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와인과 보이차

무설자 2007. 6. 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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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70626

와인과 보이차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님의 작품 식객의 ‘불고기 그리고 와인’을 읽었다. 와인을 소재로 한 것인데 이 이전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와인 매니아인 김대리는 회사의 중요한 프랑스 바이어를 접대하는 임무를 맡아 최고급 와인을 어렵사리 구해서 만찬에 내 놓는다. 바이어는 최고급 와인에 찬사를 보내며 식사를 하게 된다. 만찬이 성공리에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바이어는 두 가지가 아쉽다는 말을 남긴다.

 

한국 음식과 어울리기에는 5% 부족한 와인의 맛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어는 만화 주인공의 안내를 받아 불고기 집 주방에서 그 이유를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바이어가 회사의 중역들을 모시고 만찬을 주재하면서 자신이 해결한 와인과 불고기의 궁합을 풀어낸다.

 

그 내용의 대사에서 와인이 보이차와 연결된 숨어있는 관련성을 찾아보시길...

 

 

“김대리, 이게 얼마짜리 와인이지?”

“3만 원대입니다”

“가격도 부담 없구먼”

“이런 것도 있는데 지난 번은 너무 부담스러웠어 김대리.”

“죄... 죄송합니다.”

“김대리는 불고기 싫어하세요?”

“아닙니다. 좋아합니다.”

“불고기와 이탈리아 와인의 조화를 느껴보세요.”

“음...!!!”

‘불고기의 맛을 넘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와인의 존재를 드러내는... 느낌이 좋다!’

“어떻습니까?”

“솔직히... 괜찮습니다.”

“앞으로 와인과 한국 음식을 자신 있게 권하는 김 대리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지난 번 마셨던 와인과 음식이 별로였다?”

“아뇨. 프랑스 사람들도 평생 구경하기 힘든 아주 훌륭한 와인과 음식이었지요.”

“그런데?”

“와인은 음식의 맛을 돋워주고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는 술이죠. 그런데 김 대리가 준비한 와인은 주객이 전도되어서 분위기와 음식 맛을 해치더군요. 김 대리는 분명 와인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하나 지식은 고정관념을 만들죠.”

“와인을 지나치게 공부하고 마시는 민족은 일본과 한국사람 뿐이라고 합니다. 와인하면 프랑스를 연상하지만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미국, 칠레, 남아공, 중국, 포르투갈, 호주, 뉴질랜드 등등”

“있는 재산 다 틀어가면서 평생 마셔도 이 세상 와인을 전부 맛볼 수 없는 거예요. 방법이 있습니다.”

“......”

“수많은 와인 이름을 외우려면 머리 아프죠? 그러지 마세요. 집집마다 취급하는 와인이 다르므로 찾아 마시기 어렵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 주문할 때 제일 확실한 선택은 소믈리에에게 어떤 와인이 주문한 음식에 적당한가 물어보는 것입니다.”

“또 와인 이름대신 포도 품종을 몇 가지 알아뒀다가 얘기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와인을 즐기는 한국인들은 와인을 즐겁게 마시지 않고 엄숙하게 마시는 것 같습니다. 거의 소믈리에 수준입니다.” 

“색깔을 보고 흔들고 향을 느끼고 입에 머금고 와인의 복잡한 향을 끄집어 내려고 애를 씁니다. 크리스탈 잔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요. 거기에다 와인에 대한 지식을 경쟁하듯 늘어  놓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주눅 들어 아무 말도 못합니다.”

“잔을 이렇게 들어야 손의 열기가 와인에 닿지 않아 제대로 먹을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이렇게 잡으면 어떻고 이렇게나 잡으면 어떻습니까? 손 때문에 잠깐 사이 변하는 와인의 온도를 느낄 수 있나요? 일반인들은 불가능합니다. 프랑스의 샹젤리제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시키면 근사한 크리스털 잔에 나올까요?”

“천만에요! 맥주컵에 와인을 부어주는 집이 수두룩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도 학창시절 맥주컵에 마셨던 와인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대요. 예전에는 학교에서 급식할 때 네 명당 와인 한 병씩을 줬답니다.”

“세상에!”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무심코 마셨다가  취해서 고생을 한 적이 있어요.”

“크하하하. 저도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하다 홀짝홀짝 마신 술에 취해서 논두렁에 빠진 적이 있어요!”

“비싼 와인이 맛있는 건 당연합니다. 발렌타인 위스키 17년 산 마시다가 30년 산 마시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듯이... 하지만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나요? 프랑스 사람들도 로마네 콩티에 가면 기도를 합니다. 로마네 콩티 값이 떨어져서 우리도 마실 수 있게 해 주세요.”

“하하하”

“제 와인얘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불고기가 탑니다. 어서 드세요”

 ‘그동안 애쓰고  공부한 걸 한방에 날려 버리는구나. 씨이.’

“독한 술이 싫어서 순한 술을 찾고 있었는데... 그동안 와인은 부담스러워 접근할 수 없었어.”

“이제 눈이 뜨이는 것 같다. 와인 이름보다 포도 품종을 알아야 쉽대지.”

“당장에 시험 삼아 몇 병 사들고 가야겠다.”

“김 대리, 와인을 냉장고에 보관해도 돼?”

“화이트 와인은 차게 보관해야 하고 레드 와인은 그보다 좀 높은 온도에 보관해야 되는데 냉장고는 안 되죠. 게다가 냉장고는 진동이 있어서...”

“김 대리는 와인셀러가 있나?”

“예 80병짜리 입니다.”

“그거 비싼 거잖아!”

“그런 것도 있어야해?”

“그런 것 없어도 됩니다!”

“오래 보관할 와인이라면 당연히 와인셀러가 필요하지만 마시고 싶을 때 몇 병 사는 거야 와인 숍이 최고죠. 보관을 잘해놨을 테니까요.”

“들은 얘기인데 김치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두세 달은 괜찮대요.”

“아!”

“두 가지 빠진 것을 결론짓자면 이렇습니다. 형식에 묶여 와인에 쉽게 접근 하지 못한다는 것과 가격대가 낮은 와인도 분위기가 좋고 음식과 궁합이 맞아 떨어진다면 훌륭한 와인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화만 따서 옮겼는데 와인과 보이차를 마시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와인과 보이차는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포도나무와 차나무에서 산지별로 다른 생장환경이 그렇고 채취하는 시기를 맞추고 만드는 제조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그렇다. 만들어진 와인과 차를 어떤 장소에서 얼마나 오래 보관되었느냐를 따지는 빈티지와 진기의 비교도 다름없어 보인다.

 

수많은 와인의 상표와 보이차의 차창에 따른 상표를 우리가 다 알기는 정말 어렵다. 값비싼 것을 선호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상품을 많이 가지려는 면에서도 그러하며 격식을 갖추는 것도 비슷해 보인다. 손에 쉽게 와 닿는 것보다 메이커를 따지며 오래된 것에 대한 환상 때문에 천정부지로 올라가 있는 가격도 그러하다. 공부를 해가면서 마시는 것도 그렇고 맛을 음미하는 격식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결론은 비슷한 것 같다. 즐기면서 마셔야 한다는 것, 삶의 활력을 돋우기 위해서 마셔야 하는데 너무 좋다는 것을 찾기 위해 어떤 틀에 묶여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느낌표를 붙이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보이차를 마시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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