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의 선택, 고양이와 호랑이

무설자 2022. 5. 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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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504

보이차의 선택, 고양이와 호랑이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차 선택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한 편에 3만 원 짜리도 있고 30만 원, 300만 원으로 열 배에서 백 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병차라고 부르는 동그란 모양이나 포장지에서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거기다가 산지명까지 같은 차가 왜 열 배, 백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물건을 모르면 값을 많이 치르라고 하지만 선뜻 비싼 값을 지불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산지 이름을 가진 차가 돈을 더 지불했다고 향미도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외형으로 차를 구분하기란 힘든 게 보이차이다. 다른 차류는 가격에 따라 비싼 차는 포장부터 고급스럽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다. 특히 차향이 좋은 청차류는 고급차는 아예 소포장으로 밀봉되어 있다.

좋은 보이차를 마시려면 그만한 돈을 지불하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내가 권하는 가격대는 g당 1000원 이상이니 한 번 마시는데 3g 기준으로 3000원 정도이다. 병차 한 편에 30만 원은 되어야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고 본다. 물론  입맛에 맞는다면 그보다   차를 선택해도 상관이 없지만 하루에 커피값으로 얼마나 지불하는지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녹차나 보이 생차는 첫물차인데 봄 차의 향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이 생차는 산지마다 다른 향미를 즐기기 위해 마신다. 노반장, 빙도, 석귀 차를 첫물차로 마시는 건 아예 기대조차 할 수가 없는 건 한정된 생산량이라 중국 현지에서 소비되어도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익히 알려진 산지의 차는 가격 때문에 언감생심이라 하겠지만 깊은 산골에 발품을 팔아 찾아낸 차라면 내게도 기회가   있다. 예를 들면 요즘 내가 홀딱 반해서 마시고 있는 香竹林향죽림이라는 차이다. 향죽림은 윈난 성 임창시 경마현 맹영진에 있는 촌락인데 우리나라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산지이다.

 

향죽림 고수차 명전은 내가 마셨던 어떤 차의 향미보다 두텁고 감미롭게 다가왔다. 이 차를 마시는 그날은 다른 차는 입에 맞지 않아서 내 차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한해 생산되는 향죽림 명전의 모차가 얼마 되지 않아서 상품으로 포장지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한다.  차는 한지에 싸서 차 산지를 알려주는 도장이 찍혀 있다.

 

보이차는 일상의 차이기에 집밥을 먹는 것처럼 경제력을 감안하여 구입할  있는 가격대를 정해야 한다. 보이차는 소장해서 두고두고 마시는 차이므로 통 단위로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은 차를 소장하고 있더라도 결국 내가 마시는 차는 지금 내 입맛에 맞아야 한다.

 

소장하고 있는 차는 수백 편이라는데
정작 마실 차가 없다고 푸념하는 분이 많은데 왜 그럴까?

소장하고 있는 차는 수백 편인데 정작 마실 차가 없다고 푸념하는 분이 많다. 만약 한 통 가격으로 한 편을 구입한다면 분명히 만족도가 높은 차로 계속  마실  있을 것이다. 가격이 싼 차라도 묵히면 맛있는 차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수석에 조예가 깊은 분이 하는 말이 초보일 때는 탐석을 나갈 때마다 짊어질 수 있는 양만큼 담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수석에 눈이 밝아지게 되면 집에 있는 돌을 한 배낭씩 내 다 버리고  돌을 찾기가 쉽지 않아 빈 손으로 돌아온다. 보이차도 이와 같아서 가성비로만 차를 선택하려 한다면 훗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차를 수장하여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셔지지도 않고 버릴 수도 없는 차가 집에 가득하다고 생각해 보라.

 

향죽림 고수차, 수령 200년의 첫물차로 만들었다. 엽저를 보면 어린 잎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향죽림 고수차는 분명 호랑이라고 할만 하다
좋은 보이차를 마시고 싶다면 양보다 질, 한 통 값으로 한 편을 구입하라

보이차는 어떤 기준으로 구입해야 하는가?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분이라면 차의 향미를 제대로 알게 될 때까지는 다양한 차를 접하는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보이차의 향미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취향이 만들어졌다면 한 달에 지불할 수 있는 경제력에 맞춰서 차를 구입하면 좋겠다.

 

거의 20 년을 하루에 3리터 이상 마셔오면서 내린 결론은 한 통 값으로 한 편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차는 묵히면 좋아지는 차가 틀림없지만 고양이가 나중에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는 오해는 하지 않아야 한다. 고양이로 만족할 수 있으면 고양이 새끼를 키워야 후회하지 않는 보이차 구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고양이보다 호랑이가 좋은 건 당연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지금은 고양이를 들이지만 나중에는 호랑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보이차는 지금 마셔서 좋은 차라야 훗날에도 좋은 차로 마실 수 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