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왜 숙차?

무설자 2013. 3. 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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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풀어쓰는 숙차 이야기

왜 숙차?

 

 

 

 

 

 

필자가 좋아하는 숙차 중의 하나인 왕샤 숙병

 

보이차에 대한 접근은 아직도 구불구불 울퉁불퉁 비포장 산길을 방황하는 형국이다. 보이차의 명성은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그 명성과는 달리 보이차로 하는 차 생활은 시작부터 오리무중이라 얼마나 마셔야 알고 마시는 차가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차 생활이 정착되기까지 치러야 하는 시행착오는 만만찮아 보인다.

 

많은 분들이 인터넷의 자료를 통해서 보이차에 대한 이론적인 견문은 어느 정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보아진다. 하지만 보이차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만큼 실제 차 생활은 그렇게 만만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 시행착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도 입맛에 맞는 보이차를 손에 넣는 일이라 하겠다.

 

보이차는 이런 저런 이름과 멋진 포장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대부분 초보 과정의 졸업 시기는 방 한쪽에 쌓아 놓은 만만찮은 보이차의 양에 비례한다. 그래서 선배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일단 처음에는 숙차를 마셔라.’

 

그렇다. 진기가 20년 이상 된 제대로 보관된 생차를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 값을 치르더라도 그 가격에 맞는 진품을 구입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한다. 또 초보의 입맛에는 20년 이상 된 노차라 하더라도 채 가시지 않은 고삽미를 받아들이면서 즐거이 차 마시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숙차는 한 5년만 지난 차라면 가격도 큰 부담이 없고 쓰고 떫은맛도 완화된 상태에서 단맛이 좋으니 보이차 마시기를 시작하기에 적합하다할 것이다.

그해 만든 것이나 두세 해를 넘긴 숙차는 아직 숙향이라고 하는 냄새가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그 향이 보이차 특유의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 숙향 때문에 숙차를 아예 마시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숙향도 5년 정도만 묵히면 가셔져서 오히려 숙차 특유의 단맛과 달콤한 향이 생기게 된다.

 

보이차는 후발효차,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발효가 진행이 되는 차이므로 보관 과정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차마다 달라지게 된다.

세월을 먹은 보이차는 같은 포장지의 차라고 하더라도 보관된 여건에 따라 차마다 그 맛과 향이 다르게 변화되는데 심지어 같은 장소에 둔 차라도 향미의 차이가 다르게 된다.

그러니 보이차를 대표하는 맛과 향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고, 같은 차를 여러 명이 마신다하더라도 그 맛의 느낌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차가 보이차이다.

 

그러니 초보들은 처음에 접하는 그 보이차의 맛은 외국인이 밥을 처음 먹어보고 밥맛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차를 마시다보면 그 향미에 대한 느낌이 오고 뭐라고 말 할 수 있게 되는데 그 때 ‘이제 보이차 좀 마실 줄 안다’라고 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서두를 오래 끈 것은 좋은 숙차를 찾는 것이야말로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을 형성하는 많은 초보다우들을 위해서는 필요할 수 있는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혹자는 숙차를 보이차의 천출인양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20년 이상 된 생차를 찾는다는 것은 어두운 방에서 바늘찾기처럼 어렵기에 천출이니 서출이니 이야기할 필요 없이 보이차하면 일단 숙차를 알고 좋은 차를 찾아서 마시는 가장 가까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도 숙향이 풀풀 나는 숙차를 거쳐 지금은 5년 이상 된 숙차를 열심히 마시면서 노청병에 갓 입문하는 단계에 와 있지만 여전히 좋은 숙차 구하기에 게으르지 않으려고 한다. 생노차를 즐기는 차생활은 차를 구입하는 비용이나 온전하게 잘 보관된 차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부터 숙차 이야기의 각론으로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