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생차의 미래 : 고수차-'09 운보연 이무차 vs '92 무명 고수차 시음기

무설자 2011. 6. 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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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10605

생차의 미래 - '09 운보연 이무차 vs '92 무명 고수차 시음기

 

 

 

보이차는 후발효차라는 특성 때문에 新茶를 구입하여 보관함으로서 미래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보이차가 후발효의 특성을 가지는 것은 찻잎을 가공할 때 쇄청을 통해 발효의 여지를 가지게 하여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발효가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후발효의 원리를 믿고 가격이 쌀 때 구입하여 보관함으로서 후일에 익은 차를 비싼 값이 되면 재산 증식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마시는 차의 의미와 함께 재산 증식의 투자의 매리트가 함께 하므로 다른 차와는 다른 시각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지 않는 분들도 보이차가 가지는 이 특별한 점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2000년도 후반에 중국에서 보이차 투기의 열풍이 일어 운남성에 생차 생산의 소용돌이가 인 적이 있었지요.

 

대지차로 만든 생차는 신차인 경우 7편으로 포장한 한 통이 10만원도 되지 않아서 수십 통을 소장하는데도 큰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차가 얼마나 지나면 마실만한 상태로 차가 익을 수 있을까요?

10년이면 될까? 20년 정도면 아주 괜찮은 상태가 되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어서 아주 비싼 값으로 되팔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바라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상태라고 하는 것은 숙차에 가까운 탕색과 쓰고 떫은 맛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말할 것입니다

그 상태에 이르는 시간의 경과는 보관 장소의 온습도에 밀접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곤명이나 북경과 같이 습도의 영향이 크지 않는 장소와 대만, 홍콩, 광동성의 광주처럼 습기가 많은 곳에서 차가 익는 여건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당연히 차가 잘 익겠지만 문제는 과도한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차에 특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습도가 높은 환경은 곰팡이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향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런 차를 노차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양성적으로 연구하여 몸에 이로운 곰팡이로 발효를 도모하는데 성공해서 1973년에 만들어 낸 보이차가  숙차입니다.

 

그래서 생차가 시간을 두고 익은 상태에서 숙차와 같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만약 숙차에 가까운 탕색을 내는 생차가 있다면 그 차의 가격대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숙차 탕색을 내는 대부분의 노차들이 어떤 보관환경에 있다가 몇십년이 지난 차라는 이름을 달고  나타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보이차의 유통경로를 잘 아는 분들은 단연코 정상적인 보관환경에 있던 차는 거의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정상적인 보관 환경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요?

허용할 수 있는 자연적인 습도의 환경에서 보관된 것을 말할텐데 대부분의 노차라고 이름하는 차들은 인위적인 습창처리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하지요.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익을 수 있는 환경에 차를 보관하여 마시기 위해서 직접 신차를 구입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져야 숙차에 가까운 탕색과 노차 특유의 향미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 근거를 나름대로 확인하는 시음기를 한번 써 볼까 합니다.

 

 

이번 시음기에 쓰여진 차는 2009년에 만들어진 운보연 이무차와 진기 20년으로 추정되는 라온 생차입니다.

진기 20년의 근거는 곤명에서 13년 동안 보관되었고 한국에서 7년이 지났다고 하니 상대습도 70% 내외를 필요로 하는 환경으로는 적정한 장소에 있었던 차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함께 마셔볼 운보연 이무차 또한 곤명에서 1년, 한국에서 1년이 지난 차라서 두 종류의 생차는 자연적인 습과 인위적인 습에서 자유로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운보연에서 만든 09년 1kg 타차인데 시판하기 위한 차가 아닌 이무차의 표준샘플로 만들어 장기적인 보관을 위해 아주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왼쪽의 차는 타차에서 떼어낸 차이고 오른쪽은 20년 진기의 고수차를 이 시음기 작성을 위해 나눠 받은 것입니다.

