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취다헌 김홍길 대표의 명복을 빌며

무설자 2023. 7. 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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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30724

취다헌 김홍길 대표의 명복을 빌며

 

 

 

그가 갑자기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타국에서 황망한 죽음을 맞이했다. 사인은 뇌출혈이라고 했다. 아직 환갑도 지내지 못한 나이지만 죽는데 순서가 있을 리 없으니 어쩌겠는가?   

  

그는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보이차로 사업을 했었다. 그와의 인연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보이차를 구입하는 걸로 이어졌다. 그가 판매하는 보이차를 신뢰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의 카페에 차가 올라오면 대부분 금방 완판 되곤 했다.      

 

이 소식을 접하게 되면 이제 어디서 보이차를 믿고 구입할 수 있을지 아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오래 지켜보았던 사람이라면 흔치 않은 아름다운 사람을 잃었다며 슬퍼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차를 판다기보다 나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람 좋은 그가 사업에 능수능란할 리 만무하니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을까? 장사라면 세상에 소문난 중국 사람들과 중국 땅에서 경쟁하며 어떻게 버텨왔을까? 모르긴 해도 그의 死因사인에 사업의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글로만 알아왔던 그를 2017년에 쿤밍에서 만났다. 건축사 동료들과 윈난성 여행을 가게 되면서 그에게 가이드 추천을 부탁했었다. 그가 추천해 준 가이드 분은 마침 부산 사람이었고 아주 만족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일정의 마지막 날 그를 만나 차도 마시고 저녁을 먹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때 그의 나이는 사십대 중반이었고 그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인품이 너무 편해서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대할 수 있었다. 그가 추천한 가이드 분 덕분에 너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으니 동료들에게 나의 면을 세울 수 있었다.   

  

2017년에 쿤밍에서 그를 만난 뒤 이듬해에는 잠시 다녀간 귀국길에 부산까지 다녀갔었다. 그와는 그 날 이후로 아는 사이에서 친한 사이로 교분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가 좀 더 들면 그가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윈난의 따리에 머물러 보고 싶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가 그기에 있었으니...    

 

그 때 가이드를 해 준 홍산님과는 지금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홍산님과 그는 쿤밍에서 친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카페에서 급작스런 일이 생겨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글로 소식을 접했었다. 홍산님께 전화를 넣었더니 이미 운명했고 중국에서 화장까지 마친 상태라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카페에 올라온 그의 소식에 많은 분들이 어서 회복되길 바라는 소망을 댓글로 전하고 있었다. 아직 카페에는 그가 이미 운명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지 않아 많은 분들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허망하고 슬픈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얼굴도 보지 못했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던 사이겠지만 다들 얼마나 애통해 할까?     

 

 

醉茶軒취다헌 김홍길,

그의 영전에 맑은 차 한 잔 올리며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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