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차를 권하며

무설자 2007. 8. 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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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11005

차를 권하며

 

 “왜 차를 마시나요?”하고 누가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그럼 밥은 왜 먹나요?”하고 되 물으면 답이 될지 모르겠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으니 밥 먹듯 차를 마시는 이이라면 해당되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밥 먹듯 늘 차를 가까이하는 이는 구태여 차를 마시는 이유 따위가 필요 없으니.

 

 그렇지만 다반사라는 말과 무관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금은 차를 왜 마시느냐는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이 필요하다. 밥은 누구나 먹지만 차 마시는 이는 특별한 사람으로 보는 세상이다. ‘喫茶去’,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처럼 그냥 물 끓여 마시면 그만인데 지금 분위기는 배워야 마실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홍차든 녹차든 차 종류를 가릴 것이 없고, 머그잔 유리잔도 가릴 것도 없는 게 차 마시는 일이다. 차 한 잔 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 밥은 때가 되어야 먹고, 술도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차는 그저 마음만 내면 된다.

 

 밥은 때가 되어야 먹고, 술도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차는 그저 마음만 내면 된다

 혼자 먹는 밥은 서글프고, 혼자 마시는 술은 처량해 보인다. 그런데 차는 혼자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하니 희한한 일인가? 혼자서 할 때 가장 좋은 일. 그게 바로 차 마시기이다. 다구를 갖추어 분위기를 잡아도 좋고 물만 끓여 큰 유리잔에 찻잎을 넣고 가라앉은 찻잎을 보며 마셔도 된다.

 

 향기가 좋은 차는 코가 즐겁고 맛이 뛰어난 차는 혀가 호강을 한다.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 뒤에 되돌아 올라오는 향은 차가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차는 몸에서 차향이 배어 묻어나온다 하니 이와 같은 음식이 어디에 있을까?

 

 좋은 차를 마시면 몇 날이나 목에서 올라오는 차향을 느끼는 분이 있다니 그 사람은 신선의 경지일까? 차 한 잔할 여유마저 가지지 못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사는 게 지옥 같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술을 마시고 맛난 음식을 찾지만 그로인해 난치병을 얻으니 윤회 속에 사는 중생의 신세타령으로 산다.

 

차는 마셔서 이로운 것을 취하기보다는 마시는 시간을 갖는데 의미를 둔다

 

차는 마셔서 이로운 것을 취하기보다는 마시는 시간을 갖는데 의미를 둔다. 찻자리는 격조 있게 마시기 위해 누구와 어디에서 마시는지 살피는 걸 말한다. 종이컵보다 유리잔이나 도자기 잔이 좋고, 잔에 차를 넣고 물을 따르는 것보다 다관에 차를 우려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더 좋다. 손에 잡히는 다관을 그냥 쓰기보다 아끼는 다관을 쓰면 기분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차를 공부하고 도자기를 아는 그만큼 차의 향미香味가 더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차도 없고 마시는 사람도 없어질 때 차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게 차인데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에 다르게 다가오는 그 정도라도 삶의 격조가 한 단계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나는 몸의 상태를 봐가면서 맑은 차와 진한 차를 구분해서 마신다. 음식을 과하게 먹었다 싶으면 좀 진하게 마시고 마음이 흔들릴 때는 차를 맑게 마신다. 속이 비워져 있을 때 맑은 차를 마시면 몸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이럴 때는 차의 호불호好不好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차를 받아들이다보면 차는 상품이기 이전에 허물어진 몸을 회복시켜주고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묘약과도 같은 음료이다.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차의 역할이 달라지는데 우리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귀한 존재이니 가려 마시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 차라고 다 차가 아니라는 얘기인데 차 같은 차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꼭 차 한 잔의 묘미에 빠져보시라

 

 

 다반사라는 말처럼 누구나 밥 먹듯이 차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써서 차 마시기를 권해 본다.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꼭 차 한 잔의 묘미에 빠져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