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길가로 걷기와 차 마시기의 상관 관계

무설자 2014. 4. 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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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길가로 걷기와 차 마시기의 상관관계

 

 

햇살이 고왔던 옛집의 거실

 

 

사무실 문앞을 급하게 나서면서 지나는 차와 맞닥뜨렸습니다

깜짝 놀라는 순간 지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던 일입니다

 

10여년 전, 비가 촉촉히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찾아왔던 제자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선 길이었지요

사무실 현관 문을 열고 우산을 펼쳐 길로 나섰던 순간 큰 충격을 받고 넘어졌습니다

 

큰길의 비보호 좌회전을 하면서 좌측을 보지도 않고 골목으로 들어온 차가 저를 친 것입니다

운전면허를 발급 받은지 보름 밖에 안 된 대학생이 몰던 차였습니다

앞만 보고 옆을 살필 겨를이 없는 초보의 운전 미숙이 사고를 불렀던 것이지요

 

응급실에서 검사를 해보니 큰 탈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차와 부딪혔으니 경과를 두고봐야 하니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환자복을 입고 링거도 처음 맞았습니다 

 

돌발상황이 예정되었던 모든 스케쥴을 정지시켜 버렸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 중요한 스케쥴,

아무리 황홀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한순간의 사고로서 그 순간부터 안녕이더군요

 

내가 걷던 길은 좁은 골목길 이었고

 내가 사고를 당했던 위치는 길의 한복판, 가장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초보 운전자가 밀고 들어왔을지라도 길의 가장자리에 있었다면 괜찮았겠지요

 

이 이후로 길을 걸을 때 한쪽으로 걷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보행자 우선의 골목도 초보 운전자가 들어오면 차량 우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숙이는 자세로 살면 아름다운 일상이 유지됩니다

 

지금 건강한 몸으로 마시고 있는 차 한 잔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내 의지대로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는 이 시간,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몸도 마음도 아래로 내려놓고 살아야겠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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