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34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3층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WHITE HOUSE

우리나라에서 땅을 밟고 살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도시에 모여 살다 보니 집은 아파트, 일터는 빌딩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로 지상으로 이동해서 일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로 공중으로 올라간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에서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라는 시작에서 나는 씁쓰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감옥과 다름없이 사각 공간에 갇혀 살고 있는 셈이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살다 보니 행동 범위가 한정되고 하는 일도 익숙한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우리가 아파트에서 하는 일을 생각해 보라. 소파에서 벗어나..

내가 살 집인데 내 마음대로 하면 어때?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은 예외 없이 넘치게 공부를 하고 건축사를 찾아온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얻고 싶은 정보의 키워드만 치면 무한대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책을 통하거나 직접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로 생생한 실물 정보를 해설까지 들을 수 있다. 건축주라면 우리 식구가 살 집이니 미리 공부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 검색으로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된 계획안을 들고 찾아온 건축주를 건축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죽은 사람만 아니면 어떤 병도 치유할 수 있다던 명의 ‘화타’도 고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 그 환자는 스스..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고 하는 아내

요즘 부산 시내에는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임대사업을 위해 짓는 도시형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땅값을 올려 버렸다. 도시형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던 오래된 동네가 이제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임대수익을 위해 소위 원룸 주거가 동네를 점거하는 건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 동네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게 되니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만큼 우리 동네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 땅값에 밀려 아파트로 가고 만다. 땅값이 오른 집에 등을 붙이고 살 수 없도록 가해지는 이런저런 압력을 이길..

심한재, 입주 4주년이라며 부쳐온 건축주의 감사 인사

오늘이 입주한 지 4년이 되는 날이라며 양산 심한재의 건축주께서 단톡방에 안부 메시지를 넣었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건축주는 시공자와 설계 감리자가 현장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했었다. 교수인 건축주도 보직이 많아서 바쁜 분이시고 감리자인 나도 한 주에 한번 정도 현장에 가게 되니 현장과의 소통을 카카오톡으로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시공자인 니드하우스가 워낙 공사를 능동적으로 진행했기에 불협화음은 일어나지 않아서 단톡방은 응원과 격려 일색이었다. 시공자를 건축주와 감리자가 감시하는 분위기가 되면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시공자를 선정해야만 착공에서 준공까지 시종일관 원만한 공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건축주께 시공자로 니드하우스를 추천하고 꼼꼼한 견적서에 신뢰를 더해 공..

밥에 대하여-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소중한 이유

인생은 밥이다 밥이 인생이라고 하니 쯧쯧 혀를 차는가? 인생이라 큰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지만 눈물 묻은 빵에 인생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니 눈을 돌리는 사람이여 더 살아보면 알게 될 일이라 절실한 일이 그밖에 또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네 밥 먹는 그 자리 어떤 이는 죽지 못해 먹는다고 하니 밥 먹으며 웃으려면 살아온 그만큼 딱 그만큼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밥은 인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생을 살아보면 밥만큼 가질 수 있는 딱 그만큼이 행복이라네 밥이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살아볼수록 밥 먹는 만큼 소확행인 건 없다. 오늘 한 끼, 다시 돌이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