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51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집을 설계해 주세요

나는 가끔 건축사 동료들에게 농담 같은 진담으로 물어본다. 건축주가 설계 의뢰를 하면서 딱 하나의 조건만 동의를 해준다면 건축사가 원하는 설계비로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하는데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동료 건축사들은 무슨 그런 설계 조건이 있느냐며 반문을 했다. 혹은 그 조건을 수락하겠다며 계약을 하고 잘 협의를 해가면서 진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는 동료도 있다. 그 대답을 하는 동료 건축사에게 건축주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집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과연 건축사가 자신 있게 그런 집을 설계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려운 조건임에 틀..

식구들이 꼭 집에서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

집에 있으면 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우리나라에서 집이라고 하면 아파트이니 거실 말고는 있을 곳이 따로 없지 않은가? 그러면 거실 소파에 앉거나 드러누워서 TV 보는 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 별다른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거실은 TV를 보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거실 벽 TV 화면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오디오 시스템도 보강하는 집이 많다. 안락한 TV 시청을 위해 다리를 쭉 뻗고 볼 수 있는 소파가 없는 집이 없다. 집에서 주로 TV를 보는 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닌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왜 집에서 TV만 보느냐 하면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도 없지만 딱히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OTT 서비스로 제공되는 전 세계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는 볼 시간이..

혹시 각방 쓰시나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았다.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는 게 생소했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부부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지는 않지만 아내가 내 옆에서 자지 않은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될 크기인데 언제부턴가 불편하다며 아내는 거실로 잠자리를 옮겨 버렸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각방 쓰시나요? 부부가 한 방을 쓰지 않고 따로 방을 쓰는 집이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처럼 나이를 많이 먹은 경우에는 어쩌면 잠자리를 따로 쓰는..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마당

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

우리집은 마땅히 이런 곳이어라

투명인간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집이야말로 힘든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향에 살면서 힘들 때 집을 떠올리면 눈물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우리집’에 대한 그리움이 주는 안식 효과일 터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집은 말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집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Home과 House로 구분해야 한다. Home은 가정, House는 가옥으로 나누어지지만 우리말은 그냥 집으로 통칭해서 쓴다. 집이라는 말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House가 아니라 Home일 것이다. ‘어떤 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