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30807
보이차와 삼독심
搛一放一염일방일,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나를 쥐고 또 하나를 쥐려 한다면
어느 날 그 두 개를 모두 잃게 될 것입니다.
-선묵 혜자
차를 마시면 혼자 있다고 해도,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가진다고 해도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필터처럼 찻자리는 맑고 향기로운 생각과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혼자 있으면 망상에 빠지거나 우울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여럿이 있어도 대화가 집중되지 않을 때가 많지요. 차를 마시면 흐트러지기 쉬운 분위기가 모아지고 말수가 적거나 없어도 고요함 속에 하나가 됩니다.
보이차는 다양한 차 종류로 마시기에 풍요한 차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후발효차라는 특성이 수십내지 수백 종류를 가지고 있어도 더 좋은 차를 더 많이 소장하려는 물욕에 빠지게 합니다. 또 차를 묵히면 가치가 오른다는 편견으로 값싼 차라도 훗날에는 가치가 더해진다고 믿어 방 하나를 채울 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물욕이 그다지 없는 편이라 애써 구하는 게 없었는데 보이차는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어떤 게 좋은 차인지 모르던 초보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차를 구입하고 있으니 그 양이 적지 않습니다. 이젠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구입하지는 않지만 사지 않을 수 없는 게 보이차입니다.
보이차를 마시며 가지게 되는 폐습으로 알아 경계해야 되는 건 알량한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모습입니다. 대부분 인터넷 정보 검색으로 알게 되는 잡다한 지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지요. 이 또한 제 처지를 알아차려서 말을 줄여야 하는데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렸는지 찻자리를 마치고 나면 늘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거나 바라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원인은 三毒心삼독심이라 부르는 세 가지 버려야 할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더 가지려고 하는 貪心탐심, 상대를 탓하는 嗔心진심,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옳다고 여기는 恥心치심입니다. 보이차로 차생활을 올바르게 하려면 이 세 가지 마음을 잘 살펴야 합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누구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번째가 바로 더 가지려는 貪心탐심입니다. 소중한 것일수록 하나만 있을 때는 귀하게 여기다가 둘만 되어도 애틋한 마음이 덜해집니다. 더 가지려는 맘을 내려놓아야 지금 마시는 차의 향미가 오롯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또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아는 체하는 건 상대방을 깔보는 嗔心진심입니다. 설사 나보다 아는 게 적은 다우라 할지라도 그가 묻지 않는데도 가르치듯 얘기를 늘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찻자리는 차를 마시는 게 말하는 것보다 우선인데 이니까요. 제가 내려놓아야 할 버릇이어서 이 또한 염일방일의 가르침으로 되새깁니다.
많은 양의 차를 가지고 있는 걸 벼슬처럼 착각하고 조금 아는 차에 대한 지식으로 찻자리에서 가르치려 하는 어리석은 마음-恥心으로는 다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찻자리에서 쓸 차는 茶壺차호에 넣을 아주 작은 양이면 그만입니다. 또 차를 마시며 내가 하는 어떤 이야기라도 잘 들어주는 것보다 더 가치로울 수 없다는 걸 명심하려고 합니다.
차는 좋은 사람과 함께 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물이나 권력을 자랑하는 게 소인배인 것처럼 차나 차에 대한 지식을 자랑삼아 드러내어서는 안 됩니다. 차만큼 좋은 벗과 가까이하고 싶다면 염일방일의 가르침을 차생활에서도 깊이 새겨야 한다는 걸 마음에 담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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