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일상과 세월 속에서 드러나는 숙차의 맛

무설자 2011. 6. 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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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숙차 이야기9

일상과 세월 속에서 드러나는 숙차의 맛

 

 

 

 

저는 보이차의 맛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맛이 없다’라고 정의합니다.

보이차의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을 보면 어떻게 해야 저런 경지에 갈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보이차에서 향을 가려내고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의 내공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여러 종류의 보이차를 '양量'으로 마시다보니 이제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반발효차의 맛과 향은 대체적으로 공통분모가 있어서 내 느낌이나 다른 이의 그것이 비슷하더군요

그렇지만 보이차는 대부분 선호하는 바가 서로 달라서 같은 느낌을 나누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이차에 대해 서로 다르게 느끼기 때문인지 자신 만의 취향이 매우 강하더군요

보통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 다른 차들이 멀어지는 것도 묘한 특성입니다

사무실에 오는 분들께 숙차를 내보면 다들 차에는 문외한인 분들인데도 의외로 잘 마십니다.

 

숙차를 부담없이 받아들이는데 대해 제가 내린 답은 별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맛이 없다는 것은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맛과 향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같은 차'가 바로 숙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이 되면 퇴근하기 전에 숙차를 우려서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둡니다.

다음 날 시원한 보이차를 마시는 낙 또한 여름을 보내는 쏠쏠한 재미입니다.

손님들도  차가운 숙차를 한 잔 가득 내어드리면 너무 좋다면서 공치사를 합니다.

 

차게 마시는 숙차도 진하게 우리는 것 보다는 연하게 하는 게 훨씬 좋았습니다.

 단맛이 많은 숙차를 간혹 만날 수 있는데 음료 차원으로 마시는데는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

엿이나 카라멜을 먹고 난 뒤의 단 맛의 여운 같은 거라 하면 어떨지....

 

사무실에서는  5년 내외의 숙차를 주로 마십니다.

숙차를 한 오년 정도 묵히면 탕색도 맑아지고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심풀이 음료로는 그만입니다.

이렇게 일터에서 숙차를 머그컵에 마시면서 차를 권하다보니 제 주변에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비싸게 사서 기대치에 못 미쳐 실망하기가 쉬운 것이 보이차입니다.

그래서 삼년 내외의 숙차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시간과 함께 얻어지는 만족함을 찾는 것도 보이차를 마시는 즐거움이지요.

보이차를 마시는 건 세월 속에 드러나는 ‘숨어있는 맛’을 찾아 가며 즐기는 참 좋은 습관이랍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