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음양의 균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을 잘 먹는 건 음을 채우는 것이고, 운동으로 양기가 활발해져야 몸은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음식을 잘 먹어도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고,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서 과하게 몸을 써도 안 된다. 먹는 만큼 운동이 필요하고,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하려면 잘 챙겨 먹어야 음양의 조화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도 내부 공간은 음의 요소로 정적이고, 외부 공간은 양의 요소라 동적이다. 발코니가 없는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는 내부 공간 밖에 없다. 외부 공간이 없는 집인 신축 아파트는 활기가 떨어지고 집 안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소파에 몸을 묻고 TV 모니터만 바라보는 일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음의 기운만 가득한 아파트에는 양기를 더해줘야 하는데 발코니가 없으니 방법이 없다.
아파트에 있는 발코니는 양기의 원천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후에 공급된 아파트는 외부 공간 요소가 사라져 버렸다. 한 때는 아파트 발코니가 1.8미터까지 허용되었던 때가 있었다. 광폭 발코니로 부르던 넓은 외부 공간이 부설된 아파트는 마당을 가진 집이라고 해도 될만한 분위기였다. 발코니 한쪽을 정원으로 꾸미기도 하고 마루를 깔아 대청 분위기로 쓰기도 했었다.
새시가 설치된 광폭 발코니에는 사시사철 꽃이 피는 정원이 있고, 장독에는 우리집표 간장과 된장을 담궈 먹는 집도 많았다. 마루를 깐 집에서는 다탁을 놓고 차실로 쓰는 집도 있었다. 이처럼 발코니가 있으면 아파트라도 집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에서 발코니는 마당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답게 쓸 수 있는 발코니가 신축 아파트에서는 사라져 버렸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발코니의 역할은 바닥은 마당처럼 쓸 수 있고 천정은 처마의 기능을 수행한다. 남향 아파트에 한정된 기능이지만 겨울에 집 안으로 깊이 드는 햇볕이 여름에는 발코니를 넘어 들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에는 발코니의 역할이 더욱 돋보이는데 거실 문을 열어 놓아도 걱정이 없다. 거실에 앉아 발코니 문을 넘어 들어오는 빗소리를 듣는 운치를 신축 아파트에서는 가질 수 없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동적인 기운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발코니가 없는 신축 아파트는 음적인 기운만 있어서 가라앉은 집 분위기를 살릴 요소가 없다. 신축 아파트는 화분 하나 놓을 공간도 없이 집안 면적만 넓어졌을 뿐이니 적막한 기운만 감돈다. 소파에 엉덩이를 묻고 꼼짝하지 않는 아파트 생활을 하게 만든 발코니 확장 합법화을 다시 되돌려야만 음양이 조화로운 우리집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상가주택 3층에 있는 단독주택도 마당은 필수
도시의 지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에 산다는 건 언감생심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작은 땅에 이층이나 삼층으로 단독주택을 짓거나 상가주택의 삼층에 단독주택에서 살면 아파트와 다른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아파트와 다르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데도 차라리 아파트에서 그냥 사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후회하고 있는 집이 적지 않다. 아파트와는 다른 주거 생활의 팁이 작은 마당을 두는데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꿈꾸는 건 바로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걸 생각해보자. 우리집이 너무 좋아서 집 밖에 나가기 싫다고 하는 말이 ‘마당 있는 집’이라는 걸 알면 좋겠다. 일찍 독립해 나간 아이들도 잘 오지 않는 집, 밤이 늦었는데도 식구들이 돌아오지 않는 집, 모처럼 함께 밥을 먹는 휴일에도 외식하느라 집을 나서는 집이 아파트가 아닌가? 그 반대로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지어 살 수 있으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우리집에서 살 수 있다.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하면서 마당을 넣어 보니 건축주의 반응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설계자에게 집 자랑이 늘어진다. 상가주택의 최상층에 있는 단독주택은 땅에 접하지 못하고 공중에 뜬 집이지만 마당을 넣어 설계한 결과는 다시 아파트에서는 못 산다고 하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 발코니도 없는 아파트와 다르게 작지만 마당을 두고 거실을 침실과 독립된 영역으로 나누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집이 되었다.
단독주택에는 있는데 아파트에 없는 게 무엇일까? 아파트에 있는 각 공간을 우리 식구가 바라는 형식으로 바꾸면 단독주택에 사는 만족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정도로 바꿔서 지은 집이라면 아파트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가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넓고 좁고’나 ‘이런저런’이 아니라 ‘없고 있고’라는 점에서 바꿔진 마당을 가진 집이라야 음양이 조화로운 단독주택이라 할 수 있다.
전원에 짓는 단독주택, 한옥에서 가져와야 할 마당
전통건축에서 중국집은 중정中庭, 일본집은 庭園, 우리 한옥은 마당이라는 외부공간의 특성이 있어 완전히 다르게 쓰고 있음을 주목해 보자. 한옥에서 마당은 집의 영역별로 내부 공간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그래서 한옥에서 건물이 대지의 가운데 앉혀지며 담장을 경계로 각 영역의 마당이 실내와 집 밖의 완충공간이 된다.
중국집은 건물이 담장의 역할을 하거나 건물이 없는 자리는 높은 담장을 설치하여 외부와 단절한다. 일본집은 내외부의 공간 연계성을 가지지 않으므로 건물의 현관이 주출입구로 내부에서 각 실의 동선을 해결한다. 한옥은 건물을 둘러싼 각 영역의 마당에서 내부 공간으로 출입하고 담장은 키높이 정도로 시선이 열려 개방적이다.





한옥에서 담장은 마당이라는 '지붕 없는 공간'의 외벽이 된다. 따라서 한옥의 특성은 마당에 쓰임새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대지 영역만큼 꽉 채워 쓰는 큰 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옥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집의 규모는 적지만 마당과 하나 되는 큰 공간 구성을 통해 자연과 합일되는 풍요로운 주거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전원에 짓는 단독주택은 한옥에서 건물을 집터의 가운데 배치한 근거를 읽어서 마당의 역할을 부여하면 쓰임새가 분명해진다. 건물과 마당이 분리되면 집 안과 밖의 쓰임새가 이어지지 않는다. 거실 앞에는 큰 마당, 식탁이 있는 자리는 테라스, 서재 앞은 작은 정원, 주방과 다용도실은 뒤뜰과 장독대와 이어지면 좋겠다. 외부 공간에 기능을 부여하게 되면 일상에서 관리할 수 있으니 늘 정갈한 집으로 쓸 수 있다.
마당은 우리나라의 집에만 있는 외부 공간이다. 일본은 정원, 중국은 중정으로 집의 외부 공간을 쓰면서 집 안과 밖이 기능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집의 안팎이 연계되어 쓰임새가 완성된다. 사랑 마당이 없는 사랑채, 대청마루와 안마당이 없는 안채, 정지 마당이 없는 정지는 있을 수 없다. 고정된 음의 공간인 집 안과 비워져 있어 어떤 일이라도 담아내는 양의 공간인 마당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게 된다.
집을 설계하면서 집 안과 밖의 연계를 통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부 공간만 있는 아파트는 음의 기운이 집안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상가주택이든 도심주택이든 단독주택을 지어 산다면 꼭 작은 마당이라도 외부 공간을 두어 양기를 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원에 짓는 단독주택은 한옥의 지혜를 가져와 건물과 마당의 관계 맺기를 조화롭게 하면 길택에서 살게 될 것이다.
원문 읽기 :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김정관의 단독주택 인문학' 22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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