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와 삼독심

무설자 2023. 8. 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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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30807

보이차와  삼독심

 

 

搛一放一염일방일,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나를 쥐고 또 하나를 쥐려 한다면
어느 날 그 두 개를 모두 잃게 될 것입니다.

                                                       -선묵 혜자

차를 마시면 혼자 있다고 해도,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가진다고 해도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필터처럼 찻자리는 맑고 향기로운 생각과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혼자 있으면 망상에 빠지거나 우울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여럿이 있어도 대화가 집중되지 않을 때가 많지요. 차를 마시면 흐트러지기 쉬운 분위기가 모아지고 말수가 적거나 없어도 고요함 속에 하나가 됩니다.

 

보이차는 다양한 차 종류로 마시기에 풍요한 차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후발효차라는 특성이 수십내지 수백 종류를 가지고 있어도 더 좋은 차를 더 많이 소장하려는 물욕에 빠지게 합니다. 또 차를 묵히면 가치가 오른다는 편견으로 값싼 차라도 훗날에는 가치가 더해진다고 믿어 방 하나를 채울 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물욕이 그다지 없는 편이라 애써 구하는 게 없었는데 보이차는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어떤 게 좋은 차인지 모르던 초보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차를 구입하고 있으니 그 양이 적지 않습니다. 이젠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구입하지는 않지만 사지 않을 수 없는 게 보이차입니다.

보이차를 마시며 가지게 되는 폐습으로 알아 경계해야 되는 건 알량한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모습입니다. 대부분 인터넷 정보 검색으로 알게 되는 잡다한 지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지요. 이 또한 제 처지를 알아차려서  말을 줄여야 하는데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렸는지 찻자리를 마치고 나면 늘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됩니다.

 

팽주와 손님이 따로 없는 찻자리, 마치 맞절 하듯이 팽주를 따로 두지 않고 각자 차를 우려 마셨던 자리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거나 바라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원인은 三毒心삼독심이라 부르는 세 가지 버려야 할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더 가지려고 하는 貪心탐심, 상대를 탓하는 嗔心진심,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옳다고 여기는 恥心치심입니다. 보이차로 차생활을 올바르게 하려면 이 세 가지 마음을 잘 살펴야 합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누구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번째가 바로 더 가지려는 貪心탐심입니다. 소중한 것일수록 하나만 있을 때는 귀하게 여기다가 둘만 되어도 애틋한 마음이 덜해집니다. 더 가지려는 맘을 내려놓아야 지금 마시는 차의 향미가 오롯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또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아는 체하는 건 상대방을 깔보는 嗔心진심입니다. 설사 나보다 아는 게 적은 다우라 할지라도 그가 묻지 않는데도 가르치듯 얘기를 늘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찻자리는 차를 마시는 게 말하는 것보다 우선인데 이니까요. 제가 내려놓아야 할 버릇이어서 이 또한 염일방일의 가르침으로 되새깁니다.


많은 양의 차를 가지고 있는 걸 벼슬처럼 착각하고 조금 아는 차에 대한 지식으로 찻자리에서 가르치려 하는 어리석은 마음-恥心으로는 다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찻자리에서 쓸 차는 茶壺차호에 넣을 아주 작은 양이면 그만입니다. 또 차를 마시며 내가 하는 어떤 이야기라도 잘 들어주는 것보다 더 가치로울 수 없다는 걸 명심하려고 합니다.

 



차는 좋은 사람과 함께 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물이나 권력을 자랑하는 게 소인배인 것처럼 차나 차에 대한 지식을 자랑삼아 드러내어서는 안 됩니다. 차만큼 좋은 벗과 가까이하고 싶다면 염일방일의 가르침을 차생활에서도 깊이 새겨야 한다는 걸 마음에 담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