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숙차 이야기 08
전설(?)의 칠십 년대 숙차를 소장하다
1970년대는 숙차가 나오게 된 보이차 역사의 획기적인 시기입니다
숙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 생차라고 부르는 보이차만 있었던 것이지요
살청과 유념을 한번만 하고 쇄청을 통해 모차를 만들어서 오래 묵혀서 마신다는 후발효차의 특성을 가진 것이 보이차였습니다
4-50년을 묵은 생차, 인급 보이차라고 부르는 차들은 한편에 몇천 만원을 호가 한다고 합니다
오래 묵은 보이차가 비싸게 거래됨에 따라 여러가지 과정을 통해서 오래된 차처럼 보이는 보이차를 만든 것이 가짜 보이차라고 부릅니다
생차가 세월이 가도록 기다릴 수 없어서 습도가 높은 광동이나 대만에서 차가 잘 익는 원리를 연구해서 만든 보이차가 바로 숙차입니다
습한 창고에서 보이차가 보관되면서 생기는 매변-몸에 해로운 곰팡이가 붙는 것을 양성화해서 만든 것이 숙차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드디어 1973년에 익은 보이차인 숙차가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생차는 오래 보관해서 마시고 숙차는 바로 마실 수 있는 차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숙차 정도의 탕색을 오래 묵힌 생차에서 찾으려면 아마도 40년은 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습도가 지원되는 곳이라야 그 세월이 차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만약 우리나라 아파트의 환경에서 보관한다면 그렇게 진한 탕색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탄생한 숙차는 보이차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일상 음료로 세계에 널리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숙차가 가진 한계는 속성발효라는 점에서 숙향숙미가 옥에 티라고 해야겠지요
이 숙향숙미는 적어도 5년, 아주 편하게 마시기 위해서는 10년은 기다려야 하기에 역시 보이차와 세월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숙차에서 노차는 90년대 차가 보편적으로 숙차 매니아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80년 대 차라면 귀하기도 하거니와 생노차보다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 70년대 숙차는 거의 전설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 차가 70년대 차라면 '전설의 차'가 될텐데 저와 인연이 닿아서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숙차를 마시지 않는 저의 차바위님이 우연히 구하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숙차 매니아인 제게 건네주신 것입니다
박물관에 들어가야 할 차가 제 손에 있고 또 겁없이 마시고 있는 것 아닐까요? ㅎㅎㅎ^^
이 차가 바로 붉은 휘장에 쓰여진대로 믿을 수 있다면 70년 대 숙차입니다
가정대로 믿을 수 있다면...
이제 이 시음기를 쓰기 위해 마신 이후에는 잘 싸서 보존에 들어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제 손에 들어 올 때 이렇게 비닐에 싸여진 모습이었습니다
포장된 비닐이 이미 뜯겨져서 몇 번 마신 상태였지만 온전한 모습을 거의 갖추고 있습니다
생 노차도 어느 정도 나이가 먹은 차들은 거의 비닐에 싸여진 채로 있는 것이 많지요
비닐로 포장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발효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습도가 높은 광조우나 홍콩, 대만에서 좋은 차에 습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지요
귀한 차라고 여겨지는 것은 장마철에는 잘 싸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을 디테일하게 찍었는데 나이가 느껴지지요?
40년이라는 세월에 이만큼 온전하게 보전이 되어 제 손에 온 인연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서 보이차를 마시는 특별한 즐거움은 다른 차에서는 맛볼 수가 없지요
이 수평호는 생차 전용으로 씁니다
수평호는 얇아서 잠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뚜껑이나 물대를 깨뜨리기 십상입니다
뚜껑은 되도록 나무집게를 쓰는 것이 좋더군요
이 수평호는 80cc정도 되는데 노차는 작은 호에다 정성을 다해 우립니다
제가 소장한 제일 적은 용량은 50cc정도 된답니다
딱 한 잔을 우릴 양이지요
세월만큼 맑은 탕색에 탕색도 제가 바라는 밝은 색을 보여줍니다
탕색이 흐리거나 검은 색이 많이 비치면 생차든 숙차든 온전한 차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숙차는 붉은 빛, 생차는 황금색 탕색으로 가야합니다
몇 탕을 모아서 유리숙우에 가득 담아봅니다
저는 첫탕은...두번째 탕은...이렇게 차를 나눠 평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차맛에 관심을 둡니다
차를 평하기보다는 그냥 마시는 전체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소장한 좀 특별한 잔,
은잔, 금잔입니다
차를 마시다보면 많은 종류의 찻잔이 모이게 되고 특별한 기분을 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70년대 숙차, 이 전설의 차맛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표현해 봅니다
누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몇십년을 보관했는지 노차에서 흔히 나는 불쾌한 냄새는 전혀 없습니다
至味無味라고 표현하는 그 맛을 이 차에다 대입해 볼까요?
맛이 다 빠진 상태?
남아있는 맛 중에서 단맛이 참 좋고 쓴맛이 살짝 받쳐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농한 탕의 상태에다 단맛과 쓴맛이 조화로운 그 맛입니다
느낌이 강하게 오는 맛은 15년 전후의 숙차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 때 숙차가 보여주는 맛의 정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 이후는 맛에서는 하향곡선을 그린다고 봅니다
역시 찻잔으로는 하얀 자기잔이 제일입니다
탕색을 잘 보여주고 있는 그대로의 맛을 보여주지요
이 잔에 담긴 전설의 차를 다우님들께 바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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