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06 길상병-고수차에 방해각을 병배한 보이차 시음기

무설자 2011. 5. 9. 16:32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10508

大展차창 '06 吉祥餠

-고수차에 방해각을 병배한 보이차-

 

 

 

보이차는 그 종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많지요

생차와 숙차, 대지차와 고수차, 순료차와 병배차, 병차와 타차, 전차....

반생반숙, 습창차, 경발효 숙차와 중발효 숙차, 긴압차와 산차 등으로 한없이 많은 보이차가 있습니다

 

보이차를 알고 마신다면 아마 이 생에는 마시지 못할 것입니다

종류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후발효차의 특성에 따라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보이차의 진위여부, 가짜냐 진짜냐 하는 것이 보이차만이 가지는 부정적인 모습이지요

 

그 다양한 보이차 중에 특별한 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고차수에만 기생해서 산다는 방해각이라는 기생식물과 고수차를 병배해서 만든 차입니다

2006년에 중국에서 우리나라와 차무역을 하는 분께 선물로 받았던 차입니다

 

방해각螃蟹脚은 그 생긴 모양이 게발처럼 생겨서 한자를 풀면 그대로 게발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소염작용, 열내림에 좋은 약리적인 효과가 있어서 약재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위장을 보호해주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지만 많은 양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해각과 고수차를 병배해서 병차로 만들었지만 포장지에는 특별한 표식이 없습니다

차의 이름을 '吉祥餠'이라고 지었는데 吉하고 祥瑞럽다고 하니 차 이름으로 아주 귀한 의미를 담았습니다

운남사모대전보이차창에서 만들었는데 차창 이름도 처음 듣습니다

 

 

 

 

이 차에 대한 정보를 포장지나 내비에서 찾아 보려고 해도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병면에 이처럼 방해각이 보입니다

겉에만 발라놓듯 방해각을 살짝 얹었는지 알 수 없지만 병 자체를 해괴할 수 없어서... 

 

 

소장한지가 5년이 넘었으니 병면은 제법 변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병면 중간에 보이는 줄기 같은 것이 방해각입니다

찻잎보다 색깔이 빨리 변하는 것 같습니다

 

 

3g정도 뜯어냈습니다

방해각도 적당량...

어린 찻잎을 썼네요^^

 

 

거실 한켠에 마련된 제 찻자리는 소박함, 그 자체입니다

흑단나무로 만든 작은 차판은 우리 가족이 차를 마시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스탠바이 되어 있답니다

 

 

길상병을 우리기 위해서 쓸 자사호는 수평호입니다

자세히 보면 뚜껑 부분을 수선한 것이 보입니다

수평호는 두께가 얇아서 나무차판에 뚜껑을 떨어뜨렸는데도 깨지고 말더군요

 

 

그래서 자사호 뚜껑은 꼭 집게를 이용합니다

뜨거운 물을 쓰는 중국차는 나무집게를 가능한 많이 쓰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집게를 써서 차를 우리니 뚜껑을 떨어뜨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세차를 짧게 마치고 차를 우려냅니다

생차는 햇차일수록 첫탕에서 우려져 나오는 성분을 잃지 않으려면 물을 조금 식혀서 세차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번째 탕까지 모아서 맛을 봅니다

 

 

보이차는 햇차일 때 유백색의 탕색을 내지만 다섯해의 시간이 갈색을 띄어가고 있습니다

고수차는 햇차일 때는 향을 즐기고 진기를 더해갈 수록 향은 덜해지고 맛이 깊어집니다

5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슨 맛을 만들었을까요?

 

 

원래 쓴맛이 강한 몇몇 지역의 차를 제외하고는 고수차는 부드러운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방해각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무슨 맛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 한 잔으로 차를 만든 분과 마시는 제가 조우하는 자리입니다 ㅎㅎㅎ^^

 

방해각을 넣지 않고 찻잎만으로 내는 차맛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철분의 맛이 살짝 느껴지는 찻잎은 아마도 이무차인 것 같습니다

아주 미세한 알갱이를 느낄 정도의 풍부함 속의 깔끔함이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편안한 차의 맛에 방해각이 섞여서 그 맛을 특별하게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글로는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맛 안에는 분명히 특별한 맛이 숨어 있을텐데 아직 음미할 수 있는 미각을 못 갖춘 것 같습니다

방해각은 유념이 되지 않으니 오히려 끓여마셔야 제대로 맛을 뽑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약리적인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탕수로 우려서는 제맛이 나오질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몇 백 년이 넘은 고수차에만 기생해서 산다는 방해각이 고차수 찻잎과 함께 한몸이 되는 모습을 이렇게 봅니다

차나무에 기생해서 살았으니 좀 더 오래되면 스스로 차맛을 좋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까요? ㅎㅎㅎ 

 

차의 고향이라는 운남의 수많은 차나무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까요?

오래된 차나무에만 기생해서 산다는 방해각은 나이 먹은 차나무의 애환을 먹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차 한 잔 마시고 화분에 갖혀사는 우리집 베란다의 다육이를 바라봅니다

차나무는 운남의 깊은 산 속에서, 다육이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서로 비교하지 않고 삽니다

제가 마시는 차도 제맛을 낼 뿐 서로 다른 차맛을 시기하지 않겠지요  

 

 

차 한 잔 마시고 화분에 갖혀사는 우리집 베란다의 다육이를 바라봅니다

차나무는 운남의 깊은 산 속에서, 다육이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서로 비교하지 않고 삽니다

제가 마시는 차도 제맛을 낼 뿐 서로 다른 차맛을 시기하지 않겠지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