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40년 진기 노오룡차 시음기

무설자 2011. 5. 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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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10521

40년 진기 노오룡차 시음기

 

 

 

참 희한한 진년차도 다 있습니다

묵혀서 마시는 차라고 하면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연상합니다

그런데 반발효차인 오룡차가 나이를 먹고 나타났습니다

 

제 차바위께서 마흔 살이 가까이 되었다는 이 희한한 차를 맛보여 주셨습니다

"맛 좀 볼래요? 무슨 차 같아요?"

제 대답은 "아니 보이 노차가 어떻게 요렇게 묘한 향이 납니까?"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맑고 맛있어 보이는 탕색입니다

푹 삭은 맛인데 숙차의 맛도 아니고 생노차의 맛도 아닌 것이 묘한 향이 있답니다

생노차라고 하기에는 풍미가 넘치고 숙차라고 하기에는 깔끔한 맛이 매력적입니다

 

 

보이차도 아닌데 오룡차를 누가 이렇게 40년이나 보관해왔을까요?

보이차를 묵혀서 마시면 맛이 좋아진다는 것을 차를 파는 이들이 먼저 알았다고  하더군요

학자들이 분류하는 후발효차의 개념과 상관없이 반발효차인 이 차도 이렇게 묵히니 그 나름의 맛이 대단합니다

 

 

차바위님은 10g이 좀 넘는 양을 나누어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

" 이 차가 몸값이 좀 나갑니더이. 그래도 한 번에 넣어서 제대로 우려 드이소"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작은 개완에 나누어서 이번에 두번째이자 마지막 차...

앞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이 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니 그 감흥을 옮겨 두어야겠기에...

 

 

마른 찻잎을 먼저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찻잎을 넣은 개완에 물을 붓고서야 시음기를 쓸 생각을 했으니

마지막 찻잎을 다 써 버렸고이 차가 이제는 다시 못 마실 마지막 차일지도 모릅니다

40년이 넘은 노오룡차를 어디서 구할까요? ㅎㅎㅎ

 

 

탕색은 아주 먹음직한 맑고 고운 짙은 붉은색입니다

보이 노차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그 탕색이지요

숙차든 생차든 검은 색이 너무 짙으면 저는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엽저도 보들보들한게 나이를 정말 잘 먹은 것 같습니다

오룡차라고 하더라도 습한 곳에 있었다면 목질화 되어서 검게 변할 것이며 탕색도 검게 나올 것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났으니 버려야 할 것이라 여길 차가 이렇게 정말 좋은 차가 되어 제가 마시고 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차가 가지는 그 넓이와 깊이를 생각해 봅니다

차의 넓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다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차의 깊이, 학문적인든 이론적이든 차력으로 아는 것이든 그 전부를 꼭 알고 마실 수는 없겠지요

 

그저 이렇게 인연이 되어서 한번을 마셔보아도 좋으면 그 때 행복하면 됩니다

지극한 차맛은 지금 마시는 이때 느끼는 그 맛이라고 생각하면서 귀한 차와의 인연에 행복한 밤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