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찬가 진인 조은산 총각 시절에 나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한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내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잔잔한 수면이 넘치지도 않고 말라 없어지지도 않게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니 이런 젠장 이게 뭔가 누가 내 밥그릇에 돌을 던지네 잔잔하게 나를 비추던 맑은 거울이 깨어지고 일렁이는 물결은 이제 네 놈의 밥그릇이 너 자신만을 비출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네 어쩌겠는가 잘 살아봐야 하겠지 물과 기름이 섞일 수는 없지만 함께 할 수는 있잖는가 냉면 위 육수에 참기름을 올리면 더 맛있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래 그렇게 살다가 첫째놈이 생기다 만 얼굴로 튀어나왔는데 아 이 놈이 내 밥그릇을 냅다 발로 차버리네 작고 가벼운 내 깡통같은 밥그릇이 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