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무설자 2021. 10. 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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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11014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필자 설계 경남 양산 심한재의 저녁 - 어둠이 내려 앉으면 창에 불이 켜져야 한다. 식구들이 일찍 돌아오는 건 우리집보다 더 편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이다.

 

 아파트에 사는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들고 새벽은 더디게 밝아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퇴근길은 저 멀리 하늘 끝에 석양이 깔린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사위四圍는 어둑어둑 해졌는데 아직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많다.

 

 저녁 무렵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은 잠 들 즈음이라야 발코니가 밝아진다. 잠 들 시간이라야 사람이 드는 집은 빈집이나 무엇이 다르랴. 바깥일이 없는 사람은 집에 머물지만 일 하러 나간 사람은 잠잘 시간이 되어야 숨어들 듯 들어온다.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식도 집 떠나면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되어 버리니 아파트는 외로움을 부르는 원흉이다. 아무도 올 리 없건만 누군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데.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지만

 

 자식이 출가하면 사위나 며느리에 손주가 포함되어 호적상으로 보면 대가족이 되어 있다. 내 자식도 살기 불편하다며 대학생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버렸으니 사위 며느리가 우리집’이라고 자주 찾을 리 만무하다. 할배 할머니는 손주가 보고 싶어서 언제 오려나하고 기별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손님이 기꺼이 찾아와서 외롭지 않게 살아보려고 단독주택을 짓는다. 수백에서 수천 가구의 집을 층층으로 모아놓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덜 외롭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일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집이 모이고 쌓여 있는 아파트라고 해서 외롭지 않은 집이 되는 건 아니다.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단독주택의 평면도 대부분 아파트처럼 부부 위주로 살도록 얼개가 짜여 있다. 지금의 가족 행태는 가장家長 중심의 종적縱的 관계가 아니라 개인화된 횡적橫的관계로 바뀌었다. 남편이 주가 되고 아내는 보조 역할을 하던 세상이 아니어서 부부 어느 한 사람의 주장대로 살지 못한다.

누구의 손님이 와도 서로 편할 수 있는 집의 얼개를 가져야만 외로움이 해소된다

 

 단독주택이라도 아파트와 다름없는 얼개를 가지면 손님이 오면 편치 않다. 그러다보니 부부 공동의 손님이 아니면 집으로 청하기가 쉽지 않다. 출가한 자식이 와도 사위와 며느리뿐 아니라 부모도 편치 않다. 그래서 식구 중 누구의 손님이 와도 서로 편할 수 있는 집의 얼개를 가져야만 외로움이 해소되는 일상이 보장된다.

 

 손님이 와야 집안에 생기가 돌게 되어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된다. 그래서 단독주택 설계는 손님을 배려하는 얼개로 평면을 짜야만 며느리와 사위가 편하게 머물 수 있다. 그래야만 손주를 자주 볼 수 있으니 조손祖孫이 친해질 수 있는 집이 된다. 나이가 들어 손주와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노년의 복을 누리게 된다.

손주와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노년의 복을 누린다

 

 손님이 하루도 좋고 며칠을 묵어가도 서로 편할 수 있는 집의 얼개를 찾아내는 것이 단독주택 설계의 핵심이 된다. 그 손님은 누구라도 좋겠지만 가장 기다리는 건 자식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손주를 볼 수 있으니까.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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