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16
부처님 가운데 차
첫 만남의 자리에서는 서로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하지요
그래서 고향을 묻고 학연이나 지연을 따져서 이어지는 줄을 찾습니다
세 사람만 서로 물으면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은 나온다고 하니 이런 대화법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학연, 지연등으로 억지로 친분을 만들다보면 금방 친한 사이처럼 되더군요
하긴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오랜 연분이 있다고 하니 알고보면 모두가 특별한 만남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만남의 인연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게 됨을 알까요?
저는 언제부턴가 사람과의 만남에서 제방식으로 친분을 만드는 주제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차를 마시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만약에 티백 녹차라도 즐겨 마신다고 하면 대화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온라인 모임의 정모가 마친 후에 만난 비구니 스님과 동행을 하게되었습니다
가까운 시외버스터미날까지 카풀로 오면서 이런 저런 얘길 나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보이차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되었지요
출가한지 제법 오래 된 분이신데도 수행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는 스님이었습니다
출가수행자는 차를 마심에 있어서도 의미가 남달라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했습니다
차맛에 집착해서 값비싼 차에 집착하는 건 수행자의 모습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스님이 마시는 차는 누구라도 마실 수 있는 정도면 그만 아닐까요?
또 신도들이 차를 공양하더라도 너무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하겠지요
잿빛 옷을 입은 출가수행자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차나 인급, 호급 차를 마신다면...
그 스님께 제가 나누는 숙차를 한편 보내드렸습니다
2006년도에 만들어진 맛있는 숙타차였습니다
숙차는 만든지 5년 정도만 지나면 맛이 괜찮게 들기에 대중들과 즐겨 드시길 바랐지요
차를 보내고 얼마후 그 스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거사님, 보내주신 차는 새로 부처님을 봉안하는데 복장에다 모셨답니다'
새로 모시는 佛像의 腹藏에 들어가는 물건으로 그 차를 썼다는 것입니다
복장물은 대부분 귀한 것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그 차를 썼다는 것입니다
값으로 치자면 귀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스님은 그 차를 선택할 수 있었나 봅니다
차를 마시자며 나누고자하는 마음이 부처님께도 전해진 셈입니다
마음으로 주고 받는 차였기에 불상의 복장에 담기는 차로 제격이었을까요?
가격을 따지지 않는 마음이 담긴 차는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따로 없지요
그저 마실 때마다 생각나는 그 사람이 전해준 마음이 차 한 잔에 담겨있지요
마음에 담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나누고 사는 다인의 삶이 이 속에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처님 가운데 있는 차 한 잔을 올립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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