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말 없는 말

차마借馬, 말을 빌리다.

무설자 2018. 12. 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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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借馬, 말을 빌리다.


이곡 稼亭集에 실린 글
고려후기 문인. 목은 이색의 아버지.
훌륭하고 자애로운 목민관.
인지소유(人之所有) 숙위부차자(孰爲不借者) 사람이 소유한 것 중에 무엇이 남에게 빌리지 아니한 것이겠는가?



낙동강 하구 낙조

借馬說(차마설)-李穀(이곡)

빌린 말을 논하는 글

余家貧無馬(여가빈무마) : 나는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기 때문에

或借而乘之(혹차이승지) : 간혹 남의 말을 빌려서 타곤 한다.

得駑且瘦者(득노차수자) : 그런데 노둔하고 야윈 말을 얻었을 경우에는

事雖急(사수급) : 일이 아무리 급해도

不敢加策(부감가책) : 감히 채찍을 대지 못한 채

兢兢然若將蹶躓(긍긍연약장궐지) : 전전긍긍하니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넘어질 것아서

値溝塹則下(치구참즉하) : 개천이나 도랑이라도 만나면 또 말에서 내리곤 한다.

故鮮有悔(고선유회) : 그래서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다.


得蹄高耳銳駿且駛者(득제고이예준차사자) : 반면에 발굽이 높고 귀가 쫑긋하며 잘 달리는 준마를 얻었을 경우에는

陽陽然肆志(양양연사지) : 의기양양하여

着鞭縱靶(착편종파) : 방자하게 채찍을 갈기기도 하고 고삐를 놓기도 하면서

平視陵谷(평시릉곡) : 언덕과 골짜기를 모두 평지로 간주한 채

甚可快也(심가쾌야) : 매우 유쾌하게 질주하곤 한다.

然或未免危墜之患(연혹미면위추지환) : 그러나 간혹 위험하게 말에서 떨어지는 환란을 면하지 못한다.


噫(희) : 아,

人情之移易一至此邪(인정지이역일지차사) :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달라지고 뒤바뀔 수가 있단 말인가.

借物以備一朝之用(차물이비일조지용) : 남의 물건을 빌려서 잠깐 동안 쓸 때에도

尙猶如此(상유여차) : 오히려 이와 같은데

 况其眞有者乎(황기진유자호) : 하물며 진짜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우야 어떻겠는가


然人之所有(연인지소유) : 그렇긴 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孰爲不借者(숙위부차자) : 무엇이 남에게 빌리지 않은 것이겠는가.

君借力於民以尊富(군차력어민이존부) :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존귀하고 부유하게 되는 것이요,

臣借勢於君以寵貴(신차세어군이총귀) :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서 총애를 받고 귀한 신분이 되는 것이다.

子之於父(자지어부) : 그리고 자식은 어버이에게서,

婦之於夫(부지어부) : 지어미는 지아비에게서

婢僕之於主(비복지어주) : 비복(婢僕)은 주인에게서

其所借亦深且多(기소차역심차다) : 각각 빌리는 것이 또한 심하고도 많은데

率以爲己有(솔이위기유) : 대부분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기기만 할 뿐

而終莫之省(이종막지성) : 끝내 돌이켜 보려고 하지 않는다.

豈非惑也(개비혹야) : 이 어찌 미혹된 일이 아니겠는가.


苟或須臾之頃(구혹수유지경) : 그러다가 혹 잠깐 사이에

還其所借(환기소차) : 그동안 빌렸던 것을 돌려주는 일이 생기게 되면

則萬邦之君爲獨夫(즉만방지군위독부) : 만방(萬邦)의 임금도 독부(獨夫)가 되고

百乘之家爲孤臣(백승지가위고신) : 백승(百乘)의 대부(大夫)도 고신(孤臣)이 되는 법인데

况微者邪(황미자사) : 더군다나 미천한 자의 경우야 어떠하겠는가.


孟子曰(맹자왈) :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久假而不歸(구가이부귀) : “오래도록 차용하고서 반환하지 않았으니

烏知其非有也(오지기비유야) : 그들이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는가.”라고 하였다.

余於此有感焉(여어차유감언) : 내가 이 말을 접하고서 느껴지는 바가 있기에

作借馬說以廣其意云(작차마설이광기의운) : 차마설을 지어서 그 뜻을 부연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