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삶, 상담과 답변

그리운 사람은 그리워 할 뿐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으랴

무설자 2006. 3. 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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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인이 피맺힌 글을 상담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곧 지워 버렸습니다.

어려운 가정에서 너무 힘든 짐을 진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그 환경을 벗어나고자 일찍 결혼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그 결혼생활 역시 순탄하질 못했습니다.

가정에 무책임한 남편은 그녀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어 결국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나서 만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 남자가 불의의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비통함에 남은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글을 상담란에 올렸더랬습니다. 그에 대한 답을 그녀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그대의 얼굴을 만들고

귓가에는 바람이 그대의 목소리를 전한다

저 산의 푸른빛도 그대의 마음으로 다가오니

온통 세상은 그대의 흔적 뿐 이어라


이렇게 그리운 그대는 곁에 없고

무거운 내 짐은 가냘픈 내 어깨를 짓누르니

한 발자국 발걸음도 천근이어서

먼 인생길 어찌 다 갈 수 있으리


하늘도 우르를 수 없고

귓가에 맴도는 그 목소리에 귀를 막아

장님이 될까 귀먹어리가 될까

그리운 마음 가눌 길 없어라


그리운 사람은 그리워하자

보고픈 마음을 가지는 것도

내가 누릴 수 있는 복이니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님의 글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시로 표현해 봤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먼 거리를 두고 보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가까이 있어도 만나서 안 될 사정으로 마음에 묻고 사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보다 더 가슴 아픈 사람은 사랑하는 이를 찾지 못한 사람입니다.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

사랑보다 다른 그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

사랑 자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님은 사랑을 해 보았고

사랑이 무언지 아는 분입니다.

다만 그와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있지 못할 뿐입니다.

내가 그를 사랑한 것은 같이 나누는 시간과 장소를 넘어선 것이 있습니다.

이 사랑을 잘 간직하고 사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제 님의 그 지극한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내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도

그 사랑을 나누어 주십시오.

세상에는 받기보다는 지극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랑에 목말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을 회향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르며 그리워하십시오.

바람으로 그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닥치는 어려움을 이겨내십시오.

부처님은 그 그리움을 지니며 사는 님을 올바르게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움을 집착이 되지 않도록,

사랑이 애욕이 되지 않도록,

눈물이 비탄이 되지 않는 길을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그리운 사람은 그리워하십시오.

그 그리움의 열매는 세상의 양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