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25

손주 얻으니 아들도 생기고

손주 얻으니 아들도 생기고 김 정 관 지난 유월 십일, 드디어 내가 할아버지가 된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 부부가 허니문베이비로 딸을 얻었던 그 때로 보자면 십년 정도 늦은 나이지만 친구들을 보니 거의 선두 그룹에 든 셈다. 딸이 아이를 가진 걸 알고 있는 선배들께 득손보고得孫報告 삼아 전화를 드렸는데 의외의 반응에 몸을 사리게 되었다. 요즘 세태에서 우리 때와는 많이 달라진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풍토로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전화를 받은 분들 중에 자식들로 인해 그런 걱정으로 지내고 있다면 내 전화가 부화를 돋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딴에는 예의를 갖춘다고 그랬지만 돌아오는 목소리의 느낌으로 마음을 달리 먹고 그 이후로는 전화도 가려서 드리게 되었다. 딸이 짝을 맺은 나이가 서..

사는 이야기 2020.09.07

또 한 정치인의 죽음을 마주하고-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빌며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인公人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목숨을 버리게 되면서 왜 그런 안타까운 선택을 해야 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분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수많은 일들이 그가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진 부끄러운 일로 덮여질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나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이 그렇고 한 사람의 잘못을 누가 단죄할 수 있느냐는 '죄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의 말씀이 그러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일이 아니면 아무런 가책없이 함부로 던지는 말에 누군가의 목숨이 좌우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겠다. 모난 ..

'짓는다'는 것에 대하여-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짓는다’는 것에 대하여 김 정 관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주 집 도모노리가 함께 씀/황선종 옮김 무엇을 ‘만든다’가 아니라 ‘짓는다’라고 쓰는 게 있다. 의식주에 관련된 건 다 ‘짓는다’라고 쓰는데 옷과 밥, 집이 그렇다. 지어내기 위..

마음대로가 아니라 몸이 시키는 대로-박완서 산문집 '두부'/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마음대로가 아니라 몸이 시키는 대로 -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2019.12.12 김 정 관 -박완서 산문집 「두부」 나는 언제부턴지 모르게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창작된 이야기는 흥미롭게 몰입되다가도 작가의 의도와 부딪히게 되면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박완서 선생의 소설도 읽은 적이 없었는데 단편 ‘마른 꽃’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당신의 책을 찾게 되었다. ‘마른 꽃’은 환갑이 지난 여자의 연애담을 내용으로 한 단편인데 다 읽고 나서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얼마나 사실적으로 와 닿았는지 놀라웠다. 시대적인 정서에는 반하지만 꽃으로 비유된 여자가 나이가 든 자신의 나신裸身을 보게 되면서 좌절하는 대목에 탄복하면서 공감하게 되었다. 늙지 않는 마음과 예순 해를 넘긴 몸, 연인이 ..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 곳이 집이다 -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2019.12.05 「오십의 발견」 이갑수 산문집 김 정 관 티벳의 고승에게 제자가 ‘깨닫고 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스승의 대답은 제자의 기대와 달리 너무나 평범했다. 깨달은 뒤에는 모든 것이 아주 자세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