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403

보이차의 선택, 고양이와 호랑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504 보이차의 선택, 고양이와 호랑이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차 선택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한 편에 3만 원 짜리도 있고 30만 원, 300만 원으로 열 배에서 백 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병차라고 부르는 동그란 모양이나 포장지에서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거기다가 산지명까지 같은 차가 왜 열 배, 백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물건을 모르면 값을 많이 치르라고 하지만 선뜻 비싼 값을 지불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산지 이름을 가진 차가 돈을 더 지불했다고 향미도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란 힘든 게 보이차이다. 다른 차류는 가격에 따라 비싼 차는 포장부터 고급스럽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다. 특히 차향이 좋은 청차류는 고급차는 아예 소포장으로..

火中生蓮화중생연, 고뇌의 불에서 피어나는 행복의 꽃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504 火中生蓮화중생연, 고뇌의 불에서 피어나는 행복의 꽃 법정 스님이 타계했을 때, 전남 순천의 송광사 근처 숲에서 다비식이 열렸습니다. 포개진 장작더미 안으로 불이 들어갈 때 법정 스님의 제자 스님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화! 중! 생! 연!” 화중생연(火中生蓮), 글자 그대로 불꽃 속에서 연꽃이 핀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아주 깊은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그륀신부의 메시지로 치자면 불꽃은 상처에, 연꽃은 치유에 해당합니다. 불교에서 연꽃은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화중생연의 화(火)는 번뇌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깨달음이 피어나는 장소는 천상의 낙원이 아닙니다. 결핍이 없는 완전함의 언덕이 아닙니다. 깨달음의 꽃이 피는 곳은 다름 아닌 번뇌입니..

나는 왜 차를 마시는 걸까?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429 나는 왜 차를 마시는 걸까? 매일 차를 마십니다. 잠에서 깨어 씻고 나면 찻물부터 끓입니다. 잠들기 전까지 차를 마시니 중독된 사람처럼 보일 정도지요. 저는 왜 이렇게 차를 마실까요? 밥은 때가 되어야 먹고 술은 자리가 마련되어야 마실 수 있습니다. 차는 때와 자리를 불문하고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마실 때는 일을 하거나 독서나 음악을 들어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누구와 함께 앉게 될 때 차를 마시면 부드럽게 대화가 이어집니다. 차는 혼자 마실 때는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고 茶客차객이 있으면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합니다. 차를 마시지 않고 보내는 일상생활은 윤활유 없이 돌아가는 기계와 다름없습니다. 자동차에 윤활유가 부족하면 엔진이나 다른 부속이..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겸손과 경의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428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겸손과 경의 지금 마시고 있는 차에 만족해하는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차에서 어느 것으로 우려도 좋은가요? 더 좋은 차를 마시고 싶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이런 愚問우문을 드린다면 어떤 답을 들을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차가 있으니까 마신다든지, 차가 다 그렇고 그렇지 않으냐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요. 돈만 있으면 더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답도 있겠습니다. 차에 대해 내릴 수 있는 평가를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로 내릴 수 있겠습니다. 상대 평가로 차를 바라보면 내 차보다 못하다거나 더 좋다는 평을 내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 차를 선택한다면 오직 그 하나의 기준에 ..

보이차는 無常무상과 無我무아의 차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426 보이차는 無常무상과 無我무아의 차 무궁무진, 천변만화로 그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보이차 보이차는 알고 마시면 더 나은 맛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끝도 없고 다함도 없다는 無窮無盡무궁무진이라는 말로 다른 차 다른 보이차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보이차의 종류는 실로 그 갈래를 나누는 것 자체도 복잡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이차는 이론적인 체계가 잡힌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비싼 차도 보이차이고 가장 싼 차도 보이차라고 할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올해 생산된 숙차는 편당 만원대로도 살 수 있지만 홍인이라는 차는 경매로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름은 다 같이 보이차이지만 차마다 그 차이는 그야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