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34

이 시대의 한옥, 晳涇帥軒석경수헌 설계를 마무리하면서

석경수헌의 집터는 그림 같은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남향으로 열려 있다. 서른 평 규모로 짓는 집에 300 평이 넘는 적지 않은 대지 면적이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도로에서 4미터 정도 높이에 평지가 조성되어 있어 올라오는 경로를 결정하는데 난관을 거쳐야 했다.  300 평의 대지에 서른 평으로 짓는 집, 대지는 넓고 집을 너무 작게 짓는 건 아닐까? 큰 집은 필요치 않다고 하면서 너무 넓은 대지를 구한 건 아닐까? 집을 서른 평으로 지으면 너무 좁은 게 아닐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대지를 찾아보면 마음에 꼭 드는 땅이 쉽사리 구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집터를 구하는데 어떤 분은 십 년이 걸렸다고 하고 그나마 빨리 구했다고 하면 사오 년이다. 소위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에 내 집을 짓는 건..

도시형주택도 집이라 할 수 있을까?

도시형주택도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원룸 투룸 쓰리룸, ‘룸주거’에 사는 사람들 뉴스를 듣고 보기가 두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죽음으로 내모는 소식이 심심찮게 뉴스로 보도된다. 이런 패륜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라고 한다. 돈이 필요해서 가족을 대상으로 우발적인 것도 아닌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고 학생이 스승을 향해 막말을 하다못해 주먹까지 휘두르는 일은 또 어떤가? 어린이집에 맡겨진 유아들을 교사들이 보육이 아닌 폭력을 쓰는 일도 이 세상이 얼마나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인간관계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가..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식구들이 ‘우리집’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계단 홀 나의 설계 작업에서 계단은 각층 영역에서 개별 공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식구들 간의 소통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이다. 계단은 기능으로 보면 층과 층을 이어주는 수직 통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계단이 위치하는 장소에 따라 디자인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요소로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주출입구와 하나 되는 홀과 연계되면 상징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크게 제 역할을 한다. 계단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다른 깊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 아파트는 아무리 큰 면적을 가졌다고 해도 공간감이 없는 평면적인 집일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층고를 조절해서 깊은 공간감을 줄 수 있다..

아내 같은 집을 지어야 하는데

딸이 대학원 선배가 설계해서 직접 공사를 했다는 주택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왔다. 마침 건축주도 같은 학교 대학원 선배였기에 건축을 하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지은 집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왔는지 궁금했다. 그 집을 설계하고 공사를 한 사람은 최근 단독주택 쪽으로 설계와 공사를 함께 하고 있어서 건축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어제 하룻밤 지낸 주택은 어떻더노?” “실내 분위기는 마음에 드는데 외관은 좀 과한 디자인이 된 듯했습니다.”.” 딸이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 묻는 나의 말투에 긍정적이지 못한 냄새가 묻어나니 딸의 대답에 시선을 피하듯 슬쩍 흘려버렸다. 실내 공간 분위기는 괜찮은데 외관은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딸의 대답은 분명 내가 평소에 내세우는 건축에 대한 정의와 배치..

세계 최고의 어린이안경, 토마토안경 사옥 설계를 시작하면서

貴人을 만난다는 말이 있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분과의 인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쩌면 건축사로서 만나게 되는 건축주는 다 귀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인연이 된 건축주는 예사로운 분이 아니어서 설계를 하게 된 건축물에 대한 부담이 밀려온다. 일을 의뢰하고 싶다는 전화 한 통화와 길을 물어서 찾아온 한 번의 만남으로 건축주와 인연이 닿게 되었다. 건축물의 중요도로 본다면 설계자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공을 들였어야 하는데 세 번째 만남으로 설계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연으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서로 맺어지게 된 일이라고 보아야 할까? 건축주의 회사는 우리 사무실에서 십 분이면 오갈 수 있는 길이니 어쩌면 몇 번은 스쳐 지난 사이일 수도 있겠다.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