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오래 전에 만났던 숙차 자랑-'06 노동지 미니(숙)차주

무설자 2011. 3. 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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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숙차 이야기 06

오래 전에 만났던 숙차 자랑-'06 노동지 미니차주

 

 

보이차에 대한 접근은 아직도 잘 포장된 길이 나지 않은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을 방황하는 형상이다.

보이차의 명성은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그 명성과는 정 반대로 보이차로 하는 차 생활은 시작조차 오리무중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차 생활이 정착되기까지 치러야 하는 시행착오는 만만찮아 보인다.


인터넷의 자료를 통해서 교과서적인 견문은 어느 정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보아진다.

하지만 보이차에 대한 정보처럼 실제 차 생활은 그렇게 만만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 시행착오 속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마음에 드는 보이차를 손에 넣는 것이다.


보이차는 이런 저런 이름과 멋진 포장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대부분 초보 과정의 졸업은 열심히 구입해 방 한쪽에 쌓아 놓은 만만찮은 보이차의 양에 비례한다.

그래서 많은 선배들이 이렇게 조언한다.

"일단 처음은 숙차부터 마셔라. "


그렇다. 진기가 20년 이상 된 제대로 된 청병을 구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제 값을 치르고 진품을 구입하기는 거의 불가능이라 보아야한다.

또 초보의 입맛에는 20년 이상 된 청병이라 하더라도 아직 고삽미를 받아들이면서 즐거이 차 마시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숙차는 가격도 무리가 없고 고삽미가 없으니 보이차 마시기를 시작하기에 적당하다할 것이다.


그해 만든 것이나 두세 해를 넘긴 숙차는 숙향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초보들은 그 향이 보이차 특유의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거북하게 느껴지는 차라면 궂이 참아가며 마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해 보이차가 약 5년 정도가 지나면서 숙미 숙향은 빠지고 보관 과정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달라지니 맘에 드는 차를 찾아볼 일이다.

세월을 먹은 보이차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 차 마다 그 맛과 향이 다른 것을 나만의 방법으로 즐기는 그것이다.


그러니 보이차를 한마디로 이렇다라 할 맛과 향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누구와 같이 마신다고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그 맛이 ‘이런 게 보이차의 맛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초보들은 처음에 접하는 그 보이차의 맛을 느껴지는대로 받아들이며 마시면 되는 것이다.

다음에는 설명까지는 할 수 없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게 되고 좀 더 마시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객관적인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서두를 오래 끈 것은 숙차라 할지라도 맘에 드는 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혹자는 숙차를 보이차의 천출인양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20년 이상 된 청병을 찾는다는 것은 어두운 방에서 바늘찾기처럼 어렵기에 숙차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나또한 숙향이 풀풀 나는 숙차를 거쳐 다음에는 5년 이상 된  숙차를 열심히 마시면서 이제는 노청병에 갓 입문하는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항상 관심사는 좋은 숙차 구하는데 게으를 수가 없다.

노차는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괜찮은 차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만난 괜찮은 숙차, 바로 '06 노동지 미니(숙)차주이다.

 

 

숙차를 원통형 덩어리로 만들어 미니茶柱라고 이름 하였다.

 

 

차주는 흰 천로 만든 주머니에 들어 있다.

주머니의 머리에 달린 끈을 풀면 죽피에 싸여진 차를 보게 된다. 

 

 

원통형으로 만들어 긴압을 기가 막히게 한 것 같다.

보이차 칼로 살살 건드리니 그냥 한 잎 씩 떨어진다.

긴압이 느슨하게 되어있으면 발효가 잘 된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세차를 하고 차 맛을 보니 아직 숙향이 다 가신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언짢을 정도로 거슬리지는 않는다.

차를 판 사람의 말처럼 2-3년 잘 보관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런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는데 그 호언장담을 무색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맛이 수그러져야 할 6탕 째부터 오히려 색과 맛이 맑아졌다고 하고 싶도록 좋은 내포성을 보인다.

10탕까지는 견뎌주니 착한 차라고 하고 싶다.

 

 

 

 

엽저는 경발효라고 하기에는 엽저의 색이 짙지만 탱탱한 잎의 상태로 보아 발효가 더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는데 잎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개인적으로는 05노동지 숙병보다 나은 것 같다.

 

 

3kg나 되는 넉넉한 양의 차가 방 한 켠에서 잘 익어간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맘이 푸근할지는 보이차를 마시는 다우들이면 다 공감할 것이다.

반대로 맘에 들지 않은 보이차를 가득 쌓아 놓고 있다면 아마도 차를 바라볼 때마다 속이 답답할 것이다.

혹시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차로 변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때문에 버릴 수도 없으니....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