이기도 하다.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