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말 없는 말

설정 스님과 현응 스님은 들으시오

무설자 2018. 5. 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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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정 스님과 현응 스님은 들으시오



  현 조계종 총무원장과 불교교육원장인 두 분이 2018년 5월 1일에 방영된 MBC PD 수첩의 '큰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 대상이 되었군요. 좋은 일로 방송매체를 탔다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시점이니 불교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오. 하지만 조계종 수장인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와 은처자, 재산은닉이 문제가 되었고 불교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성폭력 의혹에 대한 내용이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이까?

  설정 스님은 조계종 교구본사에다 총림인 수덕사의 방장을 지냈고 현응 스님은 법보 사찰 해인사의 주지를 지낸 조계종을 대표하는 중진이라는 위치가 불교의 위상을 바닥까지 떨어 뜨리게 되었소이다. 출가 수행자가 가져야 할 기본은 집을 떠나 무소유의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데 백억대의 재산을 숨겨 지니고 갓출가한 사미니를 범해 딸을 낳았다는 의혹을 수년째 벗지 못하고 있지 않소? 이런 사람이 총림의 방장을 지내고 조계종의 총무원장 자리에 갈 수 있다니 불교계의 자정 가능성이 있을까 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오.

  또 현응 스님은 스님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원장이라는 자리에 있는데 해인사 주지 시절에 방탕한 생활로 淨財를 탕진하고 신도를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니 교계는 눈과 귀가 마비된 사람들만 있다는 말이오? 신도들이 피땀 흘려 모아 불전에 올린 시줏돈을 유흥주점에 물 쓰듯이 뿌린 근거를 보니 인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외도임이 분명하지 않은가요?  프로그램의 내용에는사실을 방영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하고 공문을 보냈음에도 답변을 회피하고 묵묵부답이었네요.  

  문제제기에 대해 즉답으로 의혹을 해소했다고 했더라도 그런 입장에 섰다는 점만으로도 출가자의 입장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방송에서 종교를 대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근거와 자료를 철저하게 준비를 했을 것이오. 또한 상대는 단위 사찰이 아닌 불교종단을 대표하는 조계종이었으니 오죽 했을까요? 이미 방송을 통해 전국민이 알게된 지금은 피해 갈 수도, 감출 수도, 무시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중벼슬은 닭벼슬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출가자의 처지에서 가지는 직함을 소임이라고 하던데 소임을 가진다고 함은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대중을 위한 이타심으로 봉사하는  자리에 선다는 것이고 알고 있소이다. 그 소임을 벼슬이라고 착각하게 되면 대중이 맡긴 권한을 함부로 써서 재물을 착복하고 쾌락을 위해 정재를 탕진하게 되지요. 오죽하면 머리 깎은 사람이 유흥주점에 오면 호구가 들었다고 할까요? 땀 흘리고 스트레스 받으며 번 돈이 아니라 손만 내밀면 쥘 수 있는 돈이기에 아까운 줄 모르고 썼을 것이오.

  인과란 무엇이오? 세상에 회자되는 수많은 진리 중의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인과응보라고 할 것이오. 손발을 써서 일하지 않고 시물을 받아 쓰면 다음생에 손발이 없는 보를 받아서 뱀으로 태어난다고 들었소이다. 그래서 큰 절 근처에 뱀이 많으면 공부하지 않고 시물을 축낸 스님들이 죽어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 봐도 된다고 어떤 스님께 들었다오. 一日不作 이면日不食이라는 백장 스님의 가르침을 알고 있다면 이떻게 淨財를 그렇게 함부로 쓸 수 있었단 말이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렵고 힘들다는 걸 스님들은 얼마나 알고 있소이가?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졸업을 미루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두려워 하여 결혼을 미루고 산다오. 가장 노릇을 하느라 밤낮으로 일해도 생계를 꾸리는 것이 쉽지 않아 세상을 탓하고 원망하며 눈물을 흘린다오.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는 요양병원에서 늙고 병든 몸을 의지하는 노인들이 그나마 기대는 것이 그들이 믿는 종교에 기대어 세상을 살고 있지요.

  이렇게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며 마음을 쉬고 의지하는 종교, 그 종교를 내세워 기복을 강요하며 돈을 바치라고 하지는 않았던가요? 신도들이 세상살이가 힘들고 앞날이 두려워서 의지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올리는 돈은 피와 땀의 응결체나 다름없다오. 금은보화를 바쳐 공양을 올려 얻고자 하는 복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얻는 마음의 평안이 더 크다는 금강경의 가르침은 불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가요?

  방송을 보고나니 부끄럽고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말법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소. 스님이라는 호칭만으로도 극존칭이며 머리를 조아려 올리는 큰 절을 받는 사람도 오로지 스님들인데 침을 뱉고 싶은 이 마음은 부족한 중생심이겠지요? 이제 총무원장, 교육원장이라는 닭벼슬보다 못한 그 소임을 내려놓고 승복도 벗길 바라오. 결국 그 몸을 벗고나면 인과응보를 받게 되겠지만 지은 잘못이 있다면 세간법의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할 것이오.

  불자이기에 늘 자랑스러웠지만 오늘은 한없이 부끄럽고 처량하기 이를 데 없게 되었다오. 두 사람만 그러하다면 당신들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지은 잘못만큼 벌을 받으면 그만일 텐데 승려 사회가 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오? 뿌리까지 썩은 나무를 가지 몇개 잘라낸다고 성한 나무로 돌아올 수 없을 테니 불교의 미래가 있기는 한가 걱정스럽소이다. 어쩌면 좋으랴 어떻게 해야 다시 불법이 세상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말이오.  나무 석가모니불. (2018.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