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55

'단독주택 인문학 15 - 손주가 자주 오는 집은 평면도가 다르다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독주택을 짓는 목적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일상생활을 단독주택을 지어서 누리기 위함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누구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잠만 자고 나오는 숙소 이상 다른 일을 하는 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밤이 되면 잠잘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 않는가? 휴일이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고 해도 TV를 보는 일 말고는 따로 할 일이 없다. 모처럼 가족들이 같이 모여 밥을 먹어도 집 밖에서 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거실에서는 TV를 보고 각자의 방은 잠을 자는 이외의 기능을 담아내지 못하는 집이 아파트가 아..

손주가 그린 '우리가족나무'

"할아버지, 제가 그린 그림 보실래요?" 다섯 살 손주는 할아버지에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그러면서 손바닥만 한 종이를 내미는데 얼굴 일곱 개가 나뭇잎을 대신해서 나무를 이루고 있다. "그림 제목은 우리 가족 나무예요" 손주가 그린 불후의 작품, '우리 가족 나무' 아래에 있는 얼굴 둘은 엄마 아빠, 위에 있는 얼굴 둘은 할머니 할아버지, 가운데 얼굴은 손주라고 한다. 눈코입이 없는 얼굴은 누구냐고 하니까 돌아가신 분이라며 그분들도 우리 가족이란다. 손주가 돌아가신 증조모 증조부까지 함께 가족으로 생각하다니 기특하기 이를 데가 없다. 존댓말과 우리 가족 '우리'라는 호칭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독특한 어투이다. 영어의 our와는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친구들과 있으면서 '우리 아내'라고  영어로 'o..

단독주택 인문학 14 - 대지에 집을 앉힌 배치도에서 길택吉宅이 보인다

집터를 확정했고 설계자인 건축사도 정해졌으면 집 짓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집터는 법적 건축용어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의미로 대지垈地라고 한다. 건축 설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지에 건물을 놓는 배치 작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건축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건물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집을 쓰는 효용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건축주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집 짓기에서 필요한 전문가는 건축설계와 감리, 행정 업무는 건축사가 되고 공사는 시공자가 된다. 여기서 집 짓기를 전문가가 보는 관점과 집을 쓰게 될 건축주와 가족들의 입장은 다소 다를 수가 있다. 건축 설계 단계에서 건축주가 지나치게 관여하게 되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탓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공사도 그러해서 건축주..

도심에 짓는 단독주택, 우리집 지을 자투리 땅 구하기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사람, 이미 밤이 깊었는데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꿈꾸는 집은 단독주택일 수 있다. 집에서 통학해도 되는데도 굳이 학교 앞 원룸에서 살고 싶다며 독립하려고 떼를 쓰는 아이들, 그러는 건 아파트가 우리집이 아니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 부모님은 좀 더 같이 살고 싶은데 아이들은 탈출을 꿈꾼다.      집이란, 우리집이라고 하면 밖으로 나가기 싫고 퇴근 시간이 되면 귀가를 서둘러야 한다. 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이어야 하는데 더 갈 데도 없는 데 서성이며 쉬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아파트가 사람들을 밖으로 내쫓는지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니 집은 잠만 자는 숙소에 그치고 있다. 그렇더라도 도시에서 단독주택에 산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

단독주택 인문학 13 - '우리집' 지을 땅 구하는데 5년이면 충분할까?

십 년 전, 단독주택 설계 계약을 하고 집터를 살펴보니 집을 지으면 곤란한 땅이었다. 그 땅은 산지를 택지 조성해서 만든 단독주택단지였는데 주변에는 아직 집이 들어서지 않은 공터였다. 택지의 최상부에 위치한 땅이라 동쪽으로 멀리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분양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필지의 동쪽과 남쪽 필지에 집이 지어지면 바다 전망이 없어지게 되고 남향 햇살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게 되는 미래가 보였다.      설계 계약 전에 건축주와 집을 짓게 된 연유를 얘기하다 보니 형제의 의까지 맺어 특별한 관계로 설계를 시작한 상태였다. 만약에 집터의 조건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건축주에게 전하게 되면 어떤 결과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바다 전망과 남향 햇살을 다 포기해야 하는 그런 땅에 집을 지어서는 곤란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