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가 만드는 세상살이

무설자 2015. 11. 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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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 1511

보이차가 만드는 세상살이

 

 

보이차, 이름은 자주 들어보았지만 주변에 실제로 마시는 사람은 흔치 않은 차입니다 

자판기에서, 일회용 포장으로 간편하게 마시던 국민음료로 불리던 믹스커피가 그 자리를 내놓게 생겼습니다

소위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원두커피로 대세가 옮겨가는 중이지요.

 

보이차도 노차로 통용되던 신비의 허울(?)이 벗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숙차로 옮겨 갔습니다.

대부분이 숙차를 마시더니 어느 때부터 고수차가 이름을 드러내면서 보이차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마시는 숙차에서 음미해서 마시는 고수차를 선호하는 분이 늘어난다는 거지요.

 

언제부터인지 중국차의 대명사가 보이차를 꼽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 이 차의 얼개를 살피는 것도 만만찮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되지요

보이차라는 광활한 바다에 떠돌며 방황해야하는 쪽배의 처지가 되고 맙니다.

 

이렇게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차를 파는 인터넷에서 판매사이트나 차를 먼저 접한 사람이 나의 차생활을 인도하게 됩니다.

온라인 사이트를 의지하게 되면 무작정 차를 사기 쉽게 되고

차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차를 배우게 되면 그가 인도하는 특정한  취향을 따라가게 됩니다

 

특별한 기준 없이 무작정 겪는 시행착오는 만만찮은 돈이 희생양이 됩니다

온라인을 통한 지름신이 들어 한참 구매를 하다보면 순식간에 쌓인 차의 양에 놀라게 됩니다

사람을 통해 차맛에 익숙해졌을 때는 가르치는 분에게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차의 선택이 어려워집니다

물론 값비싼 노차나 반발효차에 익숙해졌을 경우이지만...

 

저는 보이차의 낮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보이차는 숙차부터, 반발효차도 값이 부담없는 차로 많이 마시면서 차맛을 익혀 갔습니다

차를 '깊이보다는 넓이'로 다가갔던 것이지요

 

부담이 적은 금액의 차를 마셔가면서 구입을 하고, 귀한 차는 다우들과의 교우를 통해 공부하듯이 마셨습니다

차를 대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애를 씁니다

차의 단점을 보고 탓하기보다는 장점을 찾아 즐기려고 하지요

 

값 비싼 차가 좋다기 보기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좋게 받아들이면 늘 맛있는 보이차를 마시게 됩니다

내가 즐겨 마실 차가 꼭 값비쌀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보이차는 신차新茶보다 시간이 지나면 맛이 깊어지므로  2-3년정도 된 차를  구입해서 시간에게 맡겨 둡니다.

 

보이차는 소유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나누는 즐거움에 관심을 두다보면 대인관계의 폭이 넓어집니다

가족, 직장, 비즈니스 등의 사람과의 소통을 원만하게 하는데 차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의 관계는 어떤 매개체로 엮어지느냐에 따라 교유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값비싼 차의 소유를 자랑하면 시기의 대상이 되지만 내가 마셔서 맛있는 차를 나누면 쉬 벗이 될 수 있지요

저의 차바위님들은 귀한 노차로 차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 차를 나누는 여유가 있으시니 늘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안타깝게 일찍 歸天하신 저의 차바위이자 차를 가르쳐 주신 선배다우를 떠올리며 상념에 젖는 봄날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