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34

단독주택 인문학 3 - 우리 시대의 가문, 가풍, 가장이 있는 '우리집'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단독주택인문학 3  요즘 가문(家門)⦁가풍(家風)⦁가장(家長)이라는 이 말들은 잘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미마저 사전에나 있는 死語사어로 전락해 버렸는지 모른다. 이렇게 되고 만 건 아마도 삼대가 한 집에 살았던 대가족 제도의 붕괴에 따른 게 아닐까 싶다.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상하관계를 따지던 종적 인간관계가 무너지면서 가정도 가족 해체에 들어가게 된 것일 터이다.     삼대가 한 집에 살았던 시절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기초교육이 가정에서 이루어졌었다. 사실 대화가 아니라 가장의 일방적인 훈시였지만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에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네 아버지가 누구냐?”, “어느 집 자식이냐?”는 말을 들어..

단독주택 인문학 2 - '우리집'에서 밥을 지어 먹어야 하는 이유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단독주택인문학 2  지금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세상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의식주, 옷은 물론이고 밥까지도 사서 먹는 게 요즘이다. 집도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 아니라 투자 가치에 초점을 맞추니 돈이 삶의 기준이며 목표가 되어 버렸다.     돈이 많아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니 대학도 돈이 되지 않은 전공은 지원자가 적어 없어지고 만다. 명품이라는 브랜드는 경기를 타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되니 수십 층을 넘어 백 층까지 짓고 있다. 돈이 있어야 먹을 수 있고, 입는 것도 값비싼 브랜드라야 하고, 수십 억 하는 아파트에서 잠을 자야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긴다.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고 믿지만 과연 그럴까? ..

단독주택 인문학 1 - 잃어버린 우리집을 찾습니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단독주택인문학 1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우리는 집에서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이제는 아파트 생활에 적응해 살다 보니 소중한 그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의식하지 못하며 지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독주택을 지어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걸 보면 집다운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집을 잃어버렸다'라고 말을 던지면 단말마적인 표현일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고향을 잃었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돌아갈 집마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데 잃어버린 고향은 어찌할 수 없다 해도 집을 집답게 지어 산다면 잃어버렸던 우리집을 되찾을 수 있다.     왜 새삼스레 집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누구나 집에서 살고 있는데 돌아갈 집이 없다..

문과 창으로, 열린 집과 닫힌 집으로 나눌 수 있는 단독주택

아파트에 사는 생활이 갑갑하고 단조로워서 단독주택을 지어 사는 바람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마당만 있으면 집은 어떻게 지어도 상관없다는 듯 평면을 살펴보면 아파트와 닮은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건축사도 아파트에 살고 있고 건축주도 아파트에 살았던지라 익숙한 평면도에 수긍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정말 마당이 있으면 집은 아파트처럼 지어도 괜찮을까? 아파트는 집 안에서만 생활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단독주택을 아파트 평면처럼 설계해서 지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집 안과 집 밖으로 단절된 단독주택에서 살게 되면 바깥 공간은 관리 대상이 되고 말아 집을 유지하는 노동에 직면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문과 창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다르다는 것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문은 疎通소..

싱글맘이 짓는 단독주택 13-우리집은 꼭 지어서 살아야 하기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 보려고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만다.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분들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게 실행에 옮기는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집을 짓는다는 걸 짧은 생각으로 할 수 있을까?      단독주택만 수십 채를 설계했지만 이번 작업은 다른 집에 비해 특별하게 힘이 들었다. 대지 조건도 그러했지만 건축주가 꼭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할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려서 지우고, 다시 고쳐서 그리는 작업을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제 쉽지 않았던 설계를 마무리하고 시공 일정을 조율하면서 그동안 이루어졌던 과정을 돌아본다.        공사에 앞서 설계, 설계 작업 이전의 생각      단독주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