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비 오는 휴일에 마시는 차

무설자 2011. 7. 3. 17:27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비 오는 휴일에 마시는 차

 

 

 

비가 오려고 하늘이 잔뜩 흐려져 있습니다.

장맛비라서 기다리는 비는 아닙니다.

장마가 어서 걷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이 비는 감상에 젖을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우리 집 주변은 안개인지 구름인지 깔려있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산자락에 높이 앉아 있는 아파트에 사는 덕분에 눈아래로 내려다 보고 삽니다

오후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아파트 뒤의 숲에서는 빗소리가 휴일의 정서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비 오는 날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까요?

TV 앞에서 세상사를 두루 살피면서 방콕만 하지는 않습니다

제게는 차가 있으니 하루가 짧습니다

 

오늘은 무슨 차를 마셔볼까요?

비가 오는 날에는 향기가 좋은 차를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차향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차의 고향의 향기를 상상하면서 마셔봐야겠습니다

 

 

 

이 한 잔에 담긴 雲南의 향기를 음미해 봅니다

古樹茶라고 하는 윈난의 구름, 바람과 세월의 흔적을 담은 그 향기입니다

몇 백 년 일까요?

 

 

윈난의 깊은 산골 차산을 사진으로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2,000살이 넘은 차나무도 있다고 하니 윈난은 차의 고향입니다

몇 백 년을 살면서 땅 위로는 바람과 구름, 비와 안개, 햇볕과 달빛을 머금었고

세월이 쌓이고 쌓인 땅 밑에서는 뿌리로 온갖 것을 빨아들여 찻잎을 만들었겠지요

 

 

윈난 깊은 산 속의 차농은 봄이 되면 키 큰 차나무의 새순을 땁니다.

그 찻잎을  뜨거운 솥에 덖고 비비고 햇볕에 말려서 보이차를 만듭니다

정성들여 만든 고수차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향~~~이 제 주위를 감쌉니다

 

오래된 차나무인 古茶樹

봄찻잎인 春茶

그리고 명확한 산지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고수차를 비 오는 일요일에 마십니다

 

 

생차는 오래 보관해서 마시고, 숙차는 일상적으로 마시며, 노차는 음미해서 마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이제 제게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생차라도 고수차는 지금 마셔도 좋고 두고 마셔도 좋기 때문입니다

 

숙차라고 하더라도 5년은 지나야 제맛이 나며 10년 정도에 정점에 이른다고 봅니다

노차?

과연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습창에서 자유로운 노차를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고수차는 햇차는 향으로 즐기고 묵혀가며 깊어가는 맛을 음미하고

숙차는 쌀 때 구입해서 5년이 지난 차를 즐기며

노차는 인연이 닿을 때 외식하는 것처럼 마시는 차이다'

 

 

부산에는 밤이 되어야 비가 내릴 모양입니다

하루종일 운무에 갇혀 윈난의 차산을 순례하는 나만의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비가 쏟아지면 풍미가 좋은 숙차를 우려 빗소리를 담아 마셔야겠습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즐거움

차 마다 다른 맛, 너무나 많은 종류, 사연이 담긴 나만의 차가 있습니다

다우들은 보이차를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 설 자 

 


'茶 이야기 > 에세이 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화로 나누는 차 한 잔의 대화  (0) 2011.07.12
오래된 차 앞에서  (0) 2011.07.09
부처님 가운데 차  (0) 2011.06.26
차 마시며 행복해지기 20훈  (0) 2011.06.17
차맛이 어떻습니까?  (0) 201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