20년 진기의 차를 따로 마셨을 때는 도저히 20년이 지난 차라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만난 진기 20년 정도의 차는 대부분 숙차에 가까운 탕색을 보여주었으므로 이 차를 10년 이상으로 인정할 수가 없었지요.

 

 

20년 진기의 차를 음미해 보기 위해서 신차와 비교 시음을 생각했기에 차맛을 윤색없이 지켜주는 자기 개완과 유리 숙우, 자기 찻잔을 준비했습니다.

진기 2년과 20년의 차가 어떤 차이를 보여주며 20년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줄까요?

지금 소장하고 생차가 20년 뒤에 어떤 상태로 변화될 수 있을지 이 시음기가 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09년 운보연 이무 고수차는 첫물차이기에 물을 한소쿰 식혀서 세차를 했습니다.

첫물차는 아주 어린 잎이기에 90도 이하의 온도로 우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쇄청을 하는 과정에서 먼지 등에 노출될 수 있기에 찻잎을 한번 씻어주는 의도와 마른 잎을 적셔주는 효과가 있겠지만 너무 오래 두면

첫탕에서 우려져 나올 성분이 많이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빠른 시간에 해야겠지요.

 

 

세차를 한 후에 다시 한소쿰 식힌 물로 차를 우립니다.

진기 2년의 차에서는 고수차 특유의 향이 올라옵니다.

향이 좋은 차를 우릴 때 탕수를 부으면서 올라오는 향을 음미하는 것도 차를 우리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두 차의 탕색을 살펴봅니다.

새이 연한 왼쪽이 2년. 오른쪽이 20년입니다만 과연 18년의 진기 차이를 이 탕색에서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차를 흰색 자기잔에 부어 놓으니 조금 더 차이가 나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탕색은 눈으로 보이는 차이지만 향미의 차이는 어떨까요?

2년 진기의 차는 향이 살아있지만 20년 묵은 차는 그 맛에서 복합적이며 깊은 맛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여태껏 마셔왔던 20년 진기의 노차 맛과 비교해보면 그윽한 깊이를 음미할 수 있지만 진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강한 맛은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탕색이 짙은 여태까지의 노차는 눈으로 즐기면서 마셨다면 이 차는 눈을 감고 몸으로 음미해 봅니다.

엽저에서도 2년 진기의 차와 20년 진기의 차에서 큰 차이를 볼 수 없습니다.

 

 

 

20년 세월을 중국 곤명과 한국에서 익어오면서 습의 공격에서 자유로웠던 차,

눈에서 익숙했던 그 진한 탕색과 입으로 익혀온 그동안의 노차의 그 맛과 향을 이 차에서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마셔왔기에 알고 있는 5년 정도까지 고수차의 향미가 20년 세월동안 더 깊어지고 그윽한 맛으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그럼 쓰고 떫은 맛이 강해서 지금 마시기 어려운 신차를 우리나라에서 20년을 보관한다면 그 향미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고수차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녹차처럼 고온으로 가공했기 때문에 그런 향미가 나온다고 하면서 쓰고 떫은 신차라야 미래를 장담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만난 몇 종의 고수차는 차마다 다른 차이의 향미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지금 마셔도 좋은 차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이 탕색과 맛을 넘은 자극적인 상태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 분명할 것 같습니다.

 

고수차라고 하지만 생차를 숙차처럼 하루에 2-3리터씩 마실 수는 없습니다.

진기 20년의 노차는 가격때문에 마시기 어렵기에 지금 소장하고 있는 생차가 고수차가 아니라면 20년을 소장하고 있더라도 신차의 맛을 확연하게 변화시킨 다른 맛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생차를 꼭 소장하고 싶다면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 그 답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지금 마셔서 좋은 생차,

고차수 찻잎으로 쇄청모차를 만들어서 긴압한 차라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생차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해 봅니다.

생차를 우리나라에서 20년을 보관한다고 해도 결코 숙차와 같은 탕색과 진한 맛을 낼 수 없을 것이기에 지금 마시고 있는 진년 생차의 정체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보관하는 생차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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