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234

단독주택 인문학 7 - 각방을 쓰자는 데 안방은 누가 써야 할까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니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을까 싶어 찾아 확인은 했지만 생소하게 다가온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집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자고 하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작은방을 쓴 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 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되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어느 여름부터 거실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부터 아내는 안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댁에도 각방 쓰고 있으신지요?         ..

단독주택 용소정 3 - 음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집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한옥에서 살아보지 않은 건 같은 처지이다. 그런데 만약 한옥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은 금세 적응해서 한 달쯤이야 조금 불편해도 원래 살았던 사람 같이 생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이색 생활 체험 같이 한 달 살기는 상당히 힘들게 지내야 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보지도 않은 한옥에 금세 적응할 수 있을까? 그건 조상님들께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의식적으로는 모든 게 생소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 온돌방에서는 침대와 다르게 꿀잠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양이 어우러지는 집 낮과 밤, 주인과 손님, 외부와 내부, 배후와 조망 등의 음과 양의 조화가 용소정 설계..

단독주택 용소정 2 -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설계 개념을 얻다

단독주택은 참 귀한 프로젝트이지만 다행히 작업할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물론 단독주택만 전문으로 작업해서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건축사로써 마음 가짐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는 이만한 프로젝트가 드물다. 옛집을 가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축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다지게 된다. 근대를 겪지 못한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고 현대 건축으로 바로 들어간 게 우리나라 건축물의 시대적 상황이다. 한옥이라는 옛집에서 이어지는 과정 없이 아파트에서 살게 되다 보니 이 시대 단독주택은 족보 없는 집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닮은 평면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런데 공중에 떠 있는 박스에 갇힌 평면을 어떻게..

단독주택 용소정 1 - 나를 닮은 집으로 설계해주오

집일까?언제부터였을까? 정해진 박스 틀 속에 차곡차곡 우리의 삶을 구겨 넣는데 익숙해져 온 것이. 유행 따라 차를 바꾸듯 일 년을 살기도 하고, 십 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옮겨 사는데 익숙해져 버린 우리네 삶의 방식. 우리 집, 우리 동네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무슨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가 우리네 주거가 되어 버렸다. 집이냐?아파트는 걷어버리면 떠날 수 있는 유목민의 텐트처럼 짐만 들어내면 아무런 미련 없이 옮겨갈 수 있다. 내 아이가 자라온 기억도, 이웃과 나눈 정도 옷에 묻은 먼지 털어내듯 툴툴 털어버리면 그만일까? 아무 미련 없이 주소 바꾸고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그런 삶을 사는 도시인의 내면은 외로운 기억 밖에 없다. 집이다.나를 담고 식구들과 함께 살아갈 ..

단독주택 인문학 6 - 수납 공간이 없는 집에서 일어나는 나비 효과

-단독주택의 다락과 손님방에서 머무는 행복에 대하여 지금은 무엇이든지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소용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눈을 현혹하는 모양새에 팔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쓰임새를 도외시하고 선택해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디자인 만능 시대라 하더라도 예쁘다고 해서 다 용서되는 건 아닐 것이다.      눈길을 끄는 외관을 가진 집을 보면서 나도 저런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한번 지으면 평생 살아야 하는 우리집이라면 겉만 번지르하게 짓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톡톡 튀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추어 패셔너블한 외관을 자랑하는 집만 나오고 있다. 만약 우리집을 짓는다면 어떻게 지어야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