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인생人生과 축생畜生

무설자 2014. 6. 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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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인생人生과 축생畜生

 

 

 

 

 

사찰을 짓는 설계 계약을 했던 날이었습니다.

마침 그 날 그 절에는 기도회향이 있어 스님 법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법문 내용 중에서 인생과 축생에 대한 의미 깊은 말씀이 있어서 다시 돌아봅니다.

 

사람의 삶인 인생과 짐승의 삶인 축생은 나눔과 거둠의 차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이라면 무릇 그 삶을 나누는 것이라야 하고

축생은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거두어들이는 것이랍니다.

 

제가 하는 일은 집을 짓는 일을 건축주를 대신하는 것입니다.

흔히 건축사는 건축설계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대지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참여해서 어떤 집을 원하는지 건축주의 의도를 담아 설계를 하고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참여를 하는 것이 좋지요.

 

그 다음은 시공단계에서 도면의 의도대로 집을 짓는 과정을 감리합니다.

공사가 완료되어 입주한 이후에도 집을 잘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부분까지 관여되어야 합니다.

집의 일생을 관리하는 역할이니 그 집의 어머니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건축사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현실은 도면을 만들어내는 일에서 그치고 맙니다.

건축사는 도면을 만들고 행정업무만 보고 그 나머지는 건축주가 알아서 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집을 짓는 일의 속내가 인생이 아니라 축생과 닮아 있습니다.

 

건축주, 건축사, 시공자가 서로 나누는 의미로 참여하면 그 집짓기는 만사 여의형통입니다.

그런데 보통 집을 짓는 과정이 서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진행이 되기 쉽다보니 화합보다는 분쟁이 더 많이 생깁니다.

집을 짓는데 참여하는 삼자가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 도와야 하는데 그렇지 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삼자의 목표는 당연히 좋은 집을 짓겠다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건축주는 대지와 자금을 준비하고 설계자는 집을 짓는 계획을 수립하여 건축주를 도와서 집행과 관리를 담당하며 시공자는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건축주가 좋은 집을 얻고 싶다면 설계자와 시공자가 적절한 대가를 지불 받을 수 있도록 마음 쓰는 것이 우선되어야 됩니다.

 

나누는 의미로 진행되는 결과와 거두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그것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됩니다

나누는 마음으로 만들면 3×3=9이지만 거두어들이려는 의도로 나오면 각각의 1로 남거나 3-3-3=-3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삼자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를 고수한다면 더하기는 커녕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여 분쟁으로 종료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찻자리는 차를 내는 팽주의 마음씀씀이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팽주가 자신의 차를 자랑하거나 차 우리는 기교를 앞세운다면 화경청적和敬淸寂은 온데간데 없겠지요.

혼자든 둘 혹은 셋 그 이상이 모이더라도 차를 마시는 사람이 만족하는 자리가 되어야지요.

팽주 혼자 즐겁다면 그건 차를 마시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 마시듯 일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집짓기 분위기라면 모두가 행복한 결과로 나올 것입니다.

우리 다우들께서는 하시는 일들은 차를 마시는 정서 속에서 이루어지니 차향기 가득한 삶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절은 모두가 즐겁고 만족하는 과정을 통해 잘 지어졌을까요? ㅎㅎㅎ

 

喫茶去!